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지율스님 낙동강 사진, 경남서 전시합시다

김훤주 2010. 5. 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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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의 사진이 왔습니다. 2008년 12월부터 찍은 것들입니다. 3월 29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조계사 나무 갤러리에서 열린 '낙동강 숨결 느끼기 : Before & After' 사진전에 나왔던 것들입니다.

저는 3월 30일 서울에 가서 지율 스님을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경남에서 이 사진전을 이어가는 사람이 아직 없다는 말씀을 듣고 감히 용기를 내어 한 번 해 보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무슨 이야기 끝에, 지율 스님은 사진을 뽑아 사진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100만원이 든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돈을 장만해 드릴 테니 사진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율 스님은 돈이 오지 않아도 나중에 처리하면 되니까 일단 사진을 먼저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이 이번에 왔습니다. 모두 35장이었습니다.

지율 스님 전시회에 썼던 사진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모습을 위에서 보여주고 그 아래에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를 빙자한 이명박 정부의 토목공사로 망가진 모습을 아래에서 보여주는 식으로 짜여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아래와 위로 따로 떼어냈습니다. 여기 있는 사진들은 지율 스님의 사진전 작품을 제가 다시 카메라로 찍은 것들입니다. 원래 모습 그대로 담으니까 사진이 너무 작아져서 이렇게 했습니다.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한 번 보시고, 이명박 정부의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과연 말 그대로 낙동강 살리기가 맞는 것인지를, 차분하게 생각해 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낙동강에서
야생 버드나무 군락이 가장 아름다운 이곳에
나무를 베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날이 강가에 나가
소리없이 스러지는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제 세계의 한 부분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율 스님이 쓴 글입니다. "나날이 강가에 나가"라는 표현에 착안해 보니 여기는 아마 지율 스님이 새로 짐을 푼 경북 상주이겠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는 사진전에 전시된 순서를 알지 못합니다. 지율 스님은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낙동강의 실상(사실은 참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겠다 싶은 방식으로 배열했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는 못하고, 그냥 제가 편한대로 죽 늘어놓아 봅니다. 지율 스님 전시한 정도에는 절대 못 미치겠지만, 이렇게만 해도 똑바로 보는 이들에게는 제대로 보이겠거니 싶었습니다.

먼저, 남지 둔치 사진입니다.


두 번째, 남지 모래사장입니다.

저는 마산에서 창녕이나 대구로 갈 때 가끔은 남지다리 있는 데서 멈춰 서서 아래 모래톱을 그윽하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강물이 가장자리를 핥아먹고 가는 모습까지도요.

남지 모래는 아주 넓습니다. 어떤 때는 중고생 아이들이 떼지어 놉니다. 어떤 때는 풀들이 무성합니다. 모래는 아울러 여러 생명이 깃들어 사는 터전이기도 합니다. 

강물을 정화해 주는 구실도 톡톡히 합니다. 낙동강에 모래가 없었다면 강물을 맑게 하는 데 더 많이 비용이 들었을 것입니다. 모래를 걷어내면 낙동강은 그만큼 숨통이 끊어집니다.


이제부터 본포 언저리입니다.

본포는요, 낙동강에서 가장 나중까지 나루가 있었던 곳입니다. 창원과 창녕-밀양을 이어주는 길이었습니다. 여객운송업뿐만 아니라 화물운송업까지 했던 제법 규모 있는 나루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그라지고 없지만, 1960년대만 해도 창녕 부곡면 청해진 5일장이 엄청났다고 합니다.(본포 나루와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 맞은 편 밀양 하남읍의 3일과 8일 서는 수산장도 매우 컸습니다. 물산의 집결지였습니다.

이제 본포 나루에 대한 기억은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를 빙자한 이같은 토목공사로 지워졌습니다. 기억만 지워지지는 않았고, 거기 머물던 사람과 나무와 풀과 다른 꼼지락거리는 생명들이 사라졌습니다.

거기 그대로 있던 무생물들도 자리를 떴습니다. 무생물들도 생태계의 일원입니다. 무생물이 없으면 생물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모래나 자갈 같은 무생물이 있어야 생물이 살고 나아가 다른 무생물도 본래 속성대로 유지됩니다.

본포 1


본포 2.


본포 나루터가 있던 자리에 2000년대 들어 찻집이 들어섰습니다. 이름이 '알 수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주인장은 여기서 차를 팔고 시집을 팔고 하면서 노래를 틀었습니다.

