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빙 필자의 글/박영주의 사진과 역사 이야기

주기철 목사를 항일독립운동가로 부르는 게 옳을까

기록하는 사람 2017. 2.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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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의 '주기철 목사 성지순례길' 안내판 유감

지난 일요일 근한달여 만에 무학산에 갔다. 등산로 초입 백운사 앞에 그동안 못보던 게 있어 보니 창원시에서 세운 ‘주기철 목사 성지순례길’ 안내판이다. 그런 길이 생겼나?

그 옆에는 ‘십자바위 1.4km’라 적힌 이정표도 있다. ‘주기철 일사각오의 길’이란 이름의 안내판에는 “항일독립운동가인 주기철목사가 마산문창교회에서 목회 활동시 매일 밤을 지새우며 눈물로 기도했던 장소이다.”라는 설명이 우리말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적혀 있다.

그런데 한번더 읽어보니 유감이 생기는 안내문이다. 우선 ‘항일독립운동가’인 주기철 목사가 “매일 밤을 지새우며 눈물로 기도했다”는데 그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 내용을 알기에는 한참 설명이 부족하다. 왜 매일 밤을 지새우고 무엇을 위해 눈물로 기도를 했다는 말일까? ‘문창교회 100년사’에는 주기철 목사가 문창교회에서 시무할 때 종종 무학산에 올라 기도하며 설교를 준비했으며, 십자바위라는 곳이 기도하던 장소라는 일설이 있다는 정도로만 나온다.

또 주기철 목사 이름 앞에 ‘항일독립운동가’라 붙이는 게 과연 적절한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가 웅천의 3.1운동에 참여하였고 신사참배 반대운동으로 일제의 감옥에서 옥사하여 정부에서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민족주의자로서 일제에 항거했다기 보다는 비타협적인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더 철저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가 부산 초량교회에서 전임자가 해오던 독립자금 지원을 중단시킨 일이나 신천기철(新川基徹)이라고 창씨개명을 한 사실을 들어 그의 삶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기철 목사 성지순례길’이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행적을 기념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사실을 바탕으로 적확하게 평가하고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쓴이 : 박영주(경남대학교 박물관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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