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고영주 이사장, 저를 고소하시지요

김훤주 2015. 11. 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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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제가 얘기한 바들을 두고 비방이고 음해라 얘기한 모양입니다. <미디어스>를 비롯해 몇몇 매체에서 다뤘지 싶은데 <뉴스코리아>가 가장 자세한 것 같습니다. <뉴스코리아> 11월 4일치 “야권 ‘고영주 때리기’ 의혹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뒷부분에 나오는데요, 소제목은 고영주 이사장 발언을 따서 이렇게 달았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 주장은 비방과 음해”. 이어지는 기사를 그대로 끌어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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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사장이 지난 1985년 공안검사 시절 ‘일보전진’이란 단행본을 펴낸 한 대학 언론출판연합체 회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면서 진술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남도민일보의 김훤주 기자가 이 같은 주장을 한 당사자로, 그는 고 이사장이 지난 달 국감에서 부림사건 피의자를 여관에서 불법적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여관에서 당사자 동의 아래 합숙하면서 수사했을 것”이라고 밝히자, 8일 자신의 블로그에 <고영주가 말한 ‘당사자 동의 합숙 수사’의 실상>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이 경찰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등 불법적인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에서 “저는 1985년 7월 시골 고향집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까만 승용차를 타고 온 네 명이었습니다. 한 명은 운전하고 한 명은 조수석에 앉고 다른 두 명은 뒷자리 한가운데 저를 태운 다음 양옆에서 저를 끼고 앉았습니다"라면서 "그이들은 저더러 고개를 깊이 숙여 바깥을 보지 못하도록 했는데요, 그렇게 해서 끌려간 데가 처음에는 서울 어느 한 경찰서였습니다. 거기서 구둣발과 주먹으로 좀 얻어맞은 다음 끌려간 데가 말하자면 고영주 이사장이 입에 올린 ‘여관’이었습니다"라고 회상하는 등, 자신이 경찰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여관에서 불법적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 등 일부 매체는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제목과 기사 내용에 고 이사장이 당시 수사를 하면서 마치 불법구타나 감금행위에 가담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듯 묘사했다.    


그러나 고영주 이사장은 이에 대해서도 “완벽한 음해와 비방”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 이사장은 4일 통화에서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내게서 1985년경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경찰에서 7일 동안 조사받으며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식으로 발표하고 마치 내가 고문에 관여한 것처럼 비방했는데 완전한 음해”라며 “그 사건은 내가 직접 인지 구속한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에서 피의자를 조사할 수가 없었다. 경찰은 지명수배된 피의자를 검거해 바로 검찰에 인치했기 때문에 피의자를 상대로 엄문할 이유도 시간도 없었던 사건”이라고 했다.    


고 이사장은 “경찰은 피의자를 붙잡아 내게 인계한 것뿐이다. 경상도에서 피의자를 붙잡아오는데 시간이 걸려서 하루쯤 숙박했는지 몰라도, 그건 또 내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경찰에서 조사하는 건 있을 수가 없다”며 “경찰이 내가 뭘 알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조사하나. 경찰조사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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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코리아>에 나오는 고영주 이사장 발언대로, 경찰은 저를 상대로 수사 또는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 또한 제가 경찰한테 수사 또는 조사를 받았다고 글쓴 적도 말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폭행과 감금을 당했을 따름이고 제 글 또한 그런 내용이 전부입니다. 


(짚어두자면 ‘경상도에서 피의자를 붙잡아 오는데 시간이 걸려서 하루쯤 숙박’하는 경찰관은 없습니다. 차도 없고 길도 끊겼다면 몰라도 말씀입니다. 그런 상황은 영화에나 나옵니다. 또 제가 붙잡힌 고향에서 서울까지는 그 때도 다섯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 블로그글 “고영주가 말한 ‘당사자 동의 합숙 수사’의 실상”에서도 저는 다만 △경찰한테 두어 시간 맞았다, △유치장이 아닌 여관방에 갇혔다, △경찰관은 동의 여부를 묻지도 않았다, △여관방에서 제 손목에는 수갑이 일상적으로 채워져 있었다, △밤에 잠잘 때는 경찰관이 속옷을 벗겨 자기네들이 깔고 잤다, 고만 적었을 뿐입니다. 


