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창원시 공무원은 개가 다 물어갔나?

김훤주 2011. 6.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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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원계리에 있는 원계 시내버스 정류장 천정이 뒤집어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인지 무슨 공사를 하다가 그리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햇볕이나 비를 가려주던 천정이 뻥 뚫렸습니다.

저는 페이스북 창원시그룹에 제가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이튿날인 6일 공무원인 듯한 분이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고 해당 업체가 일을 한다면 바로 고치도록 하겠다고 댓글을 붙이셨습니다.

이튿날 오후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봤더니 지붕 위로 뒤집어진 채 솟아 있던 판자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바로 정리가 되다니 좀 놀랍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에 그 앞에 있는 카센터에 제 차를 맡기려고 갔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잘라내기만 하고 뚫린 구멍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였습니다.  겉보기에 걸치적거리는 부분만 떼어낸 셈입니다.

6월 20일 찍은 사진. 어르신 한 분이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찍었습니다. 정류장 천장이 뚫려 있습니다.


저는 생각해 봅니다. 문제 제기가 있었던 때부터 지금까지 스무 날이 넘게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 기간에 공무원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아니면 정말 개가 다 물어가고 아무도 없었을까요?

장마철에 접어들었는데, 시내버스를 타는 사람은 그나마 이런 지붕을 비와 햇살 가리개로 쓸 텐데요. 아마 창원시의 공무원들은 작은 문제라고 여기고 나중에 한꺼번에 하자 싶어서 이렇게 팽개쳐 뒀을 수 있겠지요.

저는 스스로에게 되물어봤습니다. 이해가 되는 상황인지를요. 창원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에 있는 시내버스 정류장이 망가져 있어도 이처럼 내버려두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자기네들 일하는 사무실에 유리창이 깨져(CCTV 덕분에 도둑맞을 일은 없다고 치고) 빗줄기가 안으로 들어와도 이렇게 스무 날 넘게 팽개쳐 두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던 25일 찍은 사진입니다. 정류장 뼈대에 빗물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습니다.


이 원계 시내버스 정류장은 우리 집 앞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랑은 아무 관계도 없지만, 이 버스 정류장을 아침저녁으로 써야 하는 원계 마을 사람들이 참 안 됐습니다.

여기 정류장을 오가는 대부분 어린 학생이거나 수입 적은 남녀 노동자이거나, 금전 상황이 좋지 않은 어르신이거나 아니면 남의 나라서 고생하는 이주 노동자이거나 할 것입니다.

이런 데서도 저는 빈부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빈부 차이에 따라 다르게 대접하는 공무원들의 관성, 우리 사회 신종 신분 제도도 함께 느끼게 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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