문·청 동인 시집 소년은 휴지통을 뒤져 점심을 해결했다 휴지통을 뒤지는 건 당당한 일이므로 소년은 맥도널드나 롯데리아 봉지에서 햄버거나 포테이토를 꺼내 뱃속에 채워넣었다 어느 국립대학교 인문대 앞에서 본 풍경이다 커피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다가 문득 보게 된 야구모자 눌러쓴 소년의 늦은 점심 소문이 꽃향기처럼 훅 몰려왔다 신인류의 탄생설까지 나왔고 모든 추측은 아름답게 신화화 되었다 어느 누구도 그를 걸인이거나 노숙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강의실 오르는 계단은 심하게 구겨져 있었고 무덤처럼 견고하게 입을 틀어막고 있어야 할 휴지통은 여기저기 내부를 쏟아내고 있었다 소년은 마지막으로 생수를 주워 뚜껑을 열었다 딸깍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침전물이 없는 순수한 지하암반수가 그의 목구멍을 시원하게 흘러내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