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한국현대사

자유총연맹? 이런 단체를 왜 세금으로 지원 육성해야 하나

기록하는 사람 2017. 7. 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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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부산 어린이 전문서점 ‘책과 아이들’에서 열린 <제무시> 출간 기념 북토크쇼에 사회자 자격으로 다녀왔다. <제무시>는 김해지역 국민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학살대상자들을 산골짜기로 실어 나르던 GMC 트럭의 눈으로 아픈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는 그림동화책이다.


이 책을 쓴 임경섭 작가와 소설 <밤의 눈> 조갑상 작가, 그리고 내가 민간인학살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는데, 60여 명의 참석자 중 상당수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대규모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워했다.


실제 우리나라 사람들은 독일 나치의 유태인 학살,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일제의 관동대학살은 알지만 이승만 치하에서 벌어진 민간인학살은 대부분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책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현대사에 관심을 갖고 일부러 찾아보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모른다.


8일 부산 어린이 전문서점 '책과 아이들'에서 열렸던 '제무시' 북토크. @샂진 양진철


참석자들은 우리가 흔히 써왔던 ‘골로 간다’라는 말의 어원이 바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에서 비롯된, ‘골짜기로 끌고 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린다’는 뜻이라는 설명에도 “아!”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민주공화국이자 법치국가에서 아무런 재판 절차도 없이 수십만 명의 국민을 죽여 버리는 가공할 일이 가능했던 것은 ‘빨갱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낸 프레임이라는 말도 나왔다. ‘빨갱이’ 딱지만 붙이면 ‘죽여도 되는 사람’이라는 집단최면을 이승만 정권이 걸어놨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살을 수행한 군인이나 경찰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일 수 있었다는 말이다. 유태인학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에게 관찰된 ‘악의 평범성’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이야기는 뒤풀이 자리까지 이어졌다.


“무서운 것은 지금도 우익단체 집회에서 ‘빨갱이는 다 죽여야 한다’는 구호가 스스럼없이 나온다는 겁니다. 서울 한복판 공개적인 자리에서….”


학살은 육군 정보국 특무대가 주도했지만, 일선에선 군인과 경찰, 그리고 대한청년단과 민보단 등 관변 우익단체들이 직접 수행했다. 대한청년단은 200만 명의 단원이 전국 읍면동까지 조직체계를 갖춘 이승만 친위조직이었다. 민보단 역시 이승만의 지시로 만든 경찰의 보조단체로 무기까지 소지한 준군사조직이었다. 이후 이들 단체는 1954년 반공연맹으로 바뀌었다가 1989년 한국자유총연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알려진대로 자유총연맹은 최근까지도 박근혜 정권의 사주를 받아 관제데모를 열어온 단체다. 350만 회원, 17개 시도 지부와 235개 시군구 지부, 3500개 읍면동 지도위원회, 235개 청년회, 235개 부녀회와 460여 특별지부, 130개 대학건전동아리를 거느린 대규모 조직이다.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간 100억여 원의 예산 지원도 받는다. 김경재 회장은 월 900만 원을 대외업무수당으로 가져간다. 박정희가 만든 새마을운동, 전두환이 만든 바르게살기도 ‘조직육성법’에 따라 예산을 받는다. 사업비뿐 아니라 조직운영비까지 지원된다.


바로 이거다. 대한민국 적폐 1호! 왜 이런 단체를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고 육성해야 하나. 단체를 강제해산시킬 순 없어도 세금 지원만큼은 없애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이들을 정리하기 보다 새로운 관변조직 ‘제2건국위원회’와 ‘지역혁신협의회’를 만들어 지역토호를 포섭하려다 실패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못한 일, 문재인 정부는 꼭 해야 한다. 더 이상 관변단체를 정권의 친위조직으로 이용해먹겠다는 욕심을 끊어야 한다. 뿌리는 바뀌지 않는다.


※10일자 경남도민일보 칼럼으로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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