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약자엔 군림하고 강자에겐 비굴한 기자와 정치인

기록하는 사람 2016. 3. 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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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피플파워 4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제가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사회부 경찰서 출입을 명받았습니다. 한 선배는 일단 경찰서에 들어가지 말고, 사나흘 걸리더라도 그 경찰서를 '조지는' 기사를 찾아 신문에 한 방 터뜨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기사가 신문에 나온 날, 경찰서장실을 발로 차고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새로 온 출입기자'라며 인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선배가 시킨 대로 하진 않았지만, 당시에는 그게 초짜기자를 훈련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경찰 고위직에 기죽거나 주눅 들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는 지시였습니다. 또한 "너는 초짜이고 나이도 어리지만, 신문사를 대표하여 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말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 출입기자들은 경찰서장이나 수사과장 같은 사람들과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상대했습니다. 맞담배질에다 술도 자주 마셨고, 간간이 서장이 주는 촌지를 받아 챙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을 서장이나 과장과 동급으로 착각한 나머지 그 이하의 경찰관이나 의무경찰(의경)을 자신의 부하 취급하는 기자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그런 기자 중 한 명이 새파란 의경에게 봉변을 당했습니다. 의경이 "당신이 뭔데 말을 까며 아랫사람 부리듯 하느냐"고 대든 거죠. 그 기자는 "이 자식이 기어 타네? 너 이름 뭐야" 하며 짐짓 밀리지 않는 듯 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리곤 그 자리를 벗어나 경비과장을 찾더군요. 그에게 "아무개 의경이 기자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그 의경은 아무런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았습니다.


월간 피플파워 4월호 표지.


그렇습니다. 계급이 높아 권한과 책임이 큰 서장이나 과장에게 기자는 '갑(甲)'일 수 있지만, 아무런 권한이 없는 의경에게 기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에겐 선임 의경이 가장 무서운 '갑'이겠죠.


그래서 기자는 권력자에겐 언제나 당당해야(건방지라는 뜻은 아님) 하지만, 힘없는 사람일수록 한없이 몸을 낮추고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그래야 저런 봉변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설픈 초짜기자거나 사이비성이 농후한 기자일수록 거꾸로 행동합니다. 약자에게 '갑질'하고, 강자에겐 비굴하게 구는 것이죠.


얼마 전 우리 지역에서 '경찰청 출입기자'를 자처하는 한 기자가 택시기사에게 시비를 걸어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서울의 거대 신문사 기자 중 한 명도 그런 짓을 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죠. 정말 덜 떨어진 '기레기'입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건 특정 정치권력이나 행정권력에 줄을 대고 그들에게 '을'을 자처하면서 소위 '띄워주는' 기사를 써대는 사이비언론과 그 기자들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선거철이 되면 그동안 어디 숨어 있다가 나왔는지 특정 후보에게 빌붙은 사이비언론이 창궐합니다. 그들은 엉터리·얼치기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밀며 '판세' 보도에 집중합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그런 사례가 벌써 여러 건 드러났습니다.


현명한 저희 <피플파워> 독자들께서는 그런 언론에 현혹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후보자 중에서도 과연 누가 권력자에겐 당당하고 국민에게 따뜻한 사람인지 잘 가려내서 꼭 투표로 심판해줄 거라 믿습니다.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는 것은 기자든 국회의원이든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투표로 심판합시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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