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개교기념일을 학장 생일로 바꾼 대학

김훤주 2008. 7. 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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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개교기념일을 그냥 바꿔버린 대학이 있다는 얘기를 어제 처음 들었습니다. 개교기념일은 제가 알기로는 학교가 태어난 학교 생일입니다.

생일은 함부로 바꿀 수 있는 그런 날이 아닙니다. 처음 정할 때 실제 태어난 날과 다르게 했다든지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생일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개교기념일을 왜 바꿨을까 알아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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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 창신대학입니다. 까닭이 궁금해 창신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2006. 4. 1 개교 제15주년 기념일(종전 9월 24일에서 교무회의 의결로 변경)”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4월 1일에 크고 중요한 일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나 훑어봤지만 아니었습니다. 창신대학이 최근 캠퍼스를 옮겼다는 기억이 저한테 남아 있어서 관련 기록도 찾았으나 없었습니다.

캠퍼스 이전은 2003년 9월 1일이고 준공식은 같은 해 10월 28일, 상량식은 한 해 전 10월 5일이었습니다. 기공식은 2001년 8월 13일(건축)과 2000년 1월 15일(토목)이었습니다.

4월 1일과는 거리가 한참 먼 셈입니다. 그러면 처음 개교할 때 바로잡아야 하는 무언가가 있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찾아봤습니다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원래 개교기념일은 1990년 창신전문대학 예비 인가를 받은 날이더군요. 그러면 본인가가 4월 1일인가 짐작했는데 이 또한 같은 해 12월 19일이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원래 교명이던 창신전문대학을 창신대학으로 바꾼 날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이 또한 아니었습니다.

창신대학 홈페이지 기록을 따르면 교명을 바꾸는 인가는 1998년 4월 29일이고 이 교명을 적용한 날은 같은 해 5월 1일이었습니다.

별 까닭 없이 학장 생일로 교무회의서 바꿨다는데

그래서 이 사실을 일러주신 이 학교 관계자에게 개교기념일을 바꾼 까닭을 물었더니 “뚜렷한 이유가 없다더라.” 하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2006년 당시 학교 당국이 공지를 할 때 별다른 까닭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단지 교무회의에서 그리 결정했다는 얘기만 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교무회의는 학장과 처장.과장 같은 보직 교수만 들어가고 학과장을 비롯한 일반 교수는 참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답니다.

그런데 그 사연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학장 강병도 씨의 생일이 4월 1일이라는 것입니다.

‘학교 생일을 자기 생일로 바꿔친 셈인데, 그렇다면 김일성-박정희를 뛰어넘는 독재자도 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래도 상식이 있는 나라에서 설마 그럴 리가’ 싶은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 확인을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로 마켓(Law Market)이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인명록-한국의 인물’에 ‘강병도(姜秉道)’라는 이름과 함께 ‘생년월일 1936-04-01’이 뜨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이런 설명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본 한국의 대표 인물(공인) 정보는 인터넷, 출판물, 인사 동정, 언론 매체, 저술 등에 공개돼 있거나 본인 확인을 거친 내용입니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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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는 학장 강병도 씨. 경남도민일보 사진.

지역 사회에서는 알려진 일인데, 강병도 씨는 이 대학 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지회로부터 2005년인가부터 1인 지배, 족벌 운영, 비리 사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교수평의회라는 조직도 있어서 강병도 씨를 싸고돌며 ‘내부 일은 내부 사람들이 알아서 할 테니 외부 세력은 개입하지 말라.’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만.)

강병도 씨는 여러 비리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아오다가 지난해와 올해 검찰 수사를 받았고 그 결과 올 4월에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지금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소 요지는 ‘2002년 2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모두 네 차례 교직원들에게 교비회계 자금 8억8557만원을 수당 등으로 지급한 다음 기부금이라는 이름으로 법인회계 계좌로 도로 받아 빼돌렸다.’입니다.

강병도 씨 변호인은 지난달 10일 열린 공판에서 “사실 관계는 인정하지만 강병도 개인이 이득을 챙기려는 의사는 없었다.”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5일 오전 11시 30분 창원지방법원 218호 법정에서 열린답니다.

강병도 씨 본인은 아니지만, 창신대학이 관련된 형사사건은 더 있습니다. 교직원 개인 이름으로 학교 땅을 사들였다(부동산실명제 위반)는 사건도 있고, 신입생 전형료를 빼돌려 썼다(횡령)는 사건도 있습니다.

개교 이래 18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강병도 학장

홈페이지 기록을 따르면 지금 창신대학 학장 강병도 씨는 1991년 3월 7일 개교식을 겸한 입학식에서 초대 학장에 취임했습니다.

임기가 4년이어서 올해 2008년은 5대째인 셈인데 18년이 되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학장 자리가 강병도 씨 말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적이 없습니다.

강병도 씨가 이사장까지 겸임하지는 않고 그냥 이사로만 돼 있지만, 한 번도 빠짐없이 이사회가 학장으로 선임했다는 데에서 이 사학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캠퍼스에 전용 엘리베이터가 달린 80평 규모 학장 관사도

어쨌거나 창신대학과 학장 강병도 씨는, 학장 주민등록표에 태어난 날로 돼 있는 4월 1일로 개교기념일을 바꾼 데 대해 여태 뚜렷하게 까닭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끝까지 얘기하지 않을는지도 모릅니다.

강병도 씨는 캠퍼스 안에 있는 외국인 교수동 가장 높은 6층 80평 규모를 통째로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따로 두고 관사로 쓰는데, 이는 개교기념일을 바꿔 치운 데 견주면 더 없이 작디작은 일밖에 안 될 것입니다.

창신대학은 또 2006년 12월부터 올 6월까지 학장에게 비판적인 교수협의회(노조) 소속 가운데 재임용 심사에 오른 7명을 남김없이 잘랐는데, 이런 특권에 도전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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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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