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진주 촉석루도 사랑하고 밀양 영남루도 사랑합니다. 둘 다 풍경이 시원하고 눈맛이 상큼하고 드러누웠을 때 마루바닥에서 느끼는 몸맛이 가뿐하기 대문입니다. 긴늪유원지 새마을문고에 나뒹구는 성인만화를 본 그날 오후, 저는 이날도 일부러 누각에 올라가 큰 대자로 누웠습니다. 가운데에서는 여고생 서넛이 둥글게 모여 깔깔댔습니다. 왼쪽에는 부부 같아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서로 어긋나게 앉아 건너편으로 멀리 눈길을 던졌습니다. 뒷쪽 들머리에는 남자 하나가 기둥에 기대 앉았고 오른편에는 외국인이 하나 다리를 쪼그린 채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누운 채로 고개를 아래위로 돌렸습니다. 우리 딸이 어디 있나 살펴볼 요량으로 그리 했습지요. 그런데 누워서 고개를 오른쪽 위로 돌리는데, 보려 했던 딸은 보이지 않고 엉뚱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