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열심히 공부할수록 머리가 나빠진다고?

기록하는 사람 2011. 2. 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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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검, 섹검, 떡찰, 썩검, 검사스럽다 등 검사들을 비아냥거리는 말이 많다. 나도 가끔씩 놀란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인재인데, 어찌 저리 미련할까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 꼭 재원이 아니더라도 자기도 사람이라면 수오지심이라는 게 있을텐데 어찌 저리도 뻔뻔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검사들이 뻔뻔하고도 멍청한 이유를 알았다

물론 모든 검사가 그렇지는 않다. 그럼에도 같은 사법고시 출신 중 판사보다는 검사직에 훨씬 뻔뻔한 출세주의자가 많은 것 같다.


검사뿐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판검사와 함께 의사도 똑똑한 직업인으로 통한다. 의사 역시 웬만큼 공부해서는 여간해서 되기 어려운 직업 라이센스다.

그런데 가끔 의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어찌 저렇게 세상 물정 모르고 철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 것 같고, 사회성 자체가 없는 것 같은 의사도 있다.

이게 룸살롱 마담을 장모로 모셨던 스폰서 검사들의 명단이라는데...


똑똑하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직업인들이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얼마 전 일본의 두 지식인이라는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가 쓴 '知의 정원'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 의문을 풀게 되었다.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두 지식인의 대화를 읽어보자.

"다치바나 : 공부를 할수록 머리가 나빠진다고요?

사토 : 네. 그 중 하나가 입시공부입니다. 국가공무원시험이나 사법시험을 서너 번씩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일정한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기억한 것을 일정한 시간에 종이 위에 재현하는 것은 우리 뇌의 기능 가운데 기억력과 조건반사 능력밖에 사용하지 않는 거죠.

한 분야에서 지나치게 오랫동안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머리가 나빠집니다. 입시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다 보면 머리가 나빠져서 그 틀을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외무성에도 4~5년씩 시험 준비를 하다가 합격해서 들어온 외교관들은 쓸만한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의 위험성을 논한 쇼펜하우러의 <독서에 대하여>를 읽어두면 좋습니다. 쇼펜하우어 자신은 대단한 독서가였지만, 독서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고 이 책에서 거듭 경고합니다. 독서한 다음에는 생각하는 행위가 필요한데, 책을 너무 많이 읽다 보면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어 오히려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이죠.(웃음)"


이 대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말은 바로 "일정한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기억한 것을 일정한 시간에 종이 위에 재현하는 것"이다. 즉 사법고시나 의사 라이센스를 따기 위한 시험공부를 뜻하는 것이다. 그런 공부에 몰두한 이들은 기억력과 조건반사 능력만 발달한 기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워서 시험문제 풀이는 잘할 수 있지만, 생각하는 능력이 없는 인간.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간,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 요즘 욕 먹는 검사들이 바로 그런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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