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6일) 경상남도기록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설치와 운영 활성화를 위한 자리였다.

감회가 새로웠다. 검색을 해보니 내가 쓴 기사에서 ‘아카이브’ 또는 ‘기록관’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한 때가 2001년부터였다. 2003년 4월에는 ‘도지사 관사를 아카이브로 쓰자’는 칼럼을 2회 연속으로 썼고, 그해 7월에는 지방자치단체에도 기록보존소 내지는 자료관 설치가 필요하다는 글을 썼다.

2007년에는 이른바 마산 준혁신도시가 무산된 후 회성동 복합행정타운 조성이라는 헛공약을 내놓았던 당시 김태호 도지사와 황철곤 마산시장을 향해 ‘경상남도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마산에 유치하자’고 제안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김태호·황철곤은 대규모 토목건설사업만 치적(治績)으로 생각했을뿐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이해할만한 인문학 소양은 없었다. (물론 복합행정타운 역시 거짓말로 밝혀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 소양이 없기로는 김·황 뿐 아니라 다른 단체장도 마찬가지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처음으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광역시·도의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설치가 의무화했지만,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단체장은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진주의료원 폐쇄, 무상급식 중단, 문화기관 통폐합으로 악명 높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방기록물관리기관, 즉 경상남도기록원을 덜컥 설립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 옆 건물에는 경남대표도서관까지 만들었다. 웬일? 그의 인문학 소양이 깊어서?

내막은 이랬다. ‘적자’와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일방 폐쇄한 홍 지사는 진주와 서부경남 시민의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비어있던 진주의료원 건물에 ‘경남도청 서부청사’를 설치한다. 서부청사에는 창원 본청에 있던 3개국·본부와 역시 창원에 독립기관으로 있던 인재개발원(옛 공무원교육원), 보건환경연구원을 보냈다.

그러고 나니 창원의 두 건물이 또 비게 되었다. 느닷없이 두 기관을 진주에 빼앗긴 창원시민들의 불만도 상당했다. 여기에 뭔가를 넣어야 했다. 그래서 인재개발원 건물은 경남대표도서관으로, 보건환경연구원 건물은 경상남도기록원으로 지난 2월과 5월 잇따라 개관·개원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무려 전국 최초다. 인문학 소양이 충만한 박원순 시장이 있는 서울시도 내년 5월에야 기록원이 개원한다.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하는 서울과 기존 건물을 활용한 경남의 차이다. 아이러니한 과정이지만 어쨌든 내가 보기에 이것은 홍 지사의 유일한 공적(功績)이다.

나는 그날 심포지엄에서 경남기록원이 우리지역의 역사, 그중에서도 특히 근현대사 관련 민간기록물 수집과 연구에 힘을 써줄 것을 주문했다.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 수립과 자유·평등·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싸워온 경남사람들의 기록을 통해 우리가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지역의 정체성은 공동체 구성원이 역사와 문화,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기록원의 가치는 시민이 그 공간을 얼마나 유용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기록원과 비교도 될 것이다. 내가 알기론 서울의 건물공사는 늦었지만 훨씬 오래전부터 준비작업을 해왔다. 2016년부터 계속해온 ‘서울기록화’ 사업이 그것이다. 설립한 공적은 홍 지사에게 있지만, 이를 잘 운영해 자랑스러운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업적(業績)은 김경수 지사의 몫이 되길 바란다. 그날 심포지엄에서 보니 아직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빈약해 보여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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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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