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김해의 핵심 율하 고인돌과 분성산성

김훤주 2015. 3. 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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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역사탐방 시작은 김해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역사탐방은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다듬어졌습니다. 저학년 위주였던 지난해에 견줘 함께하는 아이들이 고학년 중심으로 되면서 그만큼 프로그램 진행도 탄탄해지게 됐습니다.

 

이번 첫 번째 역사탐방은 김해로 떠났습니다. 김해라 하면 무엇보다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박물관·김해민속박물관 등 학생들 으뜸 체험학습장소로 꼽히는 고장이랍니다.

 

지난해에는 이런 박물관들과 분성산성~율하 고인돌 유적공원으로 두 차례 탐방했는데요, 올해는 아무 망설임없이 1순위로 꼽을 정도로 분성산성과 율하고인돌유적공원에 대한 반응이 좋았었습니다.

 

분성산성을 오르며.

 

박물관은 학교에서도 지역아동센터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지만 분성산성이나 고인돌 유적공원은 좀처럼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너무 열심히 역사 공부하지 말고 학교에서 집으로 그리고 지역아동센로 왔다 갔다 하며 갇혀 지내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고 오늘 하루 자연과 더불어 즐겁게 지내자~~~." 버스에서 아이들에게 하루 일정을 일러주면서 덧붙인 말입니다.

 

 

예전에는 뭔가 지식을 얻으려면 책을 읽거나 선생님 하시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야 어디 그런가요! 책상 앞에 앉아 손가락만 하나 까딱하면 세상 온갖 지식들이 인터넷에서 눈앞으로 쏟아지는 그런 시대입니다.

 

그러니 바깥에 나와서까지 굳이 지식 하나에 매달릴 까닭은 없는 것이지요. 역사 탐방을 통해서는 그런 지식이 아니라 함께 다니며 보고 들은 유적이나 이야기를 아이들이 마음에 담아둘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그렇게 담아둔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또는 공부를 하다가 툭 튀어나와 더 깊이 관심을 갖거나 생각을 넓혀가는 계기가 될 테니 말씀입니다.

 

율하리 고인돌 유적공원에서는 먼저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무덤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반도 전역에 고루 널려 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그다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고인돌을 아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인돌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덤이 아닙니다. 그 아래 무덤을 덮고 있는 돌일 따름입니다. 막연히 고인돌이 무덤이라고만 생각하는 친구도 많고요, 고인돌 아래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고인돌은 규모가 거대한 편이지만 그에 견줘 그 아래 실제로 죽은 사람이 들어가는 공간은 너무 작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청동기시대 전라도 지역에서는 귀하고 값진 장식품을 무덤에 많이 묻음으로써 죽은이의 지위를 표현했다면 경상도 지역에서는 무덤을 둘러싼 묘역을 넓게 만듦으로써 지위를 자랑했습니다. 이런 차이가 지금도 예술을 즐기고 아름다움을 찾는 전라도 사람과, 재산과 권력을 중시하는 경상도 사람 사이 기질 차이와 관련돼 있다고 하니 다들 재미있어 합니다.

 

요즘 장례 문화를 살펴보면서 자기가 죽어서 묻히고 싶은 무덤이 어떤 것이냐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고개를 흔듭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기가 죽음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수로왕릉 근처 석정숯불갈비와 신라해장국에서 점심을 먹은 뒤 찾은 곳은 분성산성입니다. 산성 앞에 붙은 '분성(盆城)'은 동이를 엎어놓은 것 같은 성이라는 뜻으로 김해의 옛 이름입니다. 그만큼 상징적·대표적인 산이고 산성입니다.

 

 

삼국시대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고 고려 말기 왜구 대항용으로 다시 축성됐다가 조선 고종 흥선대원군 시절 고쳐 쌓았습니다.

 

분성산성에는 어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거제 옥산금성과 더불어 이미 대포로 전쟁을 하는 시절이라 사실상 산성 방어 기능이 사라졌는데도 흥선대원군 쇄국정책으로 말미암아 쌓은 마지막 산성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가 있다고 얘기해줍니다.

 

 

분성산성은 아이들 오르기에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곳에 말끔하게 단장돼 있습니다. 성에 오르면 눈 앞에 김해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나란히 앉아 숨을 고르며 버스에서 미리 설명했던 내용을 물어봅니다. 공격을 하기 위해 꿩의 꼬리처럼 툭 튀어나오는 곳을 무엇이라고 하지? 했더니 다 함께 '치'라고 고함을 지릅니다. 치(雉)는 꿩을 이르는 한자입니다. 산성을 오르며 이 '치'를 실제 눈으로 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나무로 쌓은 성은? '책', '목책', 분성산성을 쌓은 사람은? '흥선대원군'~ 다들 완전 똑똑합니다. 아 참! 그러나 실제 성을 쌓는 고생을 한 사람은 흥선대원군이 아니라 백성이라는 사실!!

 

아이들을 가장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 공부 안 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면 담기는 것이 많은 법이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역사탐방이지만 아이들은 나름 열심히 보고 느껴지는 것들을 저마다 담습니다.

오르막이 좀 힘들긴 해도 기분은 '완전 짱'이라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좀더 가볍게 좀더 즐겁게 올해도 그런 역사탐방이 되기를.

이번 탐방에는 전원해운·마산늘푸른·SCL·성동·중리·큰샘원 여섯 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함께했고요, 성동·중리·큰샘원은 분성산성을 먼저 찾았고요, 율하 고인돌 유적공원은 뒤에 찾아갔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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