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안팎으로 보이는 치마저고리 차림의 소녀들이 두 줄로 앉고 서서 청년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가만 세어보니 소녀들은 모두 열다섯 명이다. 앞줄 가운데 모자 쓴 꼬마는 남자아이인데, 아마도 누나를 따라 왔을 터이다. 앞줄 소녀들 옆엔 좌우로 청년 둘이 앉고 뒤로 청년 셋이 서 있다. 웃는 얼굴 없이 모두 조금은 긴장한 표정이다. 이들은 누구이고 어떤 일로 이런 사진을 남겼을까.얼마 전 한 독립운동가의 집안에서 찾은 사진이다. 사진 상단에 글자가 있긴 한데 희미해서 도무지 알기 힘들다. 내가 들은 건 앞 줄 맨 오른쪽 한복을 입은 이가 황수룡이고 맨 뒷줄 오른쪽에 서 있는 이는 김종신이라는 것 뿐이다. 듣는 순간 김종신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고 황수룡도 수감자 카드 사진 등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