물론 ‘수사’라는 말을 쓴 적은 있습니다. 이렇게요. “제가 여관에서 경찰과 같이 자면서 수사를 받는 데 동의를 했다면 ‘아, 이 친구가 몰래 도망칠 수도 있지!’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을 테고, 그렇다면 잘 때도 제게 수갑을 채우거나 옷을 벗겨 깔고 잔다든지 하는 일 또한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적었을까요? 고영주 이사장은 경찰이 수사·조사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모양이지만, 저를 비롯한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저는 봅니다. 경찰관에게 끌려갔느냐 아니냐, 경찰에서 폭행을 당했느냐 아니냐, 법률로 정한 구금 장소가 아닌 여관방에 감금됐느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고영주 이사장이 말씀한대로 경찰이 저를 조사 또는 수사하지 않았더라도 저를 폭행·감금하는 주체가 될 수는 있었던 것입니다. 또 경찰이 폭행하고 불법 감금했다면 그렇게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경찰이 무언가를 캐내려고 수사하느라 그런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고영주 이사장은 경찰이 수사·조사하지 않으면 폭행이나 불법 감금도 하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싶은 모양인데요, 당시 실정을 알면서 이렇게 말한다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으로 우기는 것이 되고 당시 실정을 진짜 몰라서 이렇게 말한다면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이라는 검사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이와 더불어 고영주 이사장은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내게서 1985년경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 당시 경찰에서 7일 동안 조사받으며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식으로 발표하고 마치 내가 고문에 관여한 것처럼 비방했는데 완전한 음해”라고도 말했습니다. 


먼저 제가 당한 폭행을 두고 ‘가혹행위’라거나 ‘고문’이라고 말한 적이 여태껏 한 번도 없었음을 밝혀둡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가혹행위나 고문은 폭행 이상으로 그 너머에 존재하는 살떨리는 무엇이었습니다. 



부림 같은 조직사건으로 20일 넘게 행방불명인 상태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거나 80년대 청년운동을 이끌었던 김근태 선생처럼 상처가 아물어도 피딱지가 앉도록은 당했다거나 해야지 가혹행위나 고문이라는 말에 어울립니다. 


당시 학생운동의 끄트머리에 있었던 ‘일개 피라미’밖에 안되는 저 같은 존재가 두어 시간 경찰한테 얻어터진 것은 그냥 폭행이었을 뿐이지 가혹행위나 고문이라는 낱말과는 전혀 걸맞지 않은 상황인 것입니다. 


고영주 이사장은 그러면서 제 발언을 두고 ‘비방’이고 ‘음해’라 했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잘라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있었던 일을 있었던 그대로 밝히는 것도 ‘법률적으로’ 비방이나 음해가 될 수 있는지요? 


저는 제 발언이 헐뜯어 말하는 ‘비방’도 아니고 응큼하게 남을 해코지하는 ‘음해’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만 제가 당한 폭행과 불법 감금에 대해 ‘사실 적시’를 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데는 다른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무엇을 바라고 쓰는 글도 아닙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적어 남겨야 한다고 여길 따름입니다. 이렇게 써서 남기지 않으면, 고영주 이사장이 말한 ‘주장’-사실과 다른-이 나중에 세월이 흐른 뒤 ‘사실’로 굳어질까봐 두려울 뿐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그동안 글과 말을 통해 밝힌 바를 두고 본인에 대한 비방 또는 음해라고 고영주 이사장께서 보신다면, 저를 고소하시기 바랍니다. 비방이나 음해는 형법상 처벌 대상이기도 하거니와, 그렇게 해서라도 사실 여부는 가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별것 아니지만 하나만 묻고 싶습니다. 고영주 이사장은 앞서 ‘당시 부림사건 피해자들을 여관방에 가둔 것은 잘못’이라는 국회의원들 지적에 맞서 ‘당사자 동의가 있었으므로 문제없다’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저는 블로그글 “고영주가 말한 ‘당사자 동의 합숙 수사’의 실상”에서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유치장·구치소·교도소 등 법률로 정한 데가 아닌 장소에 가두면 당사자 동의를 얻든 않든 모두 불법’이라 했습니다. 하나는 틀리고 다른 하나는 맞을 텐데요. 보시기에 제 소견이 틀렸는지 어떤지 여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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