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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가 쓴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었다. 아주 '재미'가 있는 소설은 아니다. 소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따위의 흥미진진한 단계도 없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과 그들에 얽힌 이야기를 50대 후반 딸의 시선으로 담담히 풀어낸다. 딸이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지만 장례식장에서 비로소 알게 된 그의 면모, 몰랐던 사람인데 새롭게 알게된 아버지와 그의 관계, 그들에 얽힌 어릴 적의 기억과 세월이 흐른 뒤에 보이는 또다른 모습 등이 죽은 아버지의 일생으로 하나하나 완성되어 간다.
평생 사회주의자였지만 노동엔 서툴렀고, 천생 유물론자였지만 여호와의 증인들을 인정했으며, 혁명가이면서도 수컷의 욕망에 어쩔 줄 몰라 했던, 늘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모든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려했던 아버지의 삶이 장례식장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나도 최근 김장하 선생을 취재한 <줬으면 그만이지>를 통해 진정 우리가 본받아야 할 어른으로 그를 소개했지만,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주인공 고상욱 또한 방식이 달랐을 뿐 김장하 선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장하 선생이 말했던 "돈이 없어도 누구나 가능한 '무재칠시'"를 고상욱은 김장하와 다른 방식의 삶으로 보여준다.
다만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역사에 대한 바른 관점,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계속되는 공부다. 공부가 이어지지 않으면 나이들어 대개 꼰대가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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