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후마니타스)의 작가 서형이 이번엔 조현오를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허위발언'으로 8개월 징역을 살고 나온 바로 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다.


서형 작가는 사법피해자 취재를 전문으로 해왔다. 취재 중 조현오 전 청장의 다른 면에 대해 듣게 되었고, 그의 진면목을 취재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조현오'라는 이름 석자는 차명계좌 발언 하나만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 있는 사람. 이명박 정부의 경찰청장이었다는 것으로도 다른 쪽 진영에선 공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몇몇 매체에 연재를 타진해보았으나 모두 난감한 기색으로 거절했다. 그러나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은 그런 세간의 시선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글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니까. 근거없는 비난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만 아니라면 이 블로그는 글쓰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편집자 김주완]



[구겨진 제복]16화. 대한민국 마당발 이철규와 조현오


2005년 1월 27일 경찰청장 허준영은 조현오를 경무관으로 승진시켜 경찰청 외사관리관으로 발령 낸다. 외사관리관실은 1과에서 3과까지 있다. 외사1과는 외사기획 국제협력, 2과는 외사정보, 3과는 외사수사로 나뉜다. 허준영은 2월 3일 총경 인사를 단행하며 외사1과장 자리를 잠시 비워두라고 지시한다. 그 자리는 2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와 법정투쟁을 거쳐 무죄 판결을 받고 나오는 총경 몫이라고 했다. 그 총경이 이철규였다.


강원도 출신인 이철규는 1981년 간부 후보 29기 출신으로 입학, 졸업을 수석으로 장식한 인재였다. 하지만 경찰 공직 생활은 자괴감과 함께 출발했다. 나이 든 경찰간부들이 젊은 검사를 모시는 모습을 접했고, 검찰은 요즘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힘든 요구를 하며 경찰을 통제했다. 1997년 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설때 이철규는 혜화경찰서 정보과장이었다.


경정 신분인 이철규는 정권인수위원회에 파견된다. 당시 김대중이 내세운 공약 중에는 '경찰 수사 독자성 보장'도 있었다. 경찰청이 ‘경찰수사의 독자성 보장’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는 걸 검찰은 막아야했다. 하지만 경찰 지휘부가 과거와 달리 강력하게 추진하자, 얼마 후 경찰청 정보국장인 박희원과 특수수사과장인 박정원이 검찰에 구속된다. 경찰은 '수사권독립 요구에 대한 표적수사'라고 반발했으나 추진동력은 이내 소멸됐다.


이철규는 1998년 총경으로 승진했고, 2002년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는 안산경찰서장에서 자리를 옮겨 분당경찰서 서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 즈음 참여정부가 법무부 장관으로 강금실을 임명하자 검찰은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2003년 3월 9일 평검사들은 대통령 노무현과 공개토론에서 맞장을 떴다. 그리고 검찰총장 김각영은 그날 대통령 비난 성명을 내고 사퇴한다.


3월 17일 검찰은 '권력형 비리 전담 수사기구'를 신설을 발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3월 30일 분당경찰서장 이철규가 수뢰혐의로 구속된다. 2001년 안산서장 때 공사 비리 관련 진정이 들어온 사건을 2000만 원을 받고 무마했다는 혐의였다. 검찰은 뇌물을 주었다는 심 모씨 진술 말고는 어떤 증거도 없었다. 심 씨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다. 당시 서울대병원 기록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경찰서장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허위자백을 강요받고 2번 졸도하면서 사람을 못 알아보는 증상이 재발하였다'.



이처럼 검찰에서 허위자백만 받아내면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참여정부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형사소송법 312조를 손보려 했다. 하지만, 검찰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은 흐지부지됐다.


이철규는 2005년 5월 10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고 사흘 뒤 경찰청 외사1과장으로 복귀한다. 당시 허준영은 조현오에게 몇 가지 과제를 맡겼다. 그 중에 하나가 외사관리관실을 외사국으로 승격시키고 20명인 해외 주재관을 50명으로 증원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주재관은 계급이 어느 정도 있어야했다. 경찰 계급은 전 세계가 비슷하다. 계급에 대한 존중도 마찬가지다. 직급이 있는 경찰이 외국으로 나가야 그 나라에서 직급이 있는 경찰을 만날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그만큼 쉽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가 김선일 씨를 살해하면서 해외 교민과 여행객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재외국민보호'처럼 문서에나 채울 논리가 아니다. 바로 결정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이다. 외사국 증원 1차 관문은 ‘외교부 영사국’이었다. 외교부가 필요성을 동의해야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 정원을 결정하며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편성한다. 물론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 역시 만만찮다. 두 부처 모두 습관적인 칼질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철규 과장은 조현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조현오는 훗날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철규처럼 못한다"고 회상했다. 조현오는 이철규가 장담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 마당발'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이철규를 곁에서 지켜본 직원들은 그가 중앙부처를 드나들면서 관련 공무원 설득에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한 공무원 아버지가 경주에 산다는 얘기를 들은 이철규는 그 지역 서장에게 따로 부탁했다. 그러면 서장은 공무원 아버지를 찾아가 "아들이 경찰을 위해 애써 주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또  이철규는 또 부모님이 일찍 사망해 형에게 키워 졌다는 기재부 공무원 얘기도 듣는다. 마침 그 형은 경찰공무원이고, 기재부 공무원은 전경 출신이었다. 이철규는 기재부 담당공무원이 전경으로 근무했던 부대장 신상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 부대장과 함께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조현오는 허준영이 이철규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철규는 상관이 원하는 부분을 해결 할 줄 알았다. 허준영은 경찰 생활을 하면서 외교관 출신이 느끼는 갈증이 있었다. 어느 날 이철규가 허준영에게 말했다.


