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유물들 국립중앙박물관에

뺏어간 유산 돌려달라 목소리 내야 


서울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있습니다. 여기에 가야 우리 문화유산 전체를 제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전국 각지 출신 문화유산들이 산더미처럼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수도권 사람에게만 좋은 일입니다. 


전시되는 지역 유물도 많지만 햇볕 한 번 못 본 지역 유물도 많습니다. 1965년 창녕 술정리동삼층석탑(국보 제34호)을 해체 수리할 때 나온 사리기·사리병 등도 여기 들어갔습니다. 


2000년대 들어 수장고 어디 있는지 한동안 찾지 못했을 정도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도 많아서 어디에 무엇이 처박혀 있는지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2005년 창녕 부곡면 비봉리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 유물도 여기 들어갔습니다. 통나무배, 멧돼지가 그려진 토기, 망태기 등입니다. 8000년 남짓한 세월을 견디고 당대 생활상을 우리한테 알려주는 것들입니다. 


국립김해박물관.


특히 통나무배는 돌조각 말고는 연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불을 지피고 속을 파내어 만들었습니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 유물이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2003년 창녕 말흘리에서는 쇠솥이 하나 땅에서 나왔습니다. 향로·금동판·구슬 등이 500개가량 들어 있었습니다. 통일신라시대 불교 장식공예품인데요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다 가져갔습니다. 


창녕 말흘리 출토 병향로와 열쇠 꾸러미. 연합뉴스 사진.


이처럼 고급스러운 물건이 '수도권'(경주)이 아니라 비수도권에서 출토됐다는 점에서 1200년 전 창녕 지역의 독자적 문화 역량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작지 않지만, 결국 '수도권'으로 끌려갔습니다. 


의령에도 비슷한 보기가 있습니다. 금동연가7년명여래입상입니다. 1963년 의령 대의면에서 발굴됐고 이듬해 국보 제119호로 지정됐습니다. 신라·백제가 아닌 고구려 불상으로 그 지배력이 미치지 않았던 한반도 남쪽에서 보기 드물게 출토됐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금동연가7년명여래입상.


문화재청 자료 사진.


불상을 만든 까닭과 시기까지 새겨져 있어서 당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의령박물관을 찾아갔었는데요, 거기서는 모조품도 아니고 복사용지에 인쇄된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창원 봉림사지에 있던 진경대사탑과 진경대사탑비도 국립중앙박물관에 끌려가 있습니다. 탑은 보물 제362호, 탑비는 제363호입니다. 일제강점기 1919년 절터에서 경복궁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아마도 일본 '내지'로 빼내갈 심산이 아니었을까요. 


문화재청 자료 사진.


문화재청 자료 사진.


조선총독부박물관은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前身)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에 있을 때는 이 탑과 비가 경내 뜨락에 있었습니다. 용산으로 옮긴 뒤 2014년에 가서 찾아봤으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덩치가 커서 수장고에 넣지는 않았을 것 같고, 아마 더욱 초라한 한구석에 앉혔지 싶습니다. 


창원 동읍 다호리고분군에서 나온 통나무 널(목곽)도 마찬가지 신세입니다. 부채 붓 긁개 등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지고 말았습니다. 진품을 보려면 거기까지 가야 하는 것입니다. 창원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국립김해박물관에서 그 모조품을 전시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국립김해박물관에 있는 창원 다호리고분군 통나무널 모조품.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창원 다호리고분군 통나무널 진품.


물론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됐는지도 따져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이런 '중앙 집중'을 벗어나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을 먼저 서둘러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재는 원래 자리에 있어야 더 살아나는 법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그동안 지역 문화재들을 챙기고 값어치를 매겨준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전체로 보면 푸대접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끌려간 지역 유물들은 모두 해당 지역을 대표하고도 남음이 넉넉한 문화유산들이랍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절대 스스로 알아서 내어놓지 않습니다. 프랑스를 향해서는 빼앗아간 <직지심체요절>을 돌려달라 소리지를 줄은 압니다. 하지만, 자기네가 가져간 지역문화유산들도 <직지심체요절>과 경우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인정할 줄은 모릅니다. 


해당 지역들이 나서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뜻을 모으고 실력을 쌓으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김훤주 


※ 11월 3일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칼럼에 내용을 조금더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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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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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04 09: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5.11.05 1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그런데 자치단체들이 그에 걸맞은 준비를 전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도 있는 줄로 저는 압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