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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가 1939년 <만주신문>에 실린 기사를 근거로 박정희의 만주군 '혈서 지원' 사실을 입증했을 때, 내가 궁금했던 건 소위 얼치기 '보수세력'의 반응이었다. (※관련 글 : 박정희, 만주군에 '혈서지원' 사실로 확인)
인정할까, 침묵할까, 아니면 반박하고 나올까? 반박한다면 과연 어떤 논리를 들고 나올까?
아니나 다를까? 박정희의 혈서지원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듯 하더니, 이어진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대해선 '대한민국 정통성 다시 갉아먹은 친일사전 발간대회'(조선일보 사설)라며 치고 나왔다.
예상했던 바다. 아무런 논리도 없다. 논리로 친다면 차라리 이 블로그의 '박정희 혈서지원' 글에 달린 아래 댓글이 더 낫다. 나는 이 댓글에 '최고'라는 찬사를 선사했다.
과거사(친일) 청산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갉아먹는다'는 논리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게 대한민국의 '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의 수준이다.
무릇 과거사 청산은 국가권력의 기반을 공고화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오히려 '보수세력'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다. 서울대 정근식 교수(사회학)가 최근 <제노사이드 연구> 제5호(도서출판 선인)에 쓴 관련 부분을 읽어드린다.
"과거청산은 한편으로는 국가권력과 시민사회간의 대립,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제세력들간의 갈등과 타협의 연속적 과정이지만, 이것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이 사회구성원들간의 신뢰와 통합성을 제고시키고, 국가권력의 정치사회적 정당성을 강화하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청산이 이루어진 사회나 국가는 그렇지 않은 사례들에 대하여 규범적 우월성을 향유하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급진 좌파들은 과거청산이 어떤 형태로든 자신들이 집권하기 전에 마무리되는 것을 탐탁찮게 여긴다. 나 또한 이번 <친일인명사전> 발간이 한편으로는 반갑지 않은 측면도 있다. 자료부족 또는 잔챙이라는 이유로 이 사전에 실리지 않은 수많은 친일파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수준낮은 보수들은 이런 식으로 과거청산 작업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세월이 지나면 흐지부지 잊혀질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또한 한심한 착각임이 외국의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위 책에서 독일인 학자 뤼젠이 쓴 논문 '어떻게 부담스러운 과거와 대면할 것인가?'중 일부를 읽어드리겠다.
"은폐의 장막 아래서 책임의 중압감은 다음 세대로 전승되었다. 실로 이 세대는 자기 책임을 수용하고 은폐의 역사문화를 독일의 최근 과거사에 대한 높은 수준의 도덕적 태도로 변화시켰다. 도덕화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것은 자기확신이었다. 이렇게 하면서 젊은 독일인들은 보편주의적인 도덕성의 원리들에 관해 언급하고, 이 원리들을서독의 역사문화는 물론 정치문화의 토대에까지 각인시켰다. 이와 동시에 그들은 자신들과 독일의 과거 사이에 현저한 거리를 두었으며, 그들의 정체성은 이렇게 현저한 거리감과 더불어 희생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방식을 통해 규정되었다."
부담스러운 과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청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사회는 비로소 부담스러운 과거와 단절을 통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는 공주대학교 송충기 교수팀이 독일과 에스파냐,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의 과거사 청산작업을 연구한 후, 그 결과물로 '피해·명예회복 및 화해·위령사업, 재단 해외사례 조사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진실화해위원회에 내놓으면서 결론부분에서도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과거사 청산의 작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략되거나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되고 엄격해졌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당대에는 몰랐던 역사적 맥락이 새로 발견되어 과거사의 내용이 다양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사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속세대는 과거사 청산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는 이들이 더 이상 '불행한' 과거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를 더 냉철하게 바라보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더욱 발전된 민주주의와 더욱 고양된 인권의식으로 무장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세계화를 통해 다른 나라의 과거사 청산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역사를 인권의 차원에서 새롭게 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한국의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다. 잘못된 과거를 깨끗이 인정하고 단절함으로써 스스로의 정당성과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과거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창에 허덕거리면서 '대한민국 정통성' 운운하고 있는 모습이 측은하기조차 하다.
그런 수준낮은 '보수 참칭세력'이 진짜 보수인줄 알고 부화뇌동하면서 '민족문제연구소 해체 투쟁' 운운하며 행동대원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불쌍하긴 매한가지다.
