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연유로 산길을 걷다 보면 소나무가 나서 자라고 바위가 허물어져 모레나 흙이 되고 또 상처를 입고 다스리는 따위 흔적들을 보게 된다. 알려진 대로 소나무는 아주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소나무는 씨앗이 가볍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도 남 먼저 들어가 살 수 있다. 산꼭대기 칼바위에 도토리 같은 참나무 열매가 싹을 틔울 수는 없다. 하지만 하늘하늘 가늘가늘 솔씨앗은 비만 몇 방울 떨어져 주어도 싹은 충분히 틔울 수 있다. 바위에 싹을 틔운 소나무는 시나브로 뿌리를 아래로 내린다. 바위 재질이 사암이면 더 좋다. 결정이 굵으면서도 단단하지는 않아 잘 부서지고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싹을 틔우고 자라는 과정은 곧바로 바위가 갈라지고 모레로 돌아가는 과정이 된다. 아무리 사암이라도 보드라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