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나쁜 정치인 응징, 시민들 온라인 행동패턴이 달라졌다

기록하는 사람 2016. 12. 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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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탄핵을 막지 못했다!

진주정신, 논개정신 외치며 호소했는데~

사즉생 생즉사인데~

의혹이 대한민국을 삼켰다!

슬프다!"


위 인용문은 새누리당 진주 갑 박대출 국회의원이 9일 오후 5시 40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댓글이 이어지자 오후 9시께 "나는 갑니다. 소신대로"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 56명 중 한 명이네" "논개의 정신으로 동반 퇴진하라"는 등 항의 댓글이 460여 건에 이르자 밤 12시께 슬그머니 자신의 글을 삭제했다.


박대출 의원의 페이스북 글. 현재는 지워진 상태다.


새누리당 창원 의창구 박완수 국회의원도 "탄핵보다는 질서 있는 퇴진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초선의원들이 뜻을 같이했다"는 자신의 말을 보도한 언론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에도 역시 "탄핵에 동참하라"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이에 앞서 그가 특검법에 반대표를 던진 후 올린 글에도 100명이 넘는 시민이 댓글로 항의를 표출했다.


박완수 의원의 페이스북에도 시민들의 항의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시민들의 온라인 행동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포털 기사에 익명의 댓글로 울분을 삭이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직접 해당 정치인 SNS를 찾아들어가 실명으로 자기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박근혜 탄핵을 압박하기 위한 '박근핵닷컴'이 문을 열자 여기에도 몰려가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탄핵 촉구 메일을 실명으로 보냈다. 박대출 의원에겐 2933건, 박완수 의원에겐 3978건의 메일이 쏟아졌다.


누군가가 시국선언문을 기초하여 구글독스에 올리고 이를 SNS에 공유하면 자발적으로 들어가 서명하고 후원금을 보내기도 한다.


지난 7일 창원시 명곡동 새누리당 경남도당 사무실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선 국회의원들을 압박하는 새로운 시위방식도 등장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를 집회참석자들에게 보여주고, 일제히 탄핵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이벤트다. 사회자는 시민들이 문자를 보낼 시간을 주고 난 후, 어떤 문자를 보냈는지 시민이 일어서서 공개적으로 읽었다. 국회의원 입장에선 일시적으로 문자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18원 후원하기'로 나쁜 정치인 응징하는 방법도 나왔다. 해당 국회의원 후원계좌로 18원을 송금하고 정치자금법에 따른 영수증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영수증 발급비용 50원과 우편료가 추가 발생하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18원 폭탄을 맞은 상당수 국회의원 사무실은 공황상태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10일 진주촛불집회에선 "박대출 퇴진, 부역자 처단" 구호가 터져 나왔다. 시민과 여고생, 대학생의 자유발언에서도 어김없이 박대출을 규탄하는 말이 쏟아졌다.


박대출은 겁을 먹은 것일까? 이날 밤 박대출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했다가 11일 오후 다시 살리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시민의 분노는 이제 자기 지역의 박근혜-최순실에게로 향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칼럼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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