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문재인과 안철수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김훤주 2014. 2. 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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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나 안철수의 진정성은 얼마나 될까

 

문재인은 지난 번에 무슨 책을 내면서 다음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안철수는 이른바 ‘새정치신당’이라는 정당을 만들고 있는데 꾸준히 대선 후보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저는 문재인과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도 문재인도 유권자들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선물할 줄 모르거든요. 그이들은 유권자들이 어떤 때 짜릿짜릿 전율을 느끼는지 그런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잘 모를 뿐만 아니라 그런 데 대해 생각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새정치신당의 대표위원들. 안철수 홈페이지에서.

 

사기성이 가장 짙은 낱말이 바로 진정성이라고 어떤 이는 말하지만, 그래도 평범한 보통 사람인 유권자들은 진정성이 제대로 느껴질 때 감동을 한다고 저는 압니다. 그런데 적어도 겉으로 볼 때 문재인과 안철수의 말과 생각과 행동은 그다지 진정성이 있다고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거나 아니면 대중 또는 자기한테 절실한 무엇을 위해 명예나 돈이나 지위 따위 중요한 무엇을 서슴없이 내놓거나 할 때 사람들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감동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거나 못했습니다.

 

안철수는 처음부터 지금껏 ‘새 정치’를 힘주어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새로 만들려는 정당 이름도 ‘새정치신당’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이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당선되는 과정은 별로 ‘새 정치’답지 않았습니다.

 

'새 정치'를 둘러싼 안철수의 말과 행동

 

안철수는 2013년 4·24 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출마했습니다. 딱 이기기 좋은 선거구라서 골라잡은 것입니다. 진보정치를 위해 애써온 ‘노회찬과 일당들’을 자기 설 자리를 만들려고 짓밟았습니다.

 

노원병이 보선에 나오게 된 까닭이 무엇입니까? 삼성으로부터 떡값 받은 검사 따위 실명을 공개했다가, 터무니도 없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게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바람에 국회의원직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노원병에서 낙선한 뒤 후보였던 김지선(노회찬 아내)과 노회찬이 해단식에서 찍은 사진. 정의당 홈페이지에서.

 

그래서 ‘노회찬과 일당들’은 그 판결이 부당하다고 비판·비난하면서 여지껏 노원병에서 활동해 온 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회찬 아내를 출마시켰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철수는 득표 계산을 마친 다음 노원병을 접수했습니다.

 

단순 득표 계산만으로 상대 후보가 무구인지도 가리지 않고 가로채는 안철수의 이런 행동은 새 정치가 아닙니다. 노회찬의 진보 정치도 다른 무엇 못지 않은 새 정치일 텐데 ‘새 정치’를 얘기하면서 다른 새 정치를 짓밟았습니다.

 

또 낡은 정치, 헌 정치와 맞서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도 안철수의 노원병 출마는 새 정치가 아니었습니다. 낡고 헌 정치의 본보기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 새누리당 김무성이 4·24 보선에서 부산 영도 선거구를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김무성은 부활하고 노회찬들은 쪽박 차고

 

김무성은 역사·사회관이 수구적이고 전체주의 사고도 얼비칩니다. 지난 대선 시기 노무현 관련 NLL 논란에서 한 얘기들이 방증하는 그대로 거짓말쟁이이기도 합니다. 김무성은 판단 기준이 참이냐 거짓이냐가 아닙니다. 유리하냐 불리하냐입니다.

 

안철수 탓에 일단 꺾인 노회찬. 그래도 손석희는 노회찬을 불렀네요. 정의당 홈페이지에서.

 

이런 낡은 정치의 표상인 김무성을 꺾기 위해 부산 영도에 출마하고, 이를 통해 낡은 정치인 김무성이 되살아나도록 영양분을 대어주는 지역 토양을 갈아엎는 것이 새 정치입니다. 새 정치라면 마땅히 새누리당에 장악당한 영남권을 일신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그러나 안철수는 부산 영도로는 눈조차 돌리지 않은 채 당선이 보장되는 노원병을 찍었습니다. 노회찬과 일당들의 새 정치는 안철수 탓에 일단 꺾였습니다. 낡은 정치의 표상인 새누리당 김무성은 아무 저항 없이 부활했습니다. 이것이 안철수와 새정치신당의 ‘새 정치’입니다.

