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나향욱 파면과 안희정 제3 미투 반응에 대한 생각

김훤주 2018. 3.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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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향욱 파면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나향욱이 고위 관료로서 신문기자들에게 "민중은 개돼지"라고 발언한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그래도 파면은 지나치다는 요지였다. 1심과 2심에서 같은 판결이 나왔고 대법원에 가도 뒤집기 어렵다는 법무 판단에 따라 교육부가 상고를 포기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향욱이 파면당하는 순간에 이미 나와 있는 결론이었다. 당시 대중은 태산보다 더 크게 분노했다. 이를 가라앉히려면 파면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는 해도 해임도 아닌 파면은 처음부터 지나친 것이었다. 이전에 같은 언행을 상습으로 되풀이했거나 또는 다른 비위·부정까지 함께 저질렀다면 모르지만.


사람들 심정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나향욱에 대한 파면을 그대로 유지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 있다. 나도 멸시당한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 발언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함께 분노하고 개탄한다. 하지만 단 한 번 잘못으로 여론에 떠밀려 객관적으로 정해진 수준을 벗어나 인생 전체를 날려버리는 징계가 옳을 수는 없다.

이런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면 누구나 정도 이상으로 불이익을 강요 받을 가능성도 생겨 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에 걸맞게 처분이 내려지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고 대중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실제보다 크게 불리한 처분이 내려지면 문제다. 이렇게 본다면 나향욱 파면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요구는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제3미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2 미투가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이런 정도는 약과'라는 반응은 있을 수 있다 치자. 실제 달린 댓글은 그것보다 너무 멀리 나갔다. 댓글에서 제3미투 당사자는 인격살인을 당하고 있다. 대부분 댓글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인간으로 무슨 불순한 의도로 멀쩡한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제3미투 내용이 올해 들어 미투 운동을 폭발시킨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과 무엇이 크게 다른가? 내가 보기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이렇듯 크게 다르다


게다가 이번 제3미투가 지엽말단을 다루는 사소한 것도 아니다. 거기에는 심각하고 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안 전 지사의 평소 품행이 그러했음을 생생하게 알려준다. 2 미투로 세상에 알려진 성폭행이 절대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님을 증명하는 내용이다.


이 또한 내가 보기에는 제 발등을 제 손으로 찍는 격이다. 우리는 언제라도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 그 억울함을 세상에 대고 하소연하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 전 지사 제3미투에 대한 댓글을 떠올리면 누구도 선뜻 실행에 옮길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있는 억울한 사람에 대한 멸시와 혐오는 언젠가 비수가 되어 우리들 가슴에 꽂힐 수도 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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