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안철수 국회의원직 사퇴로는 부족하다

김훤주 2017. 4. 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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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12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는 2013년 서울 노원병 선거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에 나와 재선 국회의원이 되었다. 

1. 안철수의 김 빠진 배수진

안철수의 국회의원직 사퇴는 내일 15일로 예정되어 있다. 대통령직에 도전하면서 국회의원 같은 공직을 갖고 있는 것이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말하자면 '배수진'을 치겠다는 얘기다. 

나는 며칠 전 안철수가 대통령 당선을 확신한다면 국회의원직을 그만두어야 맞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안철수의 국회의원직 사퇴는 잘하는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안철수는 효과를 최대화할 타이밍을 놓쳤다. 

안철수는 "사퇴 시점은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하는 4월 15일이 맞다"고 했지만 본인 희망 사항일 따름이다. 4월 5일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는 때가 가장 좋았다. 그 때 국회의원을 던져버리겠다고 했다면 유권자의 관심도 크게 끌고 지지도 더욱 많이 끌어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김 빠진 맥주'가 되고 말았다. 내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하겠지만 어느 누구도 감동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2. 홍준표의 사퇴와 안철수의 사퇴

두 번째 타이밍은 4월 9일 또는 그 이전이었다. 4월 9일은 아시는대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꼼수로 경남도지사를 그만둔 날이다. 홍준표는 당일 오후 11시57분 도지사 사퇴서를 내고 이게 경남선관위에 다음날 전달되도록 함으로써 경남도민들의 (도지사를 선출하는) 참정권을 빼앗았다. 

이 날 안철수가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고 더불어 자신의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서 새롭게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홍준표의 비열함과 뚜렷하게 대조되면서 안철수가 크게 홍보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또는 못했다.) 그러면서 서울 노원병 선거구 주민들은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을 수 없게 되었다. 내년 6월까지 자신들을 대표할 국회의원이 없어진 것이다. 홍준표가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없앤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3. 안철수는 노원병 귀환 여지를 남겨둘까?

그래서인지 이런 의심도 없지 않다. 왜 공석으로 비워두었을까? 대선에서 떨어지더라도 정치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판을 안전빵으로 마련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안철수는 아직 예순도 되지 않은 만큼 후일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어디에 기댈 것인가? 이를 위하여 노원병 국회의원 자리를 1년 넘도록 공석으로 두는 것 아닌가? 이런 의심을 씻어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철수가 알고 있을 것이다. 

노원병 선거구가 어떤 데인가. 2013년 안철수가 노원병에 출마할 수 있었던 것은 정의당 노회찬이 해당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직을 잃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노회찬의 '삼성 검찰 떡값 명단 폭로'를 어거지로 기소하고 법원조차 덩달아 유죄로 판결했기 때문이다. 

2013년 재보궐선거에서도 안철수는 노원병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김무성이 출마를 선언한 부산 영도에 나가서 크게 붙었어야 했다. 안철수는 대선 후보급으로 몸집이 부풀려져 있었고 부산 출신으로 명망까지 얻고 있었다. 김무성을 꺾으면 본인의 입신과 수구꼴통 청산을 동시에 이룰 수 있었다. 

4. 안철수는 노원병을 떠나야

그러므로 이번 대선을 치른 뒤에도 안철수는 김무성이랑 붙어 이겨야 하지 정의당과 노회찬의 선거구(이렇게 말하면 선거구 주민들 보기에 어폐가 없지 않은 줄은 잘 알지만)를 가로채려 해서는 안 된다. 안철수가 빠진 상태에서 여럿이 다툴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안철수가 15일 국회의원직 사퇴 선언을 할 때 "대선에서 떨어져도 저는 노원병에 돌아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얘기. 아내 김미경씨도 노원병에는 출마시키지 않겠다고 해야 한다. 1+1은 서울대 교수 채용 의혹만으로 충분하다. 

(후배 한 명이 노원병에 사는데, 2016년 노회찬 창원 출마를 두고 '창원에 노회찬을 빌려주었다'는 표현을 썼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이 친구가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생각을 했다. 마음에 두었던 노회찬은 쫓겨나갔고 새로 점령군이 되는 안철수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고.)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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