"앨빈 토플러가 한국에 왔는데 경찰청으로 방문하도록 할 테니 한 번 만나 보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경찰청에 외빈이 오는 일은 많지가 않다. 리언 러포트 사령관이 허준영을 용산 미국기지에 공식 초청한 것에 대한 답례로 경찰청이 리언 러포트 사령관을 초대한 적은 있었다. 조현오는 리언 러포트 사령관 앞에서 PPT 화면을 가리키며 경찰업무를 영어로 브리핑 했다. 허준영은 조현오에게 앨빈 토플러 부부가 경찰청에 오니 배석하라고 지시한다. 앨빈 토플러는 이미 8일 동안 한국 방문 일정을 빽빽하게 짜놓았다. 하지만, 이철규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앨빈 토플러가 출국 직전 경찰청을 방문하도록 일정을 변경시켰다.



2005년 9월 중국 북경에서 허준영과 중국 공안부장 저우융캉이 만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3일 앞두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회담일정을 변경했다. 공안부장이 바쁘니 공안부 상무부부장을 만나라는 것이다. 연유를 알아보니 일정 탓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기관에서 중국 측에 한국 경찰청장은 차관급이라 중국의 부총리급인 공안부장이 직접 대화 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다고 훼방을 놓았다는 말이 나돌았다.


한국은 경찰청이 행정자치부 소속이다. 법무부 장관이 지휘하는 검찰총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지만, 경찰청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허준영과 조현오는 중국에 구걸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면담은 이뤄져야 했다. 주한중국대사를 통해 중국 공안에 항의를 전하도록 했고 비공식 라인으로 등소평 장남인 덩푸팡과 접촉했다. 이철규는 덩푸팡을 잘 아는 사람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허준영은 한국 경찰청장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공안부장과 회담하고 공안부 주관으로 조어대에서 만찬을 한다. 조어대는 금나라 장종 황제가 낚시를 즐겼다는 곳으로 지금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외국 국빈 공식 연회장이다. 허준영은 또 그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인터폴 국제회의에서 대표 발표를 한다. 그때 허준영을 수행한 조현오는 2010년 8월 경찰청장이 됐다.


그동안 이철규는 경무관으로 승진해 강원도 차장 등을 지냈고, 2010년 초 치안감으로 승진해 충북청장으로 있었다. 조현오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열정과 여야를 설득할 수 있는 정보국장이 필요했다.그래서 충북청장이던 이철규를 정보국장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2011년 6월 경찰의 수사개시, 진행권을 보장한 형사소송법이 국회에서 통과 된다.


2011년 초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을 무렵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여러 저축은행들이 한꺼번에 영업정지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제대로 된 심사 과정 없이 부동산 등 위험 부담이 큰 사업에 무분별한 대출을 해주다가 부실채권을 떠안으면서 사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 감독이 소홀해 이 같은 부실을 키웠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조현오는 정보국장에게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국회는 저축은행 사태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했다. 국세청, 감사원 등 기관장들이 불려나왔다. 경찰도 예외일 수 없었다. 보통 국회의원이 다그치면 기관장은 저자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현오는 오히려 검찰 수사지휘를 문제 삼았다.


"2005년 10월 부산저축은행에서 발생한 575억 원 규모 부당 대출을 수사했는데 경찰은 관련자 8명을 전원 구속 의견으로 보냈지만 검찰이 1명만 구속의견으로 송치하도록 했다. 또 2007년 12월에도 검찰은 보해저축은행 부당대출 건을 불기소하라고 수사지휘를 했다."


저축은행 사태는 더욱 악화했다. 2011년 9월 18일 제일, 프라임, 에이스, 토마토, 파랑새 등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영업정지를 당한다. 여론은 빠르게 악화했다. 검찰은 9월 2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을 꾸린다. 그리고 10월 14일 제일저축은행 회장인 유동천을 구속 기소한다.