 

안철수의 말과 안철수의 행동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치의 실현을 위해 자기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떼어내어 희생하지도 않았습니다. 덕분에 낡은 정치의 표상 김무성은 너무나 쉽게 무덤에서 널 뚜껑을 열고 살아났습니다.

 

안철수 홈페이지에서.

 

(그리고 안철수가 표방하는 바를 보면 부드러운 새누리당 또는 착한 새누리당 정도입니다. 그이 좌표를 정한다면 진보정당들(통합진보당 포함)과는 매우 거리가 멀고 또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에 훨씬 가깝습니다. 이는 최장집이 떠난 일과 윤여준이 돌아온 일이 잘 상징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이 연제구에 나서지 않은 까닭

 

문재인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구석이 있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지역주의에 장악된 부산을 흔들려면 문재인의 연제구 선거구 출마가 요청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연제구가 ‘부산 정치 1번지’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블로그에서.

 

문재인이 연제구에 출마하면 전국 선거판에 지역주의 타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재인은 사상구를 골라잡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뻔합니다. 부산 연제구보다 사상구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지지세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연제구는 한나라당 김희정 53.72%와 열린우리당 노혜경 37.28%로 나왔지만 사상구는 한나라당 권철현 52.74%와 열린우리당 정윤재 43.58%로 나왔습니다. 연제구보다 사상구가 여권 지지 성향은 약하고 야권 지지 성향은 셉니다.

 

2008년 18대 총선서는 연제구에서 친박연대 후보가 44.65% 지지로 당선되고 한나라당 후보는 41.32%로 2위 낙선한 반면 사상구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45.48%로 당선되고 친박연대 후보는 36.97%로 밀렸습니다. 야권에서는 두 선거구에서 모두 민주노동당만 나섰는데 득표는 연제구(6.33%)보다 사상구(15.70%)가 훨씬 세었습니다.

 

문재인은 자기에게 바로 보이면서 이득이 되는 당선 가능성을 집었습니다. 대신 자기 눈에 보이지 않고 가치롭기는 하지만 자기에게 그다지 이득이 되지는 않는 지역주의 타파·극복을 버렸습니다.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이른바 친노그룹 좌장의 생얼굴입니다.

 

버려야 할 때 버리지도 못한 문재인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문재인은 제대로 버리지도 못했습니다. 2013년 11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박근혜는 국회의원직을 아무 미련 없이 집어던졌습니다만, 문재인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문재인은 국회의원 자리에 목매다는 사람이 됐고, 새누리당 박근혜는 대중이 볼 때는 새로운 가치를 위해 자기한테 가장 중요한 무엇을 내놓는 사람이 됐습니다. 버리지 못함으로써 더욱 큰 다른 무엇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울러 문재인은 대선에서 지더라도 돌아갈 자리가 있는 사람이 됐고 박근혜는 대선에서 깨지면 돌아갈 자리조차 없는 사람이 됐습니다. 바로 그와 동시에 문재인은 국회의원이나 하고 말 사람이 됐고 박근혜는 대통령을 꼭 해야 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이미 흘러간 물이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처럼 유권자 마음을 울리지 못하는 사람은 유권자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까지는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만,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새누리당만한 조직력이 없는 야권으로서는 ‘유권자의 감동’과 그로 말미암은 ‘바람’이 필수입니다.

 

말로는 새 정치를 하지만 행동으로는 헌 정치를 하는 사람, 말로는 지역주의에 맞선다면서도 행동으로는 지역주의를 피해다니는 사람, 대통령 하겠다면서도 국회의원 자리가 아까워 놓지도 못하고 벌벌 떠는 사람은 감동도 줄 수 없고 바람도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제가 보기에 안철수와 문재인은 대통령 선거로 국한해서 보자면 이미 흘러간 물입니다. 한 번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다시 돌리지 못합니다. 새누리당의 계속 집권을 바라지 않는다면 새 물을 끌어대야 합니다. 어쩌면 2017년이 아니라 2022년을 겨냥해야 할는지도 모르겠군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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