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단감만큼은 창원단감이 최고 최대

김훤주 2013. 11. 12. 16:30
반응형

11월 11일 오후 6시 30분 어름에 진행된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는 ‘창원단감’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지금이 한창 단감을 거두는 철인데다, 며칠 전 창원단감축제에서 들었던 얘기들을 풀어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김훤주 기자 : 오늘은 창원단감을 갖고 이런저런 얘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서수진 아나운서 : 우리 경남이 전국에서 단감 생산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 가운데서도 김해 진영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1. 김해 진영단감이 이름이 높은 까닭

 

주 : 예, 그렇습니다. 제가 어릴 적 기억인데요, 기차를 타고 가면 그 때는 역 구내까지 커다란 대야에 물건을 이고 들어와 팔았는데요, 양산 물금역에 기차가 서면 아줌마들이 “내 배 사이소, 내 배!” 이랬고 밀양 삼랑진역에 서면 딸기를 줄여서 “내 딸 사이소, 내 딸!” 이랬습니다.

 

 

진 : 하하. 하는 말이 좀 재미있네요. 물금역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배를 팔고, 삼랑진역에서는 자기 딸을 내다 팔았네요.

 

주 : 딸이나 배가 글자는 같으면서도 뜻이 다르니까 그런 식으로 우스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차가 김해 진영역에 들어서면 커다란 대야를 인 사람들이 차창 밖에서 “내 감 사이소, 내 감!” 하고 앞 다퉈 소리 질렀습니다.

 

기계로 껍질을 깎아낸 단감.

 

진 : 그런데 그 때 그런 아주머니들이 그냥 단감이나 배나 딸기를 사라 하지 않고 ‘내 배’ ‘내 감’ ‘내 딸’이라고 왜 꼭 ‘내’라는 말을 붙였을까요?

 

주 : 제 생각에는 물건을 죽 늘어놓고 좌판을 형성해서 파는 것이 아니고요, 기차가 역에 머무는 아주 짧은 동안에 그것도 차창을 사이에 두고 사고팔고를 했습니다. 

 

아줌마들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열 사람 스무 사람이 한 데 엉겨서 몸싸움까지 해가면서 팔았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 물건은 말고 내 물건을 사라고 ‘내’라는 말을 꼭 붙였던 것 같습니다.

 

단감말랭이. 그냥 '감말랭이'가 아니랍니다. 훨씬 달콤합니다.

 

진 : 그렇군요. 지금은 볼 수 없고 어쩌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그런 풍경이었군요.

 

주 : 어쨌든 그런 덕분에 단감 하면 곧바로 많은 사람들이 진영을 떠올리게 됐고 그런 현실이 지금까지도 줄곧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단감 전국 최대 생산지는 바로 창원

 

진 : 저도 단감이라 하면 진영이 최고 최대라고 알고 있습니다.

 

단감 선별장.

 

주 : 저 또한 이태 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알아봤더니 단감은 창원이 최고 최대였습니다. 다만 홍보에서 밀려 명성은 진영이 가장 높습니다.

 

단감도 다른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종이상자에 담겨 유통이 되는데요, 진영 단감 궤짝은 금세 너덜너덜해지고 창원 단감 궤짝은 오래도록 새 것 그대로라고 합니다.

 

진 : 왜 그럴까요? 창원 단감 종이 상자가 특별히 튼튼하게 만들어져 그렇지는 않을 테고요.

 

주 : 창원 단감이 아무래도 덜 알려져 있으니까, 상인들 손에 넘어갈 때까지만 창원단감 궤짝에 담기고요, 일반 사람들한테 전시 판매할 때는 진영 단감 궤짝에 옮겨 담으니까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창원 단감이 진영 단감 궤짝에 담겨 팔리는 셈입니다.

 

진 : 실제로 창원에서 단감이 어느 정도 재배되고 있는지요? 또 진영은 어떤지요?

 

보통 크기보다 조금 굵은 듯한 단감나무.

 

주 : 통계를 내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시·군별로 나눠서 내는 통계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창원시농업기술센터는 옛 창원 지역인 동읍·북면·대산면은 물론이고 옛 마산의 진전면·내서읍, 그리고 옛 진해의 웅천동 일대에서 2635가구가 2010ha에 단감 재배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김해시농업기술센터는 진영읍과 한림·주촌·진례면 등지에서 1355가구가 1365ha에서 단감 농사를 한다고 해놓았습니다. 면적을 보면 김해가 창원의 7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창원 북면 단감과수원 거림 농원 풍경.

