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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2

동물이 더 셀까 식물이 더 셀까

언젠가 이런 물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동물하고 식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센지 아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당연히 동물이 더 세지 않느냐고, 동물은 대부분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식물을 해칠 수 있지만 식물은 동물을 그렇게 해칠 수 없지 않느냐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아니었습니다. 식물이 동물보다 더 세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물은 식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지만 식물은 동물이 없어도 물이랑 햇볕만 있으면 그리고 얼어터질 정도만 아니면 어디서나 살 수 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아울러 동물은 춥고 배고프거나 어떤 위험이 닥치면 기어서든 뛰어서든 걸어서든 옮겨갈 수 있으니까 덜 완전해도 괜찮은 존재지만, 뿌리를 한 군데 붙박고 사는 식물은 그럴 수 없고 제 자리에서 온전하게 버티고 감당해야 하니까 조금이라..

내린 눈(雪)과 인간 존재의 공통점

대학 4학년 올라가던 1985년 1월 이런 구절을 담아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시대의 슬픔과 아픔에 몸부림친다면 도중에 쓰러져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그런 주제였습니다만. 하하. "눈의 내림이 아름다운 까닭은, 쓰러질 때와 똑 같은 모습으로 다시 일어설 수 없음이니…" ("눈의 내림이 '슬픈' 까닭은"이라고 하지 않고 "눈의 내림이 '아름다운' 까닭은"이라고 비틀어 말한 이유는요, 그래야 있는 그대로가 다 드러나는 대신에 생각과 짐작을 할 수 있게 하는 여백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밤부터 눈이 왔습니다. 눈이 뿌리기 시작할 즈음에 저는 통영에 가 있었습니다. 마산문인협회 이달균 회장을 만나 문학의 활로를 두고 말씀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습니다. 이제 밤이 깊어지면서 굵어지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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