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김해국립박물관 흙목걸이 앞에서

김훤주 2012. 10.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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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국립박물관에 가면 흙으로 빚은 목걸이가 있습니다. 옛적 가락 시절 또는 그 전부터 살았던 사람들이 만든 물건이겠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남자가 아닌 여자들이 만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박물관에 갈 때마다 여기 이 물건에다 눈길을 주곤 합니다.

아시는대로 이 물건이 좋다거나 예쁘다거나 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사람들의 또는 여자들의 꾸미고 싶어하는 마음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또 얼마나 뿌리 깊은지 등등 가늠을 해보는 것일 따름이랍니다.

흙이라는 물건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음은 누구나 다 아는 노릇입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저렇게 꼬부리고 오무리고 모양을 만들어 실에 꿰어서는 당시 사람(여자)들이 목에 걸었습니다. 별로 예쁘지는 않은데도 저렇게 멋을 부리려고 했습니다.

흙으로 만든 목걸이.


사람 마음이 무엇을 움직여서 저렇게 흙으로나마 멋을 부리도록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타고 난 본능일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또는 남자)에게 아름답게 보이려고 해서 그랬을까요? 아무튼 저는 이 흙 목걸이를 보면서, 여자들 꾸미고 싶어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여자들이 화장을 짙게 하고 사람들 눈에 날씬하게 보이려고 다이어트를 하고 더 나아가 얼굴이나 젖가슴 둘레에 대고 성형 수술을 하고 하는 것도 저기 흙 목걸이를 만들어 걸었던 옛날 사람들 심정을 짐작해 보면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김해국립박물관에 가면 이런 흙 목걸이 말고 구슬(옥玉)로 제대로 만든 목걸이도 많답니다. 그런데 그런 목걸이는 어쩌면 지배집단에게만 허용이 된 것일는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이렇게 지금도 빗돌이 있어서 사람들로부터 기림을 받는 허황옥 허왕후 같은 이들이겠습니다만.

옥으로 만든 목걸이 재료들.

허왕후릉에 있는 빗돌.


이렇게 보면 당대 지배를 받는 집단 여성들의 한(恨) 서린 발버둥이 저와 같은 흙 목걸이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배집단 여성들의 구슬 목걸이가 예뻐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자기 목에는 걸 수 없는 존재들의 애달픔 같은 것이겠지요.

그러면서 그냥저냥 저렇게 눈에 보이는 것(아름다움 또는 멋)에 메이고 휘둘릴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사람임을 사실로 확인합니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남자인 저도 저런 흙목걸이 그 자체는 아니겠지만, 근본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 '눈에 보이는 것'에 메이고 휘둘리는 존재임이 분명한 것 같기도 합니다.

목걸이 말고 이처럼 떡시루와 부뚜막 유적도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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