인정할까, 침묵할까, 아니면 반박하고 나올까? 반박한다면 과연 어떤 논리를 들고 나올까?
아니나 다를까? 박정희의 혈서지원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듯 하더니, 이어진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대해선 '대한민국 정통성 다시 갉아먹은 친일사전 발간대회'(조선일보 사설)라며 치고 나왔다.
예상했던 바다. 아무런 논리도 없다. 논리로 친다면 차라리 이 블로그의 '박정희 혈서지원' 글에 달린 아래 댓글이 더 낫다. 나는 이 댓글에 '최고'라는 찬사를 선사했다.
과거사(친일) 청산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갉아먹는다'는 논리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게 대한민국의 '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의 수준이다.
무릇 과거사 청산은 국가권력의 기반을 공고화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오히려 '보수세력'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다. 서울대 정근식 교수(사회학)가 최근 <제노사이드 연구> 제5호(도서출판 선인)에 쓴 관련 부분을 읽어드린다.
정근식 교수의 글.
"과거청산은 한편으로는 국가권력과 시민사회간의 대립,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제세력들간의 갈등과 타협의 연속적 과정이지만, 이것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이 사회구성원들간의 신뢰와 통합성을 제고시키고, 국가권력의 정치사회적 정당성을 강화하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청산이 이루어진 사회나 국가는 그렇지 않은 사례들에 대하여 규범적 우월성을 향유하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급진 좌파들은 과거청산이 어떤 형태로든 자신들이 집권하기 전에 마무리되는 것을 탐탁찮게 여긴다. 나 또한 이번 <친일인명사전> 발간이 한편으로는 반갑지 않은 측면도 있다. 자료부족 또는 잔챙이라는 이유로 이 사전에 실리지 않은 수많은 친일파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수준낮은 보수들은 이런 식으로 과거청산 작업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세월이 지나면 흐지부지 잊혀질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또한 한심한 착각임이 외국의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위 책에서 독일인 학자 뤼젠이 쓴 논문 '어떻게 부담스러운 과거와 대면할 것인가?'중 일부를 읽어드리겠다.
"은폐의 장막 아래서 책임의 중압감은 다음 세대로 전승되었다. 실로 이 세대는 자기 책임을 수용하고 은폐의 역사문화를 독일의 최근 과거사에 대한 높은 수준의 도덕적 태도로 변화시켰다. 도덕화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것은 자기확신이었다. 이렇게 하면서 젊은 독일인들은 보편주의적인 도덕성의 원리들에 관해 언급하고, 이 원리들을서독의 역사문화는 물론 정치문화의 토대에까지 각인시켰다. 이와 동시에 그들은 자신들과 독일의 과거 사이에 현저한 거리를 두었으며, 그들의 정체성은 이렇게 현저한 거리감과 더불어 희생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방식을 통해 규정되었다."
부담스러운 과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청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 사회는 비로소 부담스러운 과거와 단절을 통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는 공주대학교 송충기 교수팀이 독일과 에스파냐,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의 과거사 청산작업을 연구한 후, 그 결과물로 '피해·명예회복 및 화해·위령사업, 재단 해외사례 조사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진실화해위원회에 내놓으면서 결론부분에서도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과거사 청산의 작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략되거나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되고 엄격해졌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당대에는 몰랐던 역사적 맥락이 새로 발견되어 과거사의 내용이 다양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사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속세대는 과거사 청산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는 이들이 더 이상 '불행한' 과거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를 더 냉철하게 바라보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더욱 발전된 민주주의와 더욱 고양된 인권의식으로 무장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세계화를 통해 다른 나라의 과거사 청산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역사를 인권의 차원에서 새롭게 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한다."
오마이뉴스 사진. 8일 숙명여대 앞에서 친일인명사전에 반대하는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차원에서 볼 때 한국의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다. 잘못된 과거를 깨끗이 인정하고 단절함으로써 스스로의 정당성과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과거의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창에 허덕거리면서 '대한민국 정통성' 운운하고 있는 모습이 측은하기조차 하다.
그런 수준낮은 '보수 참칭세력'이 진짜 보수인줄 알고 부화뇌동하면서 '민족문제연구소 해체 투쟁' 운운하며 행동대원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불쌍하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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