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올려다본 동아일보 사옥. /김주완
이거야말로 정답이다 싶습니다. 다행히도 6.10대회 이후 국민방송 KBS 지키기 촛불이 켜졌고, '살리자! 경향·한겨레·MBC, 문내리자 조·중·동 캠페인'도 불붙고 있습니다.
이런 촛불집회의 자연스런 진화에 위기감을 느낀 조중동은 옛 방식인 '좌-우 대결구도'를 조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특수임무수행자회와 뉴라이트전국연합, 고엽제전우회 등 우익단체와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나란히 대비시키면서 좌-우대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어제(14일)자 [동아일보] 사설 '본색 드러낸 광우병 대책회의'에서 이들의 의도는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 사설은 국민대책회의가 "광우병이 중심 쟁점이지만 의료 및 공기업 민영화, 물 사유화, 교육, 대운하, 공영방송 사수 등 5대 의제를 결합해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라고 밝힌 데 대해 "확실하게 본색을 드러냈다"면서 "국민건강을 걱정하는 척하며 실상은 우파정부 타도와 반미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국민대책회의에 대해서도 "실상은 수구좌파 조직인 진보연대가 주도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남적화(赤化) 전략을 고스란히 옮겨다 복창(復唱)하는 친북반미 집합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KBS 앞 고엽제전우회의 시위와 촛불시위를 나란히 배치하면서 좌·우대결을 연상케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같은날 "북한의 단체와 매체들이 남한의 '쇠고기 촛불집회'를 지지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보도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는 기사를 2면에 대문짝 만하게 냈습니다. 제목은 "항복할 때까지 항쟁의 불길을"-'北 '촛불시위' 지지하는 담화 잇따라 발표' 라고 달았네요.
조중동은 기회주의 언론으로 부르는 게 바람직
이건 '프레임 전쟁'입니다. 조중동은 좌-우대결 프레임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싸우는 둘 다 똑같다'는 심리를 조장하려는 것입니다. 조중동이 이런 프레임 전략을 세운 이상 각종 우익단체의 도발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다행히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조중동의 이런 의도를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14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지금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이 싸움을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도 합리적 보수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싸움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국민이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합니다.
그는 "어제(13일) KBS 앞에서 고엽제전우회로부터 많은 시민들이 폭행을 당했다"면서 "우리는 때리면 계속 맞을 것이다.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승리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는군요. 특히 안 팀장은 "앞으로 이들을 비롯해 조중동을 보수단체·보수언론이라고 부르지 않고, 관변단체·관변언론이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했다고도 합니다.
그의 이 말은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라는 프레임에 가두려는 조중동의 의도에 맞서 '시민'과 '관변'이라는 프레임을 내놓은 것으로 읽힙니다. 고엽제전우회나 뉴라이트 등을 '보수단체'나 '우익단체'로 부르지 않고 '관변단체'로 부르겠다는 발상은 탁월합니다. 그들을 '보수'나 '우익'으로 부르는 순간, 그들과 반대편에 있는 시민들은 졸지에 '진보' '좌익'으로 규정되어 버리는 프레임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조중동도 '보수언론'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 상대편에 있는 언론들은 '진보언론' 취급을 받게 됩니다. 저는 현재 우리나라의 종이 일간지 중 보수언론이나 진보언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변신하는 기회주의 언론과, 어떤 상황에도 언론의 정도를 걸으려는 바른 언론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중동을 '기회주의 언론'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촛불집회도 '관변단체'와 '시민'의 싸움이며, '기회주의 언론'과 '바른 언론'의 싸움이라고 규정짓고 싶습니다. 바른 언론이 기회주의 언론과의 프레임 전쟁에서 꼭 이기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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