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저녁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창원종합버스터미널 앞에 갔습니다.

민생민주경남회의와 4대강 사업 저지 낙동강 지키기 경남본부가 마련한 '4대강 사업중단! 쌀 대란 문제 해결! 노동법 재개정! 교사 공무원 탄압 중단! 경남도민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주최 단체와 민주노총은 앞서 대회 규모가 5000명 수준이라 했습니다.

전체 5000명 가운데 민주노총이 1000명, 농민 조직이 3000명을 책임지고, 나머지 1000명은 시민사회단체에서 맡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자료를 봤을 때 두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들었습니다.

하나는 '과연 그렇게 모을 수 있을까?'였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만 되면 엄청나겠는데!'였습니다.

5000명이면, 서울에서 주로 열리는 전국 단위 집회랑 견주면 10만명에 맞먹는 숫자입니다. 왜 그렇게 보느냐 하면, 경남은 전국 단위 통계에서 통상 5%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9월 10일 열린 경남도민대회.


엄청나다 싶었지요.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생하면서도 뜨거운 기운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대회 이틀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간부에게 규모가 어떨는지 물었더니 "5000명은 아무래도 무리"라면서 "하지만 3000명은 넘고 4000명은 안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때 '그래도 그런 정도라면 그게 어디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회 당일 다른 간부한테서 '민주노총은 750명정도'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 느낌이었지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참여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적었습니다. 기자들은 800명 안팎, 경찰은 620명, 주최 단체는 1000명이 참가했다고 봤습니다.

촛불을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 대열은 늘려잡아도 450명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1000명이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다만 5000명 목표에 견주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나중에 알아봤더니 대회 준비 단계에서조차 지나친 목표 설정이라는 내부 비판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목표치를 낮추면 인원이 더 줄게 된다는 이유로 그대로 뒀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또 대회 당일은 태풍이 불어닥친 뒤끝이어서, 주력으로 삼았던 농민 단체 쪽에서 조직력을 극대화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나름대로 이해는 됐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동원하기 위해, 나중에 좀 거짓말이 될지라도 목표치를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속앓이도 짐작이 됐습니다.

농민들이 태풍과 비 때문에 나자빠진 농작물을 어쩌지 못하는 심정은 더욱 아프게 헤아려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이런 현상이 이미 일상이 됐고 관행이 됐지 않나 싶다는 데 있습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인정했듯, 올해 4월 대의원 만장일치로 결의된 총파업도 결국 '뻥 파업'이 되고 말았습니다. 거기에 견준다면, 이번 대회 민주노총 참여 숫자는 '뻥 집회'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농민 조직은 그대로 두고 민주노총만 문제 삼는 가장 큰 까닭은 제가 농민 조직의 동원력을 나름대로 안다는 데에 있습니다.

농민 조직은 마음만 먹으면 예상한 목표치와 거의 맞먹게 조직 동원을 하는 경우를 봤지만, 민주노총은 이런 대규모 집회에서 그렇게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환경단체는 집회장에서 이런 퍼포먼스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뻥'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지도부는 관성이나 당위에 떠밀려 무리한 목표를 세웁니다. 대의원을 비롯한 집행간부들은 무리한 목표인 줄 알면서도 그대로 결의하고 여태 해오던 대로 집행합니다.

다시 지도부는 특별하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이런저런 동원·조직 방법을 내놓습니다. 그러면 다시 집행부는 내놓은 방법대로 조직하고 동원합니다. 물론 그조차 하지 않는 집행부도 없지는 않은 줄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불신 덩어리입니다. 민주노총으로 하여금 민주노총 자신조차 불신하게 만듭니다.

불신 덩어리는 굴리면 굴릴수록 더 커지고 단단해집니다. 불신 덩어리를 점점 더 크고 단단해지도록 굴리는(또는 굴릴 수밖에 없는) 민주노총이 안타깝습니다.

제가 소속이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라서, 같은 민주노총 조합원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안타까운 까닭은, 불신 덩어리가 굴러가는 그 끝에 비정규직을 포함한 우리 사회 서민대중 대다수의 완전한 불신과 철저한 외면이 있는 것이 빤히 보인다는 데에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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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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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창수 2010.09.22 2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여유로워져 있고 의식은 퇴보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은 저런 장소에 나가기도 쉽지 않고 나가서 싸우기 어려운 현실을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저 자리에 한 번 더 나간다고 해서 생존권이 나아질지의 의문이 더 생기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0.09.23 0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놓인 자리를 잘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석은 잘 쇠셨는지요? ^.^

      그런데 "저 자리에 한 번 더 나간다고 해서 생존권이 나아질지의 의문이 더 생기는 지금의 현실"이라 하셨는데요,, 그런 의문은 '지금의 현실'뿐만 아니라 '과거의 현실'이기도 했고 '미래의 현실'이기도 하자 싶은데요.. 언제나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이 그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