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부의 혁신을 위하여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으로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내부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한 분권의 과제다.


지역 내부의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적을 꼽는다면 ‘사이비언론’과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관변단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1. 사이비언론 퇴출


○ 신문사는 민간기업이지만 공공적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언론의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강제 또는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우선지원 자격과 조건을 명시하고, 그에 미달하는 신문사는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이비 지역신문'들은 아예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른 지원을 아예 포기한 채 언론을 무기로 각종 해악을 저지르고 있다.


이들 '사이비 지역신문'들은 최소한의 인력에 법정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고 기자들을 광고영업에 내몰고 있으며, 선거로 선출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약점을 이용해 주로 행정관청 위주로 신문을 배포하면서 자치단체 광고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이비 신문’을 퇴출시킬 방법은 없을까? 간단하다. 그런 신문사에 공공기관의 광고만 주지 않으면 된다. ‘사이비 신문’의 주요 광고수입원이 지방자치단체 광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치단체 광고 집행의 일관된 기준이나 요건이 없기 때문에 선출직 시장·군수로서는 주재기자가 출입하고 있는 신문에 광고를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독버섯에 영양제를 주고 있는 격이다.


따라서 사회적 공기로서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신문사에 대해서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투자기관의 광고를 집행하도록 법제화하면 사이비 신문의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 홍보예산 편성 및 집행 기준과 요건을 명문화하는 것은 특히 정부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이러한 기준과 요건이 없다 보니 일부 자치단체장은 지역언론을 자신의 입맛대로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홍보예산을 이용하고 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지역신문에는 홍보예산을 후하게 배정하고, 비판적인 신문에는 홍보예산을 줄이거나 아예 제외시키는 방법으로 언론을 통제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영세한 지역신문들은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채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부성, 홍보성 관급 기사 일색으로 지면을 제작하게 되고, 이런 신문은 결국 지역시민들의 관심과 기대와는 유리되어 독자로부터 외면 받게 되어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신문이 언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홍보예산 편성과 집행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과 요건이 필요한 것이다.


○ 현재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지원조건은 다음과 같다.


- 필수지원조건 : 지역신문법 제16조의 규정에 따라, 지역신문기금을 지원받기 위해선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조건.

① 1년 이상 정상발행 ② 광고비율 50% 이하 ③ 한국ABC협회 가입 ④ '지배주주 및 발행인·편집인'이 지역신문 운영 등과 관련,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에 대해 '금고이상의 형'을 받지 않을 것. 


- 우선지원조건 : 필수지원조건을 충족해도 우선지원대상사로 선정되기 위해선 아래와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함.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법 제16조제3항의 규정에 따라 다음 각호 모두에 해당하는 지역신문중 위원회가 별표의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 선정된 지역신문에 대하여 기금을 우선 지원할 수 있다. 

  1. 발행인과 편집종사자 대표가 동등하게 참여하여 편집에 관한 규약을 제정·시행하는 등 편집자율권을 보장하고 있을 것 

  2. 기금지원을 신청한 날 전 1년 이내에 지역신문 운영과 관련하여 당해 지역신문사, 지배주주, 발행인, 편집인 그 밖의 임·직원이 제11조 제2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는 행위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제11조제3호의 경우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처분을 포함한다)을 받지 아니하였을 것 

  3. 기금지원을 신청한 날 전 1년 동안 종사자에 대한 건강보험·국민연금보험·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의 미납액이 없을 것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평가의 배점기준 및 비율, 기금지원대상 선정의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은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정한다. 


○ 법 제16조제1항제4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이라 함은 다음 각호의 사항을 말한다.


