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기 전에는 그랬다. '다 큰 어른들이 애들처럼 전쟁놀이가 뭐야.'
대체 왜 저런 쓸데없고 유치한 짓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른들이 하는 총싸움 놀이 '서바이벌 게임' 말이다.
그런데 내가 직접 이걸 해볼 기회가 생겼다. 사회적 기업 해딴에(대표 김훤주)가 합천군의 의뢰로 주최한 '합천 황강 여름 팸투어'에 참여했는데, 그 프로그램 중에 서바이벌 게임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내심 귀찮았다. 더운 날씨에 군복을 껴입어야 한다는 것도 그랬고, 플래스틱으로 된 안전조끼와 고글이 달린 헬멧까지 착용해야 했다.
그러나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이게 대체 뭐길래 동호회까지 만들어가면서 사람들이 이걸 즐기나 싶었던 것이다.
군복으로 갈아입고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실비단안개
페인트 볼이라 할 수 있는 총알 100개가 장전된 공기총을 받았고, '우로 어째 총' 자세로 게임장에 입장했다. 6대 6으로 팀을 나눠 각자 은폐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기고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페인트 총탄 @실비단안개
저쪽 상대편의 머리와 몸이 잠깐 잠깐 노출될 때마다 나름 군대에서 배운 조준사격을 가했다. 좀 멀어서 정확히 내가 쏜 총에 상대방이 맞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내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이게 무슨 심리일까? 총알이라고 맞아봤자 잠시 따끔하고 군복에 페인트가 터지는 데 불과한데, 마치 실제로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하는 느낌이었다.
몸에 총알 2발을 맞으면 전사로 간주하고 저렇게 손과 총을 올리고 나와야 한다. @실비단안개
그런데 상대편이 너무 오합지졸에다가 훈련 경험이 없는 자들이어서일까? 총을 열 발도 발사해보기 전에 게임이 끝났다며 나오라고 했다. 상대편 6명이 모두 전사했다는 것이다. 너무 싱거웠다. 그래서 삼세 판은 해봐야 해본 느낌이 든다고 한 것인가?
한 판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웠지만, 다음 일정도 있는 상황이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참가자들 @이춘모
해봤더니 확실히 묘한 긴장감과 스릴, 재미가 있었다. 이 재미 때문에 동호인들이 그리 많은 걸까? 그런데, 반전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사람 죽이는 게임을 즐겨도 되는 건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느낀 스릴과 재미는 뭔가? 어쨌든 참 묘한 느낌이었다.
마친 후 기념촬영 @실비단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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