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유모차 타는 갓난애, 유모차 미는 할머니

김훤주 2012. 10.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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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경개가 아름다운 함양에서 본 모습입니다. 함양은 군내버스 노선이 매우 알찹니다. 특히 읍내에서 유림을 들렀다가 마천까지 간 다음 추성 골짜기로 들어가는 노선은 둘레 경치가 아주 빼어납니다.

결혼 이주 여성인가 봅니다. 아이가 셋입니다. 요즘 보기 드물게 아이가 셋씩이나 있어서 그런지, 어쩌면 저 사람 부부 사이가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설핏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저랑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만.

유모차를 타고 있는 아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되는 반면, 같이 있는 두 아이는 분명히 여자였습니다. 어쩌면 아들을 하나 얻으려고 하다가 저렇게 셋째까지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뭐라고, 지금은 이미 남녀 평등을 지나 여성이 훨씬 살기 좋은 쪽으로 나가고 있는데, 왜 저런 데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내리는 그이들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오른편으로 돌려 차창밖을 내다봤더니 그이들에 더해 다른 할머니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그 할머니는 공교롭게도 유모차를 밀어서 갈 길을 가면서 갓난애와 그 어머니 쪽으로 눈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끄는 유모차를 타고 가는 갓난애와 저 할머니가 살짝 어긋나면서 공존하는 풍경입니다.

잠깐 동안이지만,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랐답니다. 물론 금방 사그라지기는 했습니다. 제 배낭에 소주라도 한 병 들어 있었다면, 바로 따서 깡술이라도 마셨을 것 같습니다.

갓난애의 유모차와 할머니의 유모차. 결국 거기서 거기 아니냐? 한 평생 살아왔지만 이제 마지막에는 다시 갓난애가 타는 유모차에 기대어 다니지 않느냐?


어릴 적 다른 사람에게 기댔지만 자립할 수 있게 된 다음 펄펄 날아다니다가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세월을 너도 나도 겪고 나면 결국 처음처럼 무엇인가에 기대고 살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인생무상입니다. 높음도 없고 낮음도 없는 세상입니다. 긴 것도 없고 짧은 것도 없는 세상입니다. 그렇게 와서 이렇게 살다가 저렇게 가는 모양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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