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편? ‘책 읽어주는 여자’는 프랑스산 영화 속에나마 있는 줄 알지만, 저는 제 살아 생전에 책 읽어주는 남자를 현실에서 만나리라고는 진짜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실재하고 있었습니다. 2008년 11월에 만났습니다. “요즘 밤마다 아내 눕혀 놓고 책을 읽어줍니다.” 이랬습니다. 물론, ‘밤마다’와 ‘눕혀 놓고’라는 대목에서, 참 경망스럽게도, 좀 요상한 느낌이 들기는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이 대목에서는 제가 아무 것도 실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이는 이어서 “한 1년 됐는데, (책을) 쌓으면 한 이만큼은 되지 아마?” 이러면서 손을 턱 바로 아래 즈음에 갖다 붙였습니다. 마흔 권은 넘어 보이는 높이였습니다. 저는 미련하게도, 이 때조차도 머리 속에서 실감나게 그런 풍경을 그려내지를 못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