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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유럽은 대학까지 학비 공짜인 거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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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기자들과 술을 마시던 중 프랑스와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사회민주주의' 체제임을 모르는 기자가 의외로 많다는 걸 알고 놀란 적이 있었다.

기자라고 모든 걸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심지어 정치부 기자 중에서도 '사회민주주의'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 뒤부터 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넌지시 유럽 국가들의 높은 복지혜택과 무상교육을 소개하고 반응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혹시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대학까지 학비가 공짜인 거 아세요? 학비 뿐 아니라 대학생에게 주거지원금까지 주는 나라도 있대요."

이에 대한 반응도 놀라웠다.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여기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밑천이 바닥나기 때문에 더 이상 '사회민주주의'를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논형출판사에서 펴낸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두 권의 책.


최근 그런 아쉬움을 채워줄만한 책 두 권이 동시에 나왔다. 논형출판사에서 펴낸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잉바르 카를손·안네마리에 린드그렌 지음, 윤도현 옮김)와 <한국의 복지동맹>(윤도현·박경순 지음)이 그것이다.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저자 중 한 명인 잉바르 카를손은 스웨덴의 수상과 사회민주주의당 당수를 지낸 현실정치가이다. 그래서인지 학자들이 쓴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서들과 달리 쉽고 현실적이며 명쾌하다. 이는 저자 자신이 직접 사회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와 행정일선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집행해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사회민주주의당은 모든 당원이 무조건 추종해야만 하는 경직된 교리체계를 가진 정당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해설서이자 입문서답게 사회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자유'와 '평등', '연대', '민주주의'라는 단어에 대한 개념설명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숱하게 들어온 단어들이지만, 누가 그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환기시켜 준다. '자유'에 대한 설명을 보자.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자유는 실제로는 강자만을 위한 자유, 강하지 못한 사람들의 자유를 박탈한 대가로서의 자유일 뿐이다. 노동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기업가의 자유 증대는 피고용인들의 그 일에 대한 발언권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재산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집주인의 자유 증대는 자신의 가정에 대한 임차인의 자유를 줄이게 된다."

그러면 사회민주주의가 주장하는 자유는 뭘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하고 자신의 필요에 의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강자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다수를 위한 자유에 초점을 두는 사회민주주의식 자유라는 것이다.

흔히 자유와 평등을 반대 또는 대립하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서도 통렬한 반박이 이어진다. "오직 평등한 사회 속에서만 개인들은 자유로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다. '연대' 또한 평등의 전제조건으로 본다. "사람들을 타인과 협력하도록 설득하고, 또 약자를 착취하는데 힘을 쓰지 않도록 강자를 자제시킬 수 잇는 것은, 우리는 모두 같은 형제라는 감정, 연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현재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문제를 분석하고, 공산주의가 왜 붕괴했는지에 대해서도 사회민주주의의 입장에서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두 책의 차례.


◇한국의 복지동맹 = 앞의 책을 번역한 윤도현 교수(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가 박경순 교수(우석대)와 함께 쓴 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한국사회에 어떻게 도입하고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들의 고민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무역수지 규모가 세계 10위권 정도에 달할 정도로 그간 경제규모는 확대되고 성장했지만, 소득의 불평등은 OECD 국가들 중 세 번째로 높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복지국가로의 발전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들은 한국이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선 노동자와 중간층의 동맹이 필수적인데, 특히 자영업자들의 이익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가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복지개혁을 추친하려 할 때 노동자계급 대 자본가계급, 노동자계급 대 자영업자층을 대비시키기 보다는, '서민, 민중' 대 '소수의 부유층 또는 자영업자'의 격차를 부각시키고, '고소득 샐러리맨'들에게는 사회적 연대를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은 들어볼만 하다.

한국에서 보편적 사회서비스 확충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도입을 요구해야 할 복지정책으로는 국민 대다수의 주 관심사인 교육과 주택분야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특히 대학진학률이 80%(전문대 포함)로 높은 한국에선 무상교육이야말로 저항이 가장 적은 보편적 복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영유아 보육, 방과 후 아동교육,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감소 대책, 그리고 주택분야에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수당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보험 개혁에 대해서는 무조건 고소득자에게 많은 보험료를 물리기 보다는 노동집약적 기업과 기술집약적 기업간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즉 지금은 각 기업이 매출이나 이윤 창출 규모와 관계없이 무조건 지출하는 임금총액에 비례해 사회보험료의 기업부담금을 내고 있는데, 이것을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내게 하거나, 기술집약적 기업이 사회적 평균 이상의 초과이윤을 얻을 경우, 이 초과이윤 일부를 사회보험 또는 사회서비스 재정에 충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간의 형평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다수의 노동자와 노동집약적 기업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진보정당이 실제 사회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그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비판하고 있다.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는 것은 계급 역량의 집중을 저해하고, 결국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와 복지국가적 발전을 더디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제안한다.
 
"한국의 진보정당은 우리사회의 '장기비전'이 복지국가라고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만약에 복지국가를 당의 장기 비전으로 동의하기 힘들면, 최종목표는 사회주의이지만, 중장기 목표는 복지국가라고 솔직히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태도는 이제는 그만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약간 아쉬운 것은 한국에서 사회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실현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흔히 제기하는 '유럽과 한국사회의 차이점'에 대한 답변이 없다는 것이다. 보론을 통해 복지국가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일련의 시각에 대해서는 반박을 해놓았지만,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10점
잉바르 카를손 외 지음, 윤도현 옮김/논형
한국의 복지동맹 - 10점
윤도현.박경순 지음/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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