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도천진짜순대는 본점보다 창녕점이 낫다

김훤주 2016. 8. 21. 11:41
반응형

도천진짜순대에서 ‘도천’은 창녕군 도천면을 뜻합니다. 도천진짜순대 본점은 도천면 소재지에 있습니다. 원래는 허름한 시골 촌집이었는데 2009년인가 완전 신식 양식으로 깨끗하게 바뀌었습니다. 

시골 마을에서 시작한 음식점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기는 쉽지 않다는 면에서 저는 도천진짜순대를 최대한 존중합니다. 게다가 제 고향이 창녕이고 그에 대한 애정도 있어서 팔이 안으로 굽는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천진짜순대는 바뀌어야 할 면이 있습니다. 저는 음식을 두고 까탈스럽게 구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식당들의 손님 접대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는 편도 아닙니다. 보통 음식점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수준이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사 정덕수님 사진. 아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도천진짜순대에서는 제가 모멸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손님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도천진짜순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기 찾아오는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맛있는 순대를 만들어 당신네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까 손님들은 우리한테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는 그런 태도가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 같은 손님 하나 찾아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는 손님이 많다는 그런 자세도 느껴집니다. 

하나는 이렇습니다. 2010년인가 거기로 손님들을 모시고 찾아가 점심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무언가 반찬이 모자라 자리에 일어나 가지고 왔습니다.(반찬 추가는 ‘셀프’거든요.) 그런데 일행 가운데 다른 한 분도 똑같이 생각한 모양으로 제가 갖고 온 반찬을 똑같이 가져다 놓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제가 가져온 반찬을 도로 갖다놓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종업원이 가로막더군요. “손님, 먹던 반찬을 도로 갖다 부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이것 젓가락도 한 번 대지 않았는데요.” 

그랬더니 짜증이 난다는 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보면 먹던 반찬을 섞는 것으로 보이잖아요!” 그러면서 제게서 반찬이 담긴 접시를 빼앗다시피 낚아채어 갔습니다. 저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다른 두 가지 기억은 이번에도 저번에도 겪었던 것입니다. 하나는 11시30분 이전에는 식당에 손님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착한 시각이 11시20분 어름이었습니다. 들어갔더니 앞에는 ‘11시30분부터 손님을 받는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 물어보았습니다. 식당 안에 주인도 종업원도 보이지 않아서 이리저리 찾아다닌 끝에 사람을 잡고 물었던 것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안 됩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습니다. “예, 맞은편 대기실에서 기다려 주세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이게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들어가 앉아 있는다고 어디가 탈나고 덧나나요?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렇게 해서 나는 탈이나 덧은 없습니다. 오로지 자기네 편의만 생각하는 것으로 저는 여깁니다.

또하나,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주말에는 예약을 받지 않는 도천진짜순대 본점입니다. 찾아오는 사람이 넘쳐나니까 예약 따위는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오만함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물론 어쩌면 예약 않고 찾아오는 손님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 봅니다. 대접해야 할 손님이 10명 가까이 됩니다. 뙤약볕 아래서든 아니든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는 귀한 손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약이 안 됩니다. 그러면 이런 손님들 모시고 도천진짜순대 본점 앞에 있는 대기 건물 안에 들어가 함께 기다려야 할까요? 

물론 이런 것은 도천진짜순대 본점의 운영방침이니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다만 저는 그런 경영방침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고 그러면 안 좋더라 하는 얘기를 하는 수준이니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7월에 창녕 관광지 블로거 팸투어를 하면서 도천순대가 창녕 명물이니 어지간하면 본점에서 블로거들 대접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가 물었더니 마찬가지 대답이었습니다. “17일 일요일은 주말이라 예약이 안 되는데요.”하는 것이지요. 

도천진짜순대 창녕점. 읍내 화왕산 들머리에 있습니다.

저는 두 번 묻지도 않고 바로 돌아나왔습니다. “알았습니다.” 저는 다시는 도천진짜순대 본점에는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창녕점에 가서 물었습니다. “일요일 예약됩니까?” “당연히 되지요. 몇 분이나요?” “열다섯이요.” “예, 알았습니다. 당일 오실 때 미리 연락주세요.” 

그러고는 본점과 관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본점에서 가져오는 것은 무엇이지요?” “순대와 순대 관련한 양념입니다.” “다른 반찬까지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다른 반찬은 자체적으로 마련합니다.”  

우리는 17일 점심을 도천진짜순대 창녕점에서 먹었습니다. 블로거들이 모두 맛이 좋다면서 배불리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껍질은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서 좋고, 속은 딱딱하거나 억세지 않고 부드러워서 좋다고 했습니다. 

제가 순대에 대해서는 좀 둔한 편인지 그때까지는 그냥 크게 그런 구분을 못하면서 먹었는데요, 그렇게 듣고 먹어보니 과연 그러했습니다. 다른 가게 음식점이나 길거리 순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격이 달랐습니다. 이렇듯 본점 순대와 창녕점 순대가 맛이 차이가 없고 좋으면 그만입니다. 

게다가 창녕점은 김치나 따위 자체 장만한 반찬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천대 받으면서까지 굳이 본점을 찾아 먹을 까닭이 없는 도천진짜순대입니다.(창녕점은 반찬 추가도 본점과 달리 '셀프'가 아니었습니다.) 창녕점 아니라도 어디든 도천진짜순대이기만 하다면 나쁠 까닭이 없지 싶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