 

3. 창원은 농업인구가 9만을 웃도는 농업도시

 

진 : 국가 차원에서 시·군별 통계를 내지 않는군요. 전체 생산량만 파악하는 모양입니다. 창원 단감과 진영 단감 생산량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주 : 객관적이고 정확한 비교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창원 단감 최대 생산지인 창원 동읍의 김순재 농협 조합장도, 단감 포장에 들어가는 종이 상자 소비량을 파악해 어림짐작할 뿐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서울·경기·인천 같은 수도권에서 소비되는 40%가 창원 단감이라 했습니다. 또 전국 생산량에서는 창원 단감이 16% 안팎 차지한다고 하더군요.

 

진 : 그러면 옛날에는 진영에서 창원보다 단감이 더 많이 생산되다가 언젠가부터 창원에서 단감이 더 많이 나게 된 것인가요? 아니면 처음부터 창원 단감이 많았는가요?

 

주 : 옛날부터 창원 단감이 최고 최대였다고 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도로가 사방팔방으로 나기 전에는 진영이 교통 요충지이다 보니까 창원에서 나는 단감이 대부분 진영으로 모였다가 전국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지역 특산물 브랜드 개념이 없던 시절 일입니다.

 

진 :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일인데요. 창원이 옛날부터 우리나라 최대 단감 생산지라는 말을요. 그런데 이를 입증하는 단감나무가 창원에 있다지요?

 

4. 창원에는 100년 된 단감나무가 있다

 

창원 북면의 100년 된 단감나무. 밑둥치 굵기가 정말 남다릅니다.

 

주 : 100년 가량 된 단감나무가 여럿 자라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봤는데요, 우리가 아는 단감나무보다 둘레가 서너 배는 되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북면 마산리 연동마을 한 과수원이었습니다. 나무 주인인 하희종씨는 1955년생이신데, 그 할아버지 대부터 단감농사를 지었다고 했습니다.

 

진 : 그렇군요. 창원단감이 이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는가요?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든지 하는…….

 

마찬가지 100년은 된 다른 단감나무.

 

주 : 물론 결과를 놓고 보면 단감을 생산하는 농민이나 해당 지역 농협, 그리고 자치단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짚을 수도 있겠지만, 객관 조건이 좋지 못하다고 하는 편이 제가 보기에는 정확합니다.

 

진 : 창원 단감이 당시 교통이 발달돼 있던 진영을 통해 팔려나갔다는 사정 말고 또다른 악조건이 있는 모양이네요.

 

5. ‘공업도시 창원’ 이미지도 악조건

 

주 : 바로 ‘창원’이라는 지명 자체가 문제라고 합니다. 창원은 1970년대 들어 공업단지가 만들어졌습니다. 단감도 예전에는 아주 귀한 과일이었다가 1970년대 들어 본격 재배되기 시작했거든요. 창원단감보다 먼저 창원공단이 더 널리 알려진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창원이 공업도시인데 그런 데서 뭐 대단한 농산물이 나겠느냐’는 생각을 무심결에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창원은 경남에서 농업인구가 가장 많은 농업도시이기도 합니다. 창원 제조업체 종사자가 2013년 현재 11만5264명으로 나오는데요, 농업인구도 못지않습니다. 창원농업기술센터 자료를 따르면 2만9228가구에 9만7051명입니다.

 

 

진 : 창원의 공업도시 이미지 탓에 창원단감이 손해를 보는군요. 창녕 양파, 남해 마늘, 양산 매실, 하동 야생차, 김해 장미, 진주 문산 배, 밀양 얼음골 사과 등등은 아주 자연스럽잖아요.

 

단감과 마찬가지로 창원이 전국 최대 생산지인 국화도 ‘창원 국화’ 하면 좀 어색하고 ‘마산 국화’라 해야 좀 어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6. 단감을 과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 인식도 있고

 

주 :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단감을 과일로 잘 여기지 않는 일반 인식도 문제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과일을 꼽으라 하면 사과, 배, 밀감, 포도, 복숭아…… 이렇게 나가다가 바나나, 키위, 오렌지 이렇게 외국산 농산물로 넘어가거든요. 물론 이는 창원 단감뿐 아니라 진영 단감에도 해당되는 어려움입니다.

 

진 : 예에, 요즘 단감이 한창 많이 나오는 철이잖아요? 마지막으로 창원 단감과 진영 단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단감 장점을 자랑 좀 해 주시죠?

 

100년 된 단감나무들의 주인. 거림농원 농장주 하희종 최순희씨 부부.

주 :  단감은 신장과 허파를 맑게 해준다고 합니다. 담을 막는 데도 좋고요, 다른 과일과 마찬가지로 먹으면 몸이 시원해집니다. 비타민, 특히 비타민C가 많아 감기 예방에도 좋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변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단감은 변비의 요인인 글루타민이 몸 안에서 파괴되기 때문에 무관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자들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진 : 그러니까 단감이 변비를 불러온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군요. 여성 피부 미용에 좋다는 얘기도 새롭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