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뉴미디어

인터넷 유료화와 SNS를 통한 수익사업

기록하는 사람 2012. 3. 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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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사 경영기획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왔다. 아래 원고는 이날 강의에서 이야기한 사례 중 일부이다. 월간 <신문과 방송> 2011년 11월호에 실린 글이기도 하다. 기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블로그에도 올려둔다.

경남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하는 ‘뉴스저작권 사업’에 초창기부터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130여 개 학교에 'E-NIE' 상품을 판매해 2억 6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PDF나 텍스트 기사 판매수익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뉴스는 값비싼 노동력이 투입된 정보상품이다

나는 뉴스저작권 사업과 함께 인터넷 및 스마트폰 뉴스를 유료화하는 것이야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신문광고 감소분을 메워줄 핵심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편집국장을 맡기 전부터 가져온 소신이었다.

저작권 사업과 뉴스 유료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저작권사업단에서는 유료로 판매하는 기사를, 해당 신문사 웹사이트에선 무제한 공짜로 볼 수 있다면 돈을 내고 보는 구매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남도민일보는 물론 거의 모든 신문사 인터넷 뉴스는 모두 무료였다. 왜 유료화를 못하는 것일까?

우선 유료화 성공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안 하는 일을 내가 먼저 하는 데 대한 심리적 두려움과 부담도 있다.

둘째, 자사의 뉴스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의 경우 기사의 품질은 제쳐두고라도 기본적으로 종잇값과 인쇄비, 배달비용 등이 있기 때문에 돈을 받는데 부담이 없지만, 인터넷에 올려진 기사는 그 자체의 가치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 다른 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특화된 기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굳이 우리 신문이 아니어도 볼 수 있는 공짜뉴스가 인터넷에 널려 있다면 아무도 돈을 내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을 지불하고 기사를 열었는데, 그게 다른 매체의 공짜뉴스와 아무런 차별성이 없다면 욕만 얻어먹게 될 것이다.

넷째, 유료화로 인한 방문자 수 감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트래픽으로 상당한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매체라면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신문은 트래픽을 통한 광고수익이 거의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방문자 감소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경남도민일보의 경우 평일 방문자가 겨우 2만~3만 명 사이다. 휴일엔 훨씬 떨어진다. 그 정도를 갖고 트래픽에 의존한 광고수익을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수십만 명 이상은 되어야 의미있는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기본형에 들어가지 않고는 지역신문이 제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10만 이상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뉴스캐스트 기본형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아예 트래픽을 포기하고 유료화를 통한 뉴스의 품질로 승부를 걸든지.

경남도민일보 결제 페이지.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우리 신문이 아니고선 도저히 볼 수 없는 차별화된 뉴스상품을 만들어내자고 다짐했다. 다른 신문에서도 볼 수 있는 기사는 예전처럼 공짜로 볼 수 있도록 하고, 특종이나 독종, 우리만의 기획, 우리만의 논조가 담긴 기사만 과금하기로 했다. 바로 이것이 ‘부분적 유료화’다. 경남도민일보는 같은 배포권역에 있는 다른 지역신문과 논조가 선명하게 다르다는 것도 우리가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돈을 부과하진 않았다. 먼저 로그인을 해야만 볼 수 있는 회원용 기사를 하루 5~10건 정도 선정해 자물쇠 표시를 달았다. 앞으로 시행될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 완화 차원이었다. 그 기간이 1년이었다. 한편으로는 결제시스템을 준비해나가면서 한편으론 회원용 기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살폈다. 간혹 댓글을 통해 독자들의 불평이 접수되긴 했지만, 기사는 기자들이 많은 비용과 노동력을 투입해 생산한 뉴스상품이며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1년동안 분석 결과 방문객 수도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회원용 기사의 조회수는 늘어났다.

9월 1일 신문 1면과 인터넷 팝업창을 통해 아래와 같이 ‘부분적 유료화’를 알렸다. 이 글 속에 독자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논리와 유료화 방식이 담겨 있다.

“경남도민일보 뉴스사이트 idomin.com이 9월 1일부터 일부 뉴스 콘텐츠를 유료화합니다.

