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인해전술' 아니라면 예비군은 폐지해야

기록하는 사람 2008. 4. 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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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해전술 [, human wave tactics]

우세한 인력을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전투원의 희생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공격함으로써, 방어부대를 수적으로 압도하여 돌파구를 형성하고 방어지역을 분단·고립시키는 것을 말한다. 막대한 인명피해를 수반하게 되는 전근대적인 전술이지만, 방어부대에게 심리적인 압박과 공포감을 주어 일시적인 승리를 거둘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조직적인 현대전에서는 최종적인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 인적 자원이 월등하게 풍부한 대신 무기나 장비가 열세한 군대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있으나 인명경시()의 비인도적인 전술로서 비난을 면할 수 없다.


4일이 예비군의 날이었다고 한다.
위 인용문은 네이버에서 검색한 '인해전술'에 대한 두산백과사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나는 몇 년 전 '한국군의 주요전술이 인해전술이라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예비군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어느 군사전문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책에서였던 것 같다.

나도 예비군 훈련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향군법 위반 전과자가 될 뻔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정상참작이 이뤄져 '기소유예'에 그쳤으나 그 때도 예비군훈련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었었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예비군 훈련 통보가 날아오지 않아 잊고 있었는데, 오늘 레디앙에서 오랫만에 예비군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글을 봤다. (
“참을 수 없는 지루함, 예비군제도 없애자”  )

레디앙의 기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 기사에는 예비군 제도가 쉽게 폐지될 수 없는 사정이 생략돼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70년도였던가? 박정희와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었을 때 예비군 제도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물론 그는 아까운 표차로 낙선했고 예비군 제도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 후 몇 번의 대통령선거가 더 있었지만 김대중 후보의 예비군 관련 공약은 서서히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즉 폐지에서 훈련기간 단축 쯤으로 타협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건 아마도 예비군제도가 점점 정착되면서, 폐지하게 될 경우 오히려 더 큰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해서였던 게 틀림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훈련물품을 받고 있는 예비군들. /사진=레디앙

자, 예비군제도로 인해 한국군의 모든 사단은 정규사단에서 예비사단 편제로 바뀌었다. 따라서 현역군인의 숫자가 아닌 예비군의 숫자를 포함해 사단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군부대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것만으로 늘어나게 된 사단장(별 두 개)과 부사단장(별 한 갠가? 대령인가?), 참모장(대령) 자리만 해도 몇 개인가. 또한 그 아래 중령과 소령, 또 위관급 장교의 수효만 해도 대체 몇 개인가.

뿐만 아니다. 전국의 각 읍면동마다 있는 예비군 동대장과 읍대장, 면대장들은 몇 명인가. 또 웬만한 기업이나 기관,단체에 구성돼 있는 직장예비군중대와 그 중대장들은 몇 명인가.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은 전국적으로 또한 몇 명이며, 심지어 전국 각지의 예비군훈련장 인근에서 예비군들을 상대로 밥이나 군것질거리를 팔아 살아가는 식당과 노점상만 해도 몇 명인가?

아마도 예비군제도를 폐지해버리면 한국군의 별자리 숫자가 갑자기 급감해 군복을 벗고 제대해야 할 고급장교들이 속출할 것이고, 면대장 동대장들은 모두 실업자가 될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그 군발이들은 임오군란 때처럼 반란을 일으킬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대통령후보, 국방장관 등은 한국군의 주요전술이 '인해전술'이 아니며, 그렇다면 굳이 엄청난 유지비용 부담과 제대군인들의 원성을 들으면서 예비군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게 틀림없다. 다만 그들은 제2의 임오군란이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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