1.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의 위반과 관련하여 다음 각목에 해당하는 행위 

  가. 같은 법 제12조제1항을 위반하여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신문을 발행한 행위 

  나. 같은 법 제14조를 위반하여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재산의 출연을 받은 행위 

  다. 같은 법 제15조제2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행위 

  라. 같은 법 제21조제1항ㆍ제2항 및 제22조에 따른 처분에 위반하여 신문을 발행한 행위 

  마. 같은 법 제26조제1항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국내에 외국신문의 지사 또는 지국을 설치한 행위 


2. 「근로기준법」 제43조 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를 위반한 행위 


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제1항ㆍ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제1항ㆍ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제1항ㆍ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제1항 또는 제29조(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제1항을 위반한 행위 


4. 「형법」 제283조제1항(협박)ㆍ제284조(특수협박)ㆍ제285조(상습범)(제283조제1항 및 제284조의 죄에 한한다)ㆍ제286조(미수범)(제283조제1항ㆍ제284조 및 제285조의 죄에 한한다)ㆍ제347조(사기)ㆍ제349조(부당이득)ㆍ제350조(공갈)ㆍ제351조(상습범)(제347조ㆍ제349조 및 제350조의 죄에 한한다)ㆍ제352조(미수범)(제347조ㆍ제350조 및 제351조의 죄에 한한다)ㆍ제355조(횡령, 배임)ㆍ제356조(업무상의횡령과배임)ㆍ제357조(배임수증죄)ㆍ제359조(미수범)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죄에 해당하는 행위 


5. 「변호사법」 제109조 또는 제111조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 


6. 「직업안정법」 제32조를 위반하여 금품 그 밖의 이익을 받은 행위 


○ 위와 같이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의한 지원기준은 비교적 잘 되어있는 편이다. 그러나 빠진 게 있다. 바로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다. 앞서도 말했듯이 ‘사이비 신문’ 중 상당수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아예 기자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부리는 곳도 있다. 따라서 위의 지원기준에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사이비 신문’이라는 독버섯을 양성하는데 사용되어선 안 된다. 또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홍보예산을 통한 언론 통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기준과 요건 마련이 절실하다.


2. 정당공천제 문제와 민주적 공천


현재 광역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은 물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까지 모두 정당공천을 한다. 물론 정당책임제에 의한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는 하지만, 진성당원제에 의한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 후보들까지 모두 정당 공천을 한다는 것은 전혀 엉뚱한 문제들을 만들어낸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몇 정당이 지역패권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치학 이론도 무력하게 만든다.


2010년 7월 10일 한나라당 경남도당(위원장 안홍준 국회의원)은 장동화(창원시의원), 천재생(통영시의원), 서국현(통영시의원) 의원을 당에서 제명한다고 의결했다. 당에서 정해준대로 시·군의회 의장단을 뽑는데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장동화 창원시의원은 “국회의원 네 사람이 모여서 의장은 마산 쪽에서 하고, 부의장은 진해 쪽에서 하기로 했으니 시의원들은 결정에 존중하라는 것이 당론이냐”면서 “시의회 역시 독립된 입법기관으로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 당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지방의회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것은 드러난 예에 불과하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은 공천권을 무기삼아 시·군의회는 물론 시장·군수와 광역의회까지 쥐락펴락할 수 있다. 또한 하위직 공무원의 인사에까지 개입한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시민들도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의 하수인이냐’며 정당 공천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2010년 1월 도민을 상대로 새해특집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6.4%가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에 답했고, ‘유지해야 한다’의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40.7%가 ‘기초지자체(단체장)와 기초의회(의원)의 서로 봐주기’를 꼽았고, 40.6%는 ‘국회의원에 줄 서기’를 꼽았다.


실제로 각각 영남과 호남의 패권을 쥐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방선거 후보 공천에서 절대로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는다. 광역 시·도지사나 좀 규모가 큰 도시의 시장 후보는 그나마 여론을 의식해 형식적인 ‘여론조사 경선’의 모양새를 취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대부분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마음대로다.


2010년 9월 27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시·도의원 후보로부터 공천 대가로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윤영 국회의원(거제시) 부인 김모(47) 씨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이 또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본다. 경남만 해도 각 시·군의원만 259명을 공천할 수 있다. 아니 요즘은 중·대선거구에서 복수 공천도 가능하니 더 많다. 이들의 공천에서 얼마나 많은 돈이 오갔을지 윤영 국회의원 부인의 사례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지방선거 후보 정당공천제는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까지 틀어쥐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 따라서 국회에서 이런 지방자치법과 선거법을 만든 이유는 자명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야합, 그리고 진보정당의 동조가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라는 것이다.