이는 구독료를 내고 신문을 보고 계시는 독자님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더욱 알차고 차별화한 뉴스를 생산하겠다는 저희들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최근 거의 모든 인터넷 매체는 온라인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트래픽 장사'에 혈안이 된 나머지 광고는 물론 뉴스마저 선정성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뉴스의 가치와 신뢰, 품위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언론개혁을 열망하는 6200여 시민주주의 힘으로 창간한 경남도민일보는 '정론(正論)'으로서 가치를 끝까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에 경남도민일보는 '트래픽 장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기사를 읽는데 방해가 되는 광고를 모두 없앴습니다. 대신 저희는 '뉴스의 품질'로 정면 승부를 걸고자 합니다.

뉴스는 많은 인력이 고도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거쳐 생산한 정보상품입니다. 이번 '부분적 뉴스 유료화'는 품질에 대한 자부심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고자 하는 저희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습니다.

당장 모든 뉴스를 유료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110여 건의 뉴스 가운데 경남도민일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종이나 기획, 칼럼 등 5~10건에 한정됩니다. 물론 발로 뛰어 생산한 좋은 기사가 많아질수록 유료 기사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유료 기사라 하더라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가 추천한 링크로 접속한 경우에는 제한 없이 기사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향후 신문 구독자들에 대해서는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쳐 자유롭게 온라인 뉴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빠른 시일 안에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경남도민일보를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이해를 당부드립니다.”


하루 500원, 월 1만 원, 6개월 5만 원, 1년 9만 원으로 책정했다. 그리고 2개월이 됐다. 솔직히 실적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150여 명의 결제, 수익은 10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유료화 이전에는 아예 없었던 신규수익을 편집국이 창출한 셈이라 낙담하진 않는다. 또한 결제하는 독자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료화 이전에 리얼클릭이나 구글 에드센스 광고 수익이 있었지만 10만 원 정도 수준이었다. 자치단체나 대학의 배너광고는 트래픽이나 유료화와 무관하다. 뉴스저작권 사업도 초창기엔 담당자의 출장비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수익은 미미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 1억 원대에 육박하고 있듯이, 뉴스 유료화 역시 앞으로 늘어나는 일만 남았다.

사실 인터넷 뉴스 유료화는 지역신문만이 가능하다고 본다. 서울지역 일간지는 대부분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기본형으로 들어가 있다. 네이버가 주는 트래픽을 통해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로 얻는 수익이 수천만 원이다. 또한 일부 포털로부터 뉴스제공료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서울지역 일간지는 그런 수천만 원의 수익을 포기하고 유료화를 단행할 용기가 없다.

하지만 어차피 트래픽을 통한 광고수익이 아예 없는 지역신문은 유료화를 통해 잃을 게 전혀 없다. 게다가 해당 지역만의 차별화한 뉴스 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유료화 성공의 관건은 차별화한 뉴스이다. 유료화 수익도 중요하지만, 기자들에게 ‘팔리는 기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중요하다고 본다.

기자도 자기 상품을 팔아봐야 한다

경남도민일보는 편집권 독립이 확실하게 되어 있는 신문사다. 기자 윤리도 그 어떤 신문사보다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또한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도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물론 이런 건 좋은 일이지만, 신문사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입장에선 난감한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기자들 사이에 ‘돈 버는 일은 편집국과 무관하다’는 경향이 강하다. 세일즈와 마케팅, 그리고 수익사업 따위는 편집국에서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자는 오직 신문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구성원이 절대다수였다.

하지만 진짜 신문을 잘 만들려면 자기가 만든 상품을 직접 팔아봐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팔아본 사람만이 팔릴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물론 기자들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는 것은 기자윤리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뉴스 상품을 세일즈하는 것은 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자들이 가장 앞장서야 할 일이다. 내가 만든 상품의 질에 자신이 있다면 당당하게 구독 권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에선 기자가 ‘갑’의 입장이 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생산자(기자)와 소비자(독자)의 관계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편집국에 독자 명부를 갖다놓고 매일 아침 당직 기자에게 ‘소비자 반응 조사’를 하도록 했다.


