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렇다. 1등보다 의미 있는 2·3등도 많다. 그래서 시작한 '경선 탈락자에게 듣는다' 시리즈 두 번째로 창원 의창구 김갑수(44)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를 지난 20일 만났다.

그는 통합진보당 문성현 예비후보와 한 차례 토론회 후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고,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의를 마치고 막 창원에 도착한 직후였다. 매주 6시간 '시민교육론' 강의를 맡고 있다.
 
-강사료는 많이 받나?
"생업이 되기엔 충분하진 않다. 이젠 돈을 좀 벌어야겠다."

-뭘 할 건가?
"글 써서 기고하고, 강의하고, 책도 내고…. 번역서도 한 권 준비하고 있다."


 -첫 출마 시도가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좌절됐는데, 예비후보 해보니 어땠나?
"작년 12월 20일부터 만 3개월 동안 나름 재미있었다. 즐기려 노력했다. 하루하루가 달랐다. 마지막 한달은 피부로 느껴졌다. 뭔가 꿈틀거리는, 뒤집어지는 느낌이 오더라."

-정말 즐거웠나? 힘들진 않았나?
"솔직히 고백하면 즐거웠지만 힘들고 외로웠다. 사람들이 (정치개혁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해봐라' 이걸로 끝이었다. 방관이랄까? 철저하게 혼자였다. 정말 서럽도록 외로웠다."

-술자리에 후보를 불러내 술값을 내라는 작자도 있었다는데, 그런 일이 많았나?
"많지는 않다. 한 번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표를 구걸하진 않겠다'며 딱 잘랐고, 바로 사과를 받았다. 조직을 줄테니 돈 달라는 '꾼'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그 분들도 진심으로 대하고 설득하니 나중엔 무료로 봉사해주더라."

-흔히 정치는 마약이라는데, 직접 선거판에 뛰어보니 어땠나?
"내가 무엇이 '되고자' 하면 마약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하고자', 세상을 바꾸고자 했기 때문에 그런 건 느끼지 못했다. 즐기면서 했다. 돈 쓰는 조직선거가 아니라 SNS를 충실하게 활용하면서 거의 모든 정치적 상황에 대해 내 생각을 올리고 공유했다. 닥치고 명함 돌리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유권자와 함께 교감하려 했다."

-'나가수 식 경선'이 결국 무산됐지만, 깔끔하게 단일화를 이뤘다. 미련은 없나?
"가장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경선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제동이 걸렸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했다. 다만 '닥치고 연대' '닥치고 단일화' 방식이 옳지 않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나는 상황논리와 결과이상주의를 싫어한다. 어떤 국회의원이냐가 아니라 의석수에만 급급하는 건 성적지상주의와 똑 같다. 선거 끝나면 이런 식의 단일화 방식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돈은 얼마나 썼나?
"창원에서 택시운전을 하시는 아버지의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 썼는데, 2~3000만 원 정도? 본선까지 갔으면 선거비용 보전도 받을 수 있을텐데, 단일화해서 다 날리게 됐다."

김갑수 전 예비후보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그래도 정치는 계속할 건가?
"당연하다. 우선 단일화한 문성현 후보를 꼭 당선시키는 게 당면 문제고, 상식적인 정치 지형이 만들어질 때까지 도전할 것이다. 처음 출마를 결심할 때 20년을 목표로 시작한 일이다."

-창원에서?
"그렇다. 여름이 오기 전에 창원 동읍으로 가족 모두가 이사하려 한다. 거기서 '시민학교'를 만들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 말씀대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기르고 싶다. 내가 경희대에서 하는 강의도 '시민교육'이다. 이미 동참하기로 한 분들도 있다."

-페이스북 프로필에 좋아하는 영문(英文) 인용구가 있던데 무슨 뜻인가?
"호피족이라는 인디언 부족의 어른이 한 말이다. '담 너머로 누군가 우리를 구원해주리라 믿지 마라. 우리가 바로 우리가 기다려온 그들이다.' 즉,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떤 초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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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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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흙장난 2012.03.26 0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멋진 분이시더군요.
    제가 이 동네 사는 한 꾸준히 응원할겁니다.

  2. 장복산 2012.03.26 1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치고는 제법 마음에 드는 정치인이었다는 기억입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뀔 때도 되었는데...
    멋진분이 멋짐 국회의원을 당성시키기 바랍니다.
    페배를 페배를 인정하는 세상.
    승자를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합치는 세상.
    정말 생각만 해도 멋지군요.
    김갑수..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