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교향악 공연 처음 본 40대 남자의 소감문

김훤주 2009. 3. 1. 00:27
반응형

2월 27일 창원문화재단 창립 1주년 기념 희망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음악에 소양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보고 느껴지는 대로 느꼈습니다. 교향악 연주는 사실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먼저, 자리. 모든 자리 초대였는데요, 1층 객석에서 적어도 3분의1은 비어 있었습니다. 대충 짐작건대, 먼저 초대장을 보내고 보러 올지 여부를 알려 달라 했습니다. 보러 오겠다는 이들에게는 입장권을 발행했고요.

다음으로 창원문화재단(또는 성산아트홀) 회원들에게도 초대장을 보냈겠지요. 아울러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랬다면 이들에게도 적당한 방법으로 초대권이 나갔겠군요. 그리고 사무실에서 나눠주기도 했더군요.

1. 빈 자리가 아까웠다

제 생각으로는 빈 자리가 아까웠습니다. 주최한 이들은 꽤 많이 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빈 자리를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당장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생산직 노동자들이 오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 중학생들 숙제하듯이 말입니다. 콘서트 가서 듣고 오면 어느 정도 근무 성적에 반영해 준다든지 하는 방법이지요. 아니면, 지역 노동조합들에 초대장을 보내는 것입니다. 만약 이번이 유료 공연이었다면, 생산직은 30% 싸게 해 준다든지도 방편이 되겠네요.

2. 검사장 왔는지가 중요할까?

성산아트홀 관장이 여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어서 이사장인 박완수 창원시장이 발언을 했습니다. 길지 않고 2분만에 끝내서 좋았습니다. ‘목련이 어쩌고’ 하는 내용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창원지방검찰청 황교안 검사장과 창원 KBS 총국장께서 바쁘신데도 어쩌고”는 듣기 싫었습니다. 그런 거, 아무도 궁금하다 하지 않잖아요?

3. 남자도 인사할 때 손으로 가슴을 가리네?

새로 알게 된 것이 몇몇 있습니다. 물론 사소한 것들입니다. 첫째, 교향악단이랑 함께 연주하거나 노래 부르러 나오는 이들이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합니다. 전에는 여자만 오른손을 왼쪽 어깨를 향해 올리고 고개를 숙이는 줄 알았습니다만 아니었습니다.

처음 나온 소프라노 오은경 씨가 그렇게 손을 올리고 하기에 여자라서 가슴이 보일까봐 저렇게 가리나 보다 생각했지요. 두 번째 첼리스트 송영훈 씨는 남자였는데 손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짐작이 맞는구나 하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나온 팝페라 테너 임태경 씨가 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남자인데도 그리 했습니다. 저는 다시 생각을 했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출연자는 모두 가슴에 손을 올리고 인사하는구나, 다만 악기를 든 첼리스트 같은 이는 올릴 손이 없으니까 그냥 하는구나…….

또 있습니다. 연주 또는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손뼉을 칠 때 교향악단 단원 가운데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 연주자들은 활을 들어 아래위로 흔듭니다. 그리고, 교향악단 단원 가운데 바이올린 켜는 한 사람만 지휘자나 성악가랑 악수를 합니다. 이날 제가 볼 때는 그랬습니다.

4. 사진 찍는 관객보다 말리는 직원이 더 거슬렸다

앞에 아줌마가 좀 극성이었습니다. 금지된 사진 찍기를 열심히 해댔습니다. 직원이 말려도 그 때뿐. 테너 임태경 씨 나왔을 때는 소리까지 질렀지요. 그러나 별로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진 찍으려 할 때마다 나타나 말리는 직원이 더 거슬렸습니다. 제 앞으로 계속 왔다갔다 했거든요. 그리고 뒤에서 왔다갔다 하는 그림자도 마찬가지 성가셨습니다. 그래서,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 촬영을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5. 우리 취향에는 마림바 연주가 가장 좋았다

뻥튀기한 실로폰 같은 악기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마림바’였습니다. 박라영 씨가 연주했다고 돼 있는데요. 아주 좋았습니다. 소리가 맑았으며 바람처럼 막히지 않고 흘러다녔습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면서 연주자 박 씨가 살짝 웃었는데, 마치 ‘이리 끝낼 줄은, 니네들 짐작도 못했지?’ 하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이들이(특히 여자들이) 팝페라 테너 임태경 씨 등장에 소리를 지르고 했지만 우리는 마림바 연주가 가장 좋았습니다. 소프라노 오은경 씨 목소리도 좋았지만 그리고 색깔이 뚜렷해 보였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감겨드는 맛은 없었습니다.

6. 주차는 왜 도롯가에 불법으로 했을까

나오는데 주차장이 뜻밖에 많이 비어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왔는데, 그렇다면 걷거나 자전거 타고 왔나, 싶었습니다. 주차장 벗어날 때까지는 그런 생각이어서 자동차를 몰고나온 제가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주차장은 비어 있는 반면, 길거리에는 불법 주차가 많았습니다. 창원KBS쪽 길가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두 겹 주차도 있었습니다. 수준 있는 교향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교통질서 지키는 수준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같이 간 아들과 딸에게 물었습니다. 어땠느냐고요. 마구 흥겹고 그러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럭저럭 좋았다고 했습니다. 다음에 또 가자면 어떻게 하겠느냐 물었더니 그 때도 가겠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이리 해서 듣는 귀가 열리면(또는 생기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