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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희 2

우리가 사람 이야기에 주목하는 까닭

얼마 전 경남도민일보 남석형 기자가 '낙동강 어민의 삶'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3회에 걸쳐 신문에 연재되었는데요. 낙동강 어민 김무생(69) 씨를 주인공으로 삼아 쓴 '이야기 기사'였습니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던 1977년 결혼과 함께 시작한 낙동강 어민의 40년 삶을 통해 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담담히 풀어쓴 이야기였습니다.저는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수질 오염 심각' 등의 이른바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이 기사가 훨씬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정부 관계자나 어용학자들이 터무니없는 말로 어민들을 속이고 회유해놓고선 나중에 '나 몰라라' 하는 대목에선 분노가 치솟기도 했습니다.그렇습니다. 저는 무생물이 아니라 생물, 구체적인 사람을 주어로 하여 쓰는 기사가 신문지..

시인이 상처를 초월할까봐 겁나는 시집

"손영희의 첫 시집엔 한 여자가 시인에 이르는 아픈 시간의 궤적이 기록되어 있다." 문학평론가 정미숙이 손영희의 첫 시집 말미 해설 '오래된 정원의 합창'에서 적은 글입니다.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상처 받은 한 여자가 그 고통과 그 시간을 눌러 써 담은 시집이다." 표제작 '불룩한 의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칼금 선명한 빈터의 의자 하나 잘 여며졌다 믿었던 상처의 장물들이 거봐라 속수무책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내 몸의 바깥은 저리도 헐거워서 무심한 바람에도 쉽게 끈이 풀리고 누굴까 벼린 오기의 손톱을 세우는 자(전문) '잘 여며졌다 믿었던 상처의 장물들'에 절로 눈길이 쏠립니다. 시(조)에서 찾기는 그이의 '상처'는 이렇습니다. "지독한 안개가 길을 지우고 있다// 나는 나까지 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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