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정부 3만4천 일자리 창출, 내막 알고보니…

김훤주 2009. 4. 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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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 일자리 창출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지자체 일자리 나누기 바이러스 확산 중”이라고 제목이 달렸고 모두 3만4000개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했습니다.

추진 배경으로는 1월 15일 제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임금을 안정시켜 실질 고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사실과, 21일 민생안정 차관회의에서 “잡 셰어링 촉진 방안을 논의한 것”을 꼽았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 만에 3만4000개 일자리를 창출한 셈입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100명짜리 중소기업 340개를 만든 셈이니까 말입니다. 행정안전부는 그러면서 ‘수범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추진 사례 발굴·확산 △우수 사례 전파로 민간 부문까지 자발적 참여 유도, 입니다.

향후 추진 계획으로는, 자치단체와 주요 민간 기업에 전파·홍보한다 했습니다. 홍보까지 하겠다니 무엇이 있나 싶어 ‘우수 사례’를 들여다봤습니다. 여태 정부 일자리 창출을 두고는 ‘비정규직 인턴 위주’라는 비판이 많았기에,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보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과연 그렇더군요. 비정규직 인턴 위주고 그나마 1년이 아니라 열 달만 고용이 보장되는 그런 일자리였습니다. 행정안전부 ‘우수 사례’에서 인천시와 서울시가 대표입니다. 인천시와 산하 공단·공사는 경상경비 10% 62억 7600만원을 아끼고 급여 9억 원가량을 자진 반납 받아 청년 인턴 682명을 고용하겠다 했습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0억원을 아껴 청년 일자리 1000여 개를 창출하겠다고 했으니까요. 고용되는 한 사람 앞에 얼마씩 되는지 봤더니 1000만원입니다. 한 달에 100만원씩 열 달인 것입니다.

군산시도 규모는 작지만 10억447만원을 아껴 100만원 10개월짜리 일자리 100개를 만든다고 했어요. 비정규직이고 다음 취직도 보장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면 어디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울산시 사례를 보니 더욱 커졌습니다. 울산시는 우수 공무원 해외연수 또는 산업시찰 예산을 4억6450만원을 줄여 150명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한 사람 앞에 300만원입니다. 100만원씩 석 달, 이런 정도면 ‘알바’라 해야 맞겠다 싶습니다.

경남 양산시도 비슷합니다. 성과 상여금 22억 원 가운데 4억원을 반납 받아 100개 일자리 창출한다 했습니다. 100여 명의 산불감시원 추가 선발해 5월까지 배치한답니다. 4억원으로 100명이면 1명에 400만원씩 돌아가네요.

황철곤 마산시장과 강헌호 민주공무원노조 마산시지부장이 보도자료로 돌린 사진입니다. 자랑스러운 일을 했다고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제가 이런 정도까지는 참습니다만 마산시는 참기가 어렵습니다. 마산시 공무원 노조는 연가보상비를 아낀 8억원으로 1004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월 80만원 일자리로 계산하면 1004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뜻에서 ‘아름다운 천사 기부’로 이름을 붙였”답니다.

이것이야말로 숫자놀음이요 말장난이 아니냐 싶었습니다. 천사에 맞춰 금액을 나눈 것일 뿐입니다. 80만원이, 없는 처지에서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마산시와 공무원노조가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로 생색만 제대로 낸 것이지요.

그런데 이보다 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남 완도군입니다. 성과상여금 반납으로 2억2000만원을 만들어 하루 3만8000원짜리 일자리 5700개에 쓸 예정이라 합니다. 이를 위해 ‘청해진 근로대학’을 세워 가사도우미와 문화관광해설사 등 맞춤 교육까지 하기로 했답니다.

그야말로 ‘개 풀 뜯는 소리’ 아닌지요. 무슨 근로대학까지 세운다니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기도 합니다. 일자리 창출을 한답시면서, 이처럼 생색만 잔뜩 냈습니다. 만약 서울이나 인천처럼 한다면, 스물두 사람 일자리밖에 안 되는데도 5700명으로 뻥튀기 했습니다.

이것을 백화점처럼 한꺼번에 다 보여주는 데도 있더군요. 물론 전남 완도군이나 경남 마산시처럼 심하지는 않습니다. 충남도청에서 세운, 400억원을 아껴서 일자리 1만4070개를 만드는 계획입니다. 분야별로 보면 이렇습니다.

행정서비스 지원 64억원에 800명, 사회서비스 일자리 246억원에 9220명, 숲 가꾸기 사업 70억원에 3000명, 기업체 생산 활동 지원은 8억원에 100명, 안전복지 일자리는 12억원에 150명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한 사람 앞에 돌아가는 돈으로 따져봤더니 이랬습니다. 행정서비스 지원·기업체 생산 활동 지원·안전복지 일자리는 800만원으로 같지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와 숲 가꾸기는 제각각 267만원과 233만원밖에 안 됩니다.

들쭉날쭉, 입니다. 기준도 없고 근거도 없습니다. 일당 3만8000원짜리 일자리도 같은 하나로 취급받고, 한 달에 100만원씩 열 달 동안 받는 일자리도 하나로 취급받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말한 3만4000개 일자리가 이런 식으로 돼 있습니다.

이것을 수범 사례랍시고 중앙 정부가 앞서 떠벌이고 다닙니다. 그러니까(물론 100% 이 때문은 아니겠지만) 생색내기에만 치중하는 그런 발표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마산시의회가 수당 2%를 아껴 한 달에 88만원을 아껴 인턴을 채용하겠다고 3월 25일 발표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냥 자기네 편하려고 값싸게 사람 하나 더 쓰려는 것일 뿐인데도, 시의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국민적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자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의정비 일부를 반납하게 됐다.” 요즘 아이들 말로 하자면, ‘열라 황당 왕 짜증’입니다.

결국 이렇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으면서도 생색만 내려는 이들이 우리를 다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무능한 존재들을 모시고 삽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무능합니다. 이 무능한 것들의 엉터리 지배를 뿌리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김훤주
※ 미디어 비평 전문 미디어 <미디어스>에 16일 보낸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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