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쥐를 잡자'는 시위, 과연 이게 최선입니까?

기록하는 사람 2017. 11. 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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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다 깜짝 놀랐다. 제목은 '매일 점심, MB 집앞 수상한 사람들 "쥐를 잡자, 찍찍!"'이었고, 부제는 '[현장]'쥐를 잡자 특공대' 8일째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서 1인 시위, 그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였다.


내용을 보니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쥐를 잡자 특공대'라는 단체가 생긴 모양이었다. 기사는 친절하게도 이 단체의 약칭을 '쥐특공대'로 명명해주고 있었다. <오마이뉴스> 뿐 아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이미 수십 건의 기사가 올라있다. 어떤 기사에는 시위현장에 등장한 '쥐덫' 사진도 첨부돼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명박을 쥐라고 칭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마우스(생쥐)를 끌고 다니며 이명박을 조롱했고 '쥐박이'라는 표현도 일상화했다. 심지어 2010년 6·2지방선거 때는 당시 진보정당이었던 민주노동당이 '쥐 잡는 고양이'를 공식 마스코트로 사용하기도 했다.


포털에서 검색해봤더니


그때 나는 민주노동당의 그 마스코트를 비판하는 입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호응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반박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내 입장은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판할 순 있지만, 용모에 빗대 쥐라고 조롱하는 것은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생김새 때문이 아니라 하는 짓이 쥐새끼 같아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는 반박성 해명도 올라왔다.


과연 그럴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가 노무현 전 대통령 얼굴을 코알라와 합성하는 게 나쁜 짓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동물에 빗대 비하하고 조롱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나는 자고로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비난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즉 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백인이 아니라 흑인이나 황인으로 태어난 것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여자로, 또는 남자로 태어난 것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잘 생긴 것도, 못 생긴 것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키가 작고 큰 것도 마찬가지. 그렇게 보면 키 작다고, 생김새가 어떤 동물과 닮았다고 놀리는 것도 인종 차별 혹은 장애인 차별이나 똑 같다.


작년 겨울 촛불집회 당시 박근혜가 여성이라는 점을 빗대 비난하는 행위가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건 차별의 문제고 인권의 문제다.


게다가 술자리 잡담도 아니고 명색이 시민단체나 정당이 그래선 더더욱 안 된다. 언론 또한 일베의 합성사진은 비판하면서 쥐 마스크를 쓴 '쥐특공대'의 시위와 쥐가 그려진 유인물과 손팻말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건 모순 아닌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심리전단이 노무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사진과 문성근-김여진 합성사진을 만들어 배포한 게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저열함과 치졸함에 경악했다.


물론 이명박의 부정과 비리, 정치공작은 명백하게 밝혀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그걸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명박 일당의 저열함과 치졸함까지 닮아선 안 되지 않는가.


※경남도민일보에 칼럼으로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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