유동천은 강원도 출신으로 이철규 고향 중, 고교 선배였다. 검찰은 파랑새저축은행 대표, 토마토저축은행 대주주, 에이스은행 차주, 프라임 저축은행 대표 등을 잇달아 잡아들인다. 이철규는 11월 11일 치안정감인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승진했으나, 이듬해 2월 말, 검찰은 유동천에게 4000만 원을 받고 경찰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이철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다. 이철규는 3월 1일 구속됐다. 2012년 10월 19일 1심 법원은 이철규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검찰은 바로 항소했다. 이철규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3년 초, 검찰청 출입기자에게 연락을 받는다.


“이철규 청장님 혹시 (강원도) 원주별장에 가본 적 있습니까?”


기자는 검찰청 기자실에 검사가 들어와 먼저 말을 꺼냈다고 했다. 강원도 원주별장 성접대 사건은 2013년 1월에 시작됐다. 김학의 당시 법무부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소유인 원주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는데 이를 촬영한 동영상이 있다는 첩보를 경찰이 입수한 것이다. 바로 조현오가 만든 경찰청 범죄정보과였다.


범죄정보과가 수집한 정보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특수수사과, 각 지방경찰청 수사과 등에 이첩돼 내사 또는 수사로 이어지게 된다. 김광준 검사 비리 사건에 이어 두 번째였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은 3월 21일 사퇴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카카오톡과 트위터에 성접대 리스트가 나돌았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비롯해 실명 10명이 적혀 있었다. 리스트에는 대한민국 마당발인 이철규도 모르는 이가 있었다. 바로 건설업자 윤중천이었다.


리스트 10명 중 4명은 모두 강원도에서 근무했던 경찰 전직 수뇌부급들이었다. 네티즌들은 성접대 명단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경찰을 비난했다. 이철규처럼 강원지방경찰청 차장을 지냈던 허준영은 “사실이면 할복자살하겠다”고 받아쳤다.


이철규는 이를 유포한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정보국장 출신인 이철규가 보기에 이러한 명단은 네티즌이 유포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쏠리는 비난을 경찰에 돌려서 초점을 흐리게 하려는 것으로 판단됐다. 경찰은 리스트를 최초 생산한 사람은 못 찾아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검찰은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을 특정하지도 못했다. 검찰은 동영상 화질이 좋지 않아 알아볼 수가 없다며 김학의 등을 무혐의 처분한다. 얼마 뒤에 원주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나서서 성폭력 혐의로 김학의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김학의를 다시 무혐의 처분한다.

 

2013년 10월 31일 대법원은 제일저축은행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 이철규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다. 하지만 이 뉴스는 ‘원주별장 성 접대 리스트’에 묻힌다. 법원은 제일저축은행 회장인 유동천이 한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심스러운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2008년 서울 청담동 고급 한정식집에서 조현오, 이철규와 식사를 했다는 부분이 있다. 2008년 조현오는 부산지방경찰청장이었는데, 통상 자기 관할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했다. 조현오는 이철규에게 2008년 서울에 온 적이 없다는 확인서를 하나 써준다.



하지만 조현오는 유동천보다 더한 ‘대한민국 거짓말쟁이’로 전락했다. 조현오는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이던 임경묵에게 그 내용을 들었다고 지목했다. 하지만 임경묵은 재판에 나와서 조현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임경묵이 한 진술을 받아들여 조현오가 ‘차명계좌 발언’을 지어낸 것으로 판단했다. 조현오는 2013년 9월 26일 서울구치소에 재구속됐다. 조현오 재판에 참석했던 전직 형사과장은 판결에 유감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노인네들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 하겠어요? 학교 다닐 때 영어단어 외우던 이야기를 하겠어요? 시국 이야기만 합니다. 그거 해야 재미있고. 임경묵 씨가 서울청장을 만나려면 그 이상 정보가 있어야 대화가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 개연성을 고려해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조현오는 지휘관 시절 관할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부산청장 시절에는 서울로 온 적이 없었고 경기지방경찰청장 시절에도 서울 땅을 밟은 적이 없다고 했다. 경기지방경찰청장 시절 주변 사람들은 차기 경찰청장이 되려면 서울에서 권력층을 만나야 한다며 조현오에게 서울 방문을 권했지만 원칙을 지켰다고 했다. 조현오가 서울지방청장이 돼서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임경묵이다.



자기 정보력을 화려한 언변으로 펼쳐놓는 사람을 늘 봤다면 허풍과 과장을 솎아낼 감각이 있을 테지만 초보자 조현오는 마냥 귀가 솔깃했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을 모조리 기억에 새기고자 했다. 이와 비슷한 감탄은 1998년 경남지방청 경비과장 시절에도 있었다.


(다음17화- 경찰청장 지휘권)


서형작가  연락처 seohyung224@gmail.com  /블로그 4day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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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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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영박 2015.10.13 0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괸할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걸 입증할만한 얘기릉 써줘야 신뢰가 가죠. 일방적 주장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