물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다른 이유로 정당공천제를 지지하고 있다. 자기들은 진성당원제에 따른 상향식 공천 등 정당민주주의가 이뤄져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순진한(?) 시민단체들은 정당공천 폐지운동을 벌인다. 내가 볼 땐 무모한 짓이다. 나는 그보다도 현실적인 방법은 지방선거 후보 공천과정을 밀착 감시하는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모든 지역시민단체들이 달라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부터 이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공천감시운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후보자 공천은 정당 내부의 일’이라는 생각이 오래 전부터 우리의 의식을 지배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남의 정당’에 간섭할 수는 없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해서일까?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선 정당의 민주화, 그 중에서도 특히 민주적 공천이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긴 하지만 그건 정당 내부의 일이 아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내는 세금이 나의 정당 가입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당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수백억 원씩 각 정당에 지원되는 정당보조금이 그것이다. 그것만 보더라도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면 당원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정치개혁 차원에서 정당 민주화를 요구할 권리가 충분하다.


유권자운동 차원에서 각 정당이 민주적이고 투명한 후보선출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 과연 그걸 제대로 실천하는지를 집중 감시해야 한다. 각 정당의 당헌 당규를 분석해 어느 정당의 시스템이 가장 민주적인지, 어느 정당이 가장 정치개혁에 역행하는지 성적표를 매겨 발표하고, 민주적 공천이 이뤄지도록 압박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구태를 답습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연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해당 후보는 물론 공천권을 휘두른 국회의원이나 지역당 책임자를 직접 타격하는 투쟁도 벌여야 한다.


3. 관변단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토호세력이란 ‘지역사회에서 재력이나 이미 확보한 기득권을 바탕으로 스스로 정치·행정권력을 쥐거나 그런 권력과 공생관계를 통해 자기 이익을 유지·확대해온 사람’들이다. 대개 돈 많은 재력가가 많지만, 문화 예술계나 체육계, 언론계, 여성계 등 모든 분야에도 그런 토호들은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기업은 그 자체가 막강한 권력이자 압력단체라는 점에서 논외로 하더라도, 그 밖의 재력가나 기업인들은 상공회의소나 경총 등 지역 경제인단체의 회장직을 맡기 위해 기를 쓴다. 또한 자유총연맹과 새마을, 바르게살기 등 전통적인 관변단체의 지회 또는 지부장도 대부분 기업체 사장들이다. 그런 자리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게 정치·행정권력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와 그 산하단체 및 지역별 조직이나 문화원, 체육회와 각 종목단체, 노인회, 여성단체협의회 산하의 수많은 회원단체도 관변 내지는 기득권단체에 속한다. 


이들 관변·기득권 단체들의 조직은 어마어마하다. 일례로 자유총연맹 경남지부만 보더라도 회원 6만 4406명에 회장단 69명, 사무처 요원만 33명에 이른다. 조직을 보면 경남지부장 아래에 운영위원과 부회장, 사무처장, 그 아래에 4개 부서가 있고, 조직부 아래에는 청년협의회와 여성협의회가 있다. 이런 조직이 경남도내 18개 시·군에 모두 같은 편제로 구성되어 있다.


예총을 봐도 그렇다. 그 산하에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음악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연극협회 등 10여 개의 회원단체가 있고, 전국의 모든 시·도와 시·군·구에 예총 지부가 있으며, 거기엔 또 각각의 10여 개 회원단체가 조직되어 있다.


또한 이들은 광역시·도와 기초 시·군·구별로 수십~수백 개에 달하는 각종 위원회에 위원으로도 참여해 각종 정책 결정에 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단체 간부 출신으로 이미 시장·군수나 도의원 및 시·군의원에 진출해 있는 사람도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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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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