저는 여유가 없이 늘 쫓기듯이 살았습니다. 여기 들른 적은 있으나 지그시 차를 마시거나 귀를 열어 음악을 들은 적은 없었습니다. 단지 기사거리가 있을 때 기사를 찾아 들렀을 뿐입니다.(이제는 그러지 않습지요^.^)

위 사진 오른쪽 중간 즈음 조금 위쪽으로 찻집이 있습니다. 여기를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를 빙자한 토목공사가 덮쳤습니다. 비가 와도 허물어지지 않도록 마감까지 공사를 했습니다.

옛날 본포 나루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고유한 풍경이었습니다.(좋고 나쁘고 아름답고 아니고를 떠나서요) 그러나 이제 본포 나루터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토목공사는 두렵지 않습니다. 두려운 것은 저 획일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상력도 감수성도, 현실도 미래도 자기네 관점과 판단만 맞다는, 다른 관점과 판단은 있을 수 없다는, 있어서도 안 된다는.....
.  


본포 나루터.


마지막 함안입니다.

함안은 지금 시끌벅적합니다. 이른바 함안보라는 댐이 들어서고 관리수위를 5m로 한다는데 그러면 함안천이 흐르는 함안 일대가 물에 잠길 수밖에 없겠기 때문입니다.(창녕 길곡 일대도 마찬가지지만)

지율 스님은 착공식 이전에 돌격대식으로 모든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래서 지금 함안보 임시 물막이 공사가 '빛의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짐승들 보금자리, 나무와 풀의 삶터, 인간들의 먹을거리 생산기지인 여기를 사람들 놀이터, 자본이 자기 몸집 불리는 헬스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비유가 아니라 실제 상황입니다)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 지율 스님의 눈물이 보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지율 스님이 울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내 나중을 위해 지금을 증언하리라."


저는 이런 사진전이 서울에서말고 경남에서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덜컥 마음을 내어 지율 스님께 사진 패널 제작 실비 100만원 후불을 약속하고 사진을 받아왔습니다.

지율 스님의 낙동강 사진을 경남 곳곳에서 전시하자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지율 스님 말씀대로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를 빙자한 토목공사를 저지하는 일이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 낙동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리는 일일 따름입니다. 이렇게 알려서, 사람들로 하여금 한 때는 낙동강이 이렇게 아름다운 적도 있었다는 기억을 갖게 하는 일입니다.

지율 스님은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를 빙자한 토목공사를 막을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다만 언젠가 시대 흐름이 바뀌어 '복원이 대세'일 때 그를 위한 현장 기록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율 스님은 낙동강이 허물어지는 까닭을 이명박 정부에게서 찾고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낙동강을 잘 알지 못하고, 그래서 낙동강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지율 스님 생각에 공감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과 행동과 말을 힘껏 널리 공명(共鳴)하고 싶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글을 읽으시는 여러 분에게 감히 도움을 청해 올립니다.

제가 맷집은(^.^) 있습니다. 안팎에서 생기는 '태클'은 제가 온몸으로 감당하겠습니다. 돈이든 힘이든 다 좋으니 십시일반(十匙一飯) 백시십반(百匙十飯) 보태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진 패널 제작비(100만원)에 더해, 순회 전시에 필요한 기름값+밥값이 필요합니다. 한 주일에 세 차례 대학가나 시골 장터나 도시 중심가에 전시를 한다 치면 12월까지 순회 전시 비용이 300만원정도 들 것 같습니다.

이같은 <지율 스님 낙동강 사진 경남 순회 전시>에는
지역을 살리려는 손길과
생태를 아끼고 보듬으려는 눈길과
사람과 자연이 두루 편한 미래를 꿈꾸는 발길이
함께하리라고 두텁게 믿습니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신 여섯 분께서 적지 않은 60만원이라는 돈을 보내오셨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돈과 사람을 마련해 보겠다 하셨습니다. 김유철 민족예술인총연합회 창원지부장께서도 역량을 보태겠다 하셨습니다.

2008년에도 '광우병 미국소 수입 반대 펼침막'을 공짜로 나눠드린 적이 있습니다. 5000장남짓 했는데, 덕분에 그 힘듦과 보람을 잘 알고 있습니다.(반대 펼침막 보내기에 동참하는 방법 http://2kim.idomin.com/226 )

여러 분께서 동참하시지 않고 도움주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 줄 잘 압니다. 제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제 전자우편 주소는 pole@idomin.com입니다. 제 계좌는 농협 302-0225-2365-11 김훤주입니다. Orz....

김훤주

초록의 공명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지율 (삼인,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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