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차례 한국기자협회를 비판해왔다. 이 블로그에서 '기자협회'를 검색해도 여러 건의 글이 나온다. 가장 최근에 쓴 글은 '김영란법'과 관련해 다시 기자협회를 비판한 칼럼이다.
링크 : 이런 한국기자협회라면 해체되어야 한다
그동안 기자협회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내가 요청했던 것은 아래 세 가지다.
첫째, 최소한 회원에게 만이라도 모든 수입과 지출을 세부내역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협찬, 지원, 금일봉 따위는 아예 받지 말아야 한다.
둘째, 취재원에게 금품을 받거나 특혜성 해외여행, 골프 접대, 출판물이나 광고 강매 등 윤리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제명을 포함한 단호한 징계를 해야 한다. 그런 위반 행위가 기자 개인의 일탈이 아닌 해당 신문사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을 경우, 회원사 자격을 아예 박탈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이번에 기자협회장 후보들은 ‘해직기자 복직’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우선 매년 8월 열리는 창립 기념식 자리에 언론장악과 통제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과 관료들 초청 좀 하지 마라. 그런 자들의 축사를 청하고, 함께 웃고 떠들며 술잔을 부딪치면서 '언론자유' 운운하는 모습은 역겹다.
그러면서 나는 말미에 기자협회가 이미 어떤 기자에겐 부끄러운 단체가 됐고, 어떤 기자에겐 완장이 됐다면서 "지금까지 기자협회가 보여온 걸 보면 내 제안은 물론 이 질문도 그냥 ‘생 까고’ 넘어갈 것이다"라고 썼다.
그런데, 이번 8월 17일 창립 52주년 기념행사는 좀 달라졌던 것 같다. 나의 세 가지 제안 중 세 번째를 기자협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내 제안 때문인지, 아니면 기자협회 스스로 판단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세 번째 제안이란 "매년 8월 열리는 창립 기념식 자리에 언론장악과 통제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과 관료들 초청 좀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장필수 협회장(광주일보)과 기자협회 여기자특별위원회 신은서 간사(TV조선)가 1만여명의 회원을 대표해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낭독했다. @기자협회보 사진
실제로 기자협회는 이번 창립 기념식에 정치인과 관료는 물론 재계인사들도 초청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래는 창립행사를 보도한 기자협회보 기사 중 일부다.
올해 창립행사는 지난 1964년 8월17일 군사정권이 추진하던 비민주 악법인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저지하고 기자 스스로 언론자유 등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자협회 창립 정신을 되새긴다는 차원에서 외부 인사 초청 없이 기자협회 회원들을 위한 자리로 꾸며졌다.
언론계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기자들이 직면한 도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이럴 때 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기자정신’을 곱씹기 위해서다.
실제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입김이 커지면서 견제와 비판기능을 해야 할 언론조차 쉽게 흔들리고 꺾이고 있다. 이런 현실을 비판하는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은 징계나 해직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기자협회 장필수 협회장(광주일보)과 기자협회 여기자특별위원회 신은서 간사(TV조선)가 1만여명의 회원을 대표해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낭독했다. (링크 : “초심으로 돌아가 기자정신을 되새기자”)
이날 행사를 전한 또다른 기자협회보 기사에선 이렇게 현장 상황을 전했다.
회원들이 기념식의 주인
17일 열린 한국기자협회 제52주년 창립기념식의 주인공은 기자들이었다. 현장에서 고생하며 기자정신을 지켜온 기자들이 진정한 기념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정재계 인사들을 제외하고 기자협회 임원진들과 지회장 및 회원들을 주요 참석자로 초청한 것이다.
이날 이형균 한국기자협회 고문은 건배사를 제안하며 “창립기념식에서는 기자가 주인이 아니고 정치인들이 주인이었던 게 과거 하나의 관례였다. 그렇게 해야 뉴스가 됐다”며 “오늘은 순수하게 기자들만 모이지 않았나. 좋다”면서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기념식에 참석한 김봉철 아주경제 기자도 “‘행사’에 치우쳐 여러 인사들을 초청하는 것도 좋지만 기자협회 생일이니까 기자들끼리 보내는 게 더 의미 있는 것 같다”며 “김영란법 때문에 어수선하지만 이번 기념식을 통해 기자들이 우의를 다지고 의미를 되새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창립정신을 되새긴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기자정신'을 곱씹기 위해 윤리강령을 낭독하기도 했다니 더 반갑다.
기자협회가 이제서야 '기자윤리'를 바로잡는 일에 신경을 쓰겠다는 제스처나마 보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이번 창립식을 계기로 앞의 두 가지 제안도 꼭 실행해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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