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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2012선거기록

단일화 경선 탈락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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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렇다. 1등보다 의미 있는 2·3등도 많다. 그래서 시작한 '경선 탈락자에게 듣는다' 시리즈 두 번째로 창원 의창구 김갑수(44)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를 지난 20일 만났다.

그는 통합진보당 문성현 예비후보와 한 차례 토론회 후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고,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의를 마치고 막 창원에 도착한 직후였다. 매주 6시간 '시민교육론' 강의를 맡고 있다.
 
-강사료는 많이 받나?
"생업이 되기엔 충분하진 않다. 이젠 돈을 좀 벌어야겠다."

-뭘 할 건가?
"글 써서 기고하고, 강의하고, 책도 내고…. 번역서도 한 권 준비하고 있다."


 -첫 출마 시도가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좌절됐는데, 예비후보 해보니 어땠나?
"작년 12월 20일부터 만 3개월 동안 나름 재미있었다. 즐기려 노력했다. 하루하루가 달랐다. 마지막 한달은 피부로 느껴졌다. 뭔가 꿈틀거리는, 뒤집어지는 느낌이 오더라."

-정말 즐거웠나? 힘들진 않았나?
"솔직히 고백하면 즐거웠지만 힘들고 외로웠다. 사람들이 (정치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해봐라' 이걸로 끝이었다. 방관이랄까? 철저하게 혼자였다. 정말 서럽도록 외로웠다."

-술자리에 후보를 불러내 술값을 내라는 작자도 있었다는데, 그런 일이 많았나?
"많지는 않다. 한 번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표를 구걸하진 않겠다'며 딱 잘랐고, 바로 사과를 받았다. 조직을 줄테니 돈 달라는 '꾼'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그 분들도 진심으로 대하고 설득하니 나중엔 무료로 봉사해주더라."

-흔히 정치는 마약이라는데, 직접 선거판에 뛰어보니 어땠나?
"내가 무엇이 '되고자' 하면 마약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하고자', 세상을 바꾸고자 했기 때문에 그런 건 느끼지 못했다. 즐기면서 했다. 돈 쓰는 조직선거가 아니라 SNS를 충실하게 활용하면서 거의 모든 정치적 상황에 대해 내 생각을 올리고 공유했다. 닥치고 명함 돌리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유권자와 함께 교감하려 했다."

-'나가수 식 경선'이 결국 무산됐지만, 깔끔하게 단일화를 이뤘다. 미련은 없나?
"가장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경선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제동이 걸렸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했다. 다만 '닥치고 연대' '닥치고 단일화' 방식이 옳지 않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나는 상황논리와 결과이상주의를 싫어한다. 어떤 국회의원이냐가 아니라 의석수에만 급급하는 건 성적지상주의와 똑 같다. 선거 끝나면 이런 식의 단일화 방식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돈은 얼마나 썼나?
"창원에서 택시운전을 하시는 아버지의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 썼는데, 2~3000만 원 정도? 본선까지 갔으면 선거비용 보전도 받을 수 있을텐데, 단일화해서 다 날리게 됐다."

김갑수 전 예비후보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그래도 정치는 계속할 건가?
"당연하다. 우선 단일화한 문성현 후보를 꼭 당선시키는 게 당면 문제고, 상식적인 정치 지형이 만들어질 때까지 도전할 것이다. 처음 출마를 결심할 때 20년을 목표로 시작한 일이다."

-창원에서?
"그렇다. 여름이 오기 전에 창원 동읍으로 가족 모두가 이사하려 한다. 거기서 '시민학교'를 만들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 말씀대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기르고 싶다. 내가 경희대에서 하는 강의도 '시민교육'이다. 이미 동참하기로 한 분들도 있다."

-페이스북 프로필에 좋아하는 영문(英文) 인용구가 있던데 무슨 뜻인가?
"호피족이라는 인디언 부족의 어른이 한 말이다. '담 너머로 누군가 우리를 구원해주리라 믿지 마라. 우리가 바로 우리가 기다려온 그들이다.' 즉,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떤 초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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