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대한민국 헌법 2조 2항을 아십니까?

기록하는 사람 2010. 1. 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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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공화국에서 숙박업과 여행가이드를 하며 살고 있는 우리 교민이 있다. '블루팡오'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행복의 섬 바누아투에서 행복찾기'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최근 '사이판 총기난사 사건' 문제 해결에도 힘을 보태고 있는 동맹블로거들 중 한 명이다.

지난 주말, 그를 인터뷰하면서 이런 질문을 해봤다. "해외 교민으로서 한국정부의 자국민 보호대책에 대해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그의 대답은 이랬다.

"제가 오히려 묻고 싶은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자국민 보호대책이란 것이 있습니까?"

네덜란드에 살며 '나의 네덜란드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펨께'라는 분은 사이판 사건이 인터넷에서 이슈화하고 있던 지난 연말 '네덜란드인이 사이판 총격사건 피해자였더라면'이라는 글을 썼다.

"이 나라 비행기 KLM이 의사, 간호원, 의료장비(를 싣고), 사고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받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상담원, 적십자회원들이 부상자들을 위해 그 나라로 날아갈 것이다. 이런 일이 꼭 정부차원에서만 일어나는것도 아니고 사고의 종류에 따라 그 해결책이 조금은 다르겠지만 누구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는가를 묻기 전에 피해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점의 해결책을 강구하는것이 이 나라에서 제일 먼저 시행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G20정상회의 유치를 홍보하느라 열심이다. 그러나 G20에 걸맞는 자국민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 @사진 : 공감코리아


그들의 지적처럼 우리나라 정부에는 사실상 재외국민 보호대책이라는 게 없다. 헌법 제2조 2항에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정작 그 조항이 가리키는 법률은 없다. '재외국민보호법' 입법안은 수 년째 표류만 하고 있다.

자국민 보호도 못하는 한국정부 G20 정상회의 자랑할 자격 있나

반면 미국은 침략 전쟁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지만, 자국민 보호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얼마 전 평범한 미국 남성의 아들 양육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브라질에 무역 제재까지 불사하는 전방위 압박을 가해 결국 성공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지난 요즘도 미국은 낙동강 방어전이 치러졌던 경남 함안 서북산과 여항산을 끊임없이 찾아온다. 단 한 명의 미군 전사자 유해라도 찾기 위해서다.

일본은 또한 어떠한가? 지난해 11월 부산 사격장 화재사고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희생되자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나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고 수습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고,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 APEC총회 때 하토야마 총리에게 사과한 데 이어 재차 유감을 표하는 서한까지 보냈다. 일본 언론은 연일 한국의 허술한 안전관리 실태를 대서특필했고, 정운찬 국무총리는 일본인 유족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또 개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여서 정부나 지자체가 보상할 의무가 없음에도, 황급히 '부산시 특별조례'를 제정해 희생자 1인당 3억~5억 원까지 정부 재정으로 보상해주기로 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범죄피해자가 되면 그 때부터 조국은 더 이상 조국이 아니다. 사진은 사이판 총기난사 피해자 박재형 씨와 그의 아내 박명숙 씨. @한사 정덕수


그러나 한국인 관광객 6명이 미국령 사이판에서 무장괴한의 총기난사로 중경상을 입은 사건에서 우리 정부는 뭘 했을까? 사이판 정부가 공문을 통해 "보상해줄 제도도 없고, 책임도 없다"는 입장을 통보하자, 이를 피해자 가족에게 알려준 것이 끝이다. 그러면서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인터넷이나 언론에 호소해봐라."


이게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다고 자랑질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선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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