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천 황현 초상화를 본 적이 있다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매천 황현(1855~1910)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그이 초상을 물끄러미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진상(眞像)이 아니고 책에 있는 그림이었겠습니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려니, 무언가 모르겠는 어떤 기운이 끼쳐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이었을까……, 이 사람. 나라를 잃어서 슬프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나라를 잃은 마당에 목숨 하나 내어놓는 선비가 없다면 그것이 슬프다면서 목숨을 끊은 사람. 그러면서도 죽을 약을 먹기까지 몇 차례나 망설였다는 사람.' 1910년 9월 6일 밤. 전남 구례 광의면 자기 집에서 경술국치 소식을 들은 매천은 슬픔에 잠겨 손님을 물린 뒤 방문을 안으로 걸어 잠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