독자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신문 배달은 잘 되고 있는지, 오늘 신문 또는 최근에 본 기사 중에서 가장 유용하게 읽었던 건 뭔지, 부족한 점이나 불만은 없는지, 앞으로 다뤘으면 하는 기사는 뭔지’ 등을 물어보고 ‘독자와 톡톡’이라는 제목의 짧은 인터뷰 기사로 출고하도록 했다. 그걸 매일 지면에 실었다. 이 덕분에 출입처 공무원이나 기업체 간부가 아닌 생생한 일반 독자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단계는 SNS를 통해 기자들이 시민들과 직접 소통·교감하도록 하는 일이었다. 우선 취재기자들은 모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개설해 정치인과 주요인사들의 SNS 활동을 취재하도록 했다. 곧 이어 아예 인트라넷의 ‘정보보고’ 게시판을 폐쇄하는 대신 페이스북에 비밀그룹을 개설, 그곳으로 정보보고를 하도록 했다. 내부 토론과 소통이 훨씬 활발해졌다.

기자들이 페이스북에 익숙해질 즈음 역시 페이스북에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공개그룹을 개설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독자들을 하나 둘씩 초청했다. 물론 우리 기자들도 그룹 회원이 되었다. 이제 상설적으로 독자들이 지면의 오타나 기사의 오류를 지적하고, 기자들과 대화하듯 취재 요청, 각종 제안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 기자들도 자연스럽게 자신이 쓴 기사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리고 반응을 살피게 됐다. 기사 세일즈인 셈이다. 취재에 앞서 독자들을 상대로 의견이나 정보를 구하는 창구로도 활용된다. 인근 부산에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행사가 열릴 때는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중계를 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 사업으로 편집국도 돈을 벌자

편집국이 창출한 또다른 수익모델은 스토리텔링 사업이다. 이는 경남도민일보가 그동안 쌓아온 SNS 인프라와 네트워크,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이다.

우리는 2008년부터 지역의 블로거들을 양성하고 그들을 관리해왔다. 최초의 지역메타블로그(http://metablog.idomin.com)를 개설하고 ‘1인미디어 지역공동체’를 구축해왔다. 앞서 밝혔듯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친근 마케팅도 계속해왔다.

그 결과 경남도민일보가 ‘관리(?)’하고 있는 지역의 블로거는 140명, 트위터 팔로워는 공식 트위터와 편집국장 트위터, 기자들 트위터를 합쳐 3만여 명에 이른다. 페이스북을 통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사람도 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경남도민일보가 운영중인 창동오동동이야기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업모델을 구상했다. 신문사는 글과 사진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지역의 재래상권 살리기 사업에 공공저널리즘 차원에서 신문사가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행정과 상인회 양자가 추진해온 일에 신문사가 개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창동과 오동동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사연과 추억을 찾아내고, 가게와 식당마다 갖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 스토리텔링 기업으로 콘텐츠를 생산, 이를 SNS를 통해 널리 유통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아이디어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고, 경쟁 입찰을 통해 당당하게 사업을 맡았다. 스토리미디어를 구축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도 개설했다. 지역의 블로거들을 결합시키고, 대학생 스토리텔러도 모집해 한창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예산은 8900만 원.

경남도민일보는 이 사업을 응용해 각종 지역축제나 관광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를 설립하고, 사회적기업 설립을 위한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도 설치했다. 올해에는 각 지역의 관광 및 특산물 홍보를 블로거 팸투어를 진행 중이다. 2010년 경남 팸투어, 2011 창원단감축제 팸투어, 합천 관광명소 팸투어 등을 하고 있다. 1회 예산은 1000만~1200만 원 정도.

갱상도문화학교는 각 지역별 관광코스 개발 및 관광명소 발굴, 기업과 기관을 상대로 한 소셜미디어 교육, 시민과 함께 하는 생태여행, 인문학 강좌 등을 수행하는 문화학교를 신문사가 직접 운영하면서 수익구조를 만들고 이를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사회적 기업 창업학교(13강좌)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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