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뉴미디어

SNS 활용한 지역신문의 수익사업 가능할까?

기록하는 사람 2011. 11. 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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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면 더 커진다.' 웹2.0의 정신이죠. '문을 열면 더 많이 들어온다'는 말도 성립될 수 있겠네요.

지역신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신문사의 잘 된 사례는 널리 나눠가져야 겠죠? 그렇게 하여 전국의 지역신문이 더 단단하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다면, 경영이 안정되고, 지역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신명이 난 기자들이 더 유익하고 알찬 기사를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전체 지역신문의 시장은 더 커질 수 있겠죠.

바로 그런 차원에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위원장 최창섭)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행사가 '지역신문 컨퍼런스'입니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에 따라 지원대상이 된 전국의 지역일간지, 주간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서로 상생, 상승하자는 것이죠.

올해도 '2011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습니다. 30개 신문사의 42개 성공 또는 실험 사례가 발표되었습니다. 저희 경남도민일보도 우리의 실험사례를 발표했는데요,

제가 최창섭 지역신문발전위원장으로부터 상패와 상금을 받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아! 그런데 이게 이날 컨퍼런스의 최고상인 '대상(大賞)'에 덜컥 선정됐지 뭡니까? 송구하기도 했지만, 고맙고 뿌뜻했습니다. 지난 1년동안 우리가 나름 열심히 해왔던 실험이 외부에서도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니까요.

그래서 그날 참석하지 못했던 지역언론은 물론 전국의 모든 언론종사자와 이 경험을 공유하고자 여기에 제 발표문과 슬라이드를 올립니다.

시상식이 끝난 후, 대상 수상자에게는 전체 참석자 앞에서 다시 한 번 발표하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제가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발표문 : SNS를 활용한 지역스토리텔링 사업-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경남도민일보는 편집권 독립이 확실하게 되어 있는 신문사다. 기자 윤리도 그 어떤 신문사보다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또한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도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물론 이런 건 좋은 일이지만, 신문사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입장에선 난감한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기자들 사이에 '돈 버는 일은 편집국과 무관하다'는 경향이 강하다. 세일즈와 마케팅, 그리고 수익사업 따위는 편집국에서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자는 오직 신문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구성원이 절대다수였다.

기자도 자기 상품을 팔아봐야 한다

하지만 진짜 신문을 잘 만들려면 자기가 만든 상품을 직접 팔아봐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다. 팔아본 사람만이 팔릴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물론 기자들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는 것은 기자윤리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뉴스 상품을 세일즈하는 것은 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기자들이 가장 앞장서야 할 일이다. 내가 만든 상품의 질에 자신이 있다면 당당하게 구독 권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에선 기자가 '갑'의 입장이 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생산자(기자)와 소비자(독자)의 관계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편집국에 독자 명부를 갖다놓고 매일 아침 당직 기자에게 '소비자 반응 조사'를 하도록 했다. 독자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신문 배달은 잘 되고 있는지, 오늘 신문 또는 최근에 본 기사 중에서 가장 유용하게 읽었던 건 뭔지, 부족한 점이나 불만은 없는지, 앞으로 다뤘으면 하는 기사는 뭔지' 등을 물어보고 '독자와 톡톡'이라는 제목의 짧은 인터뷰 기사로 출고하도록 했다. 그걸 매일 지면에 실었다. 이 덕분에 출입처 공무원이나 기업체 간부가 아닌 생생한 일반 독자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편집국이 관리하는 '자유로운 광고'

다음으론, 기자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지 않고도 편집국에서 관리할 수 있는 소액 생활광고를 개발했다. 사업자가 아닌 개인과 비영리단체에 개방된 광고란이었다. 이름은 '자유로운 광고'로 지었다.

광고료는 '1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형편대로' 계좌에 입금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광고 문안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알아서 실어드리겠다'고 했다. 광고 접수는 국장석 기자가 도맡아 하도록 했다. 이 덕분에 편집국도 '돈을 쓰기만 하는 부서'에서 '돈을 벌기도 하는 부서'가 됐다. 현재는 매일 2개 면에 자유로운 광고가 실린다.

SNS를 통한 독자와 소통

다음 단계는 SNS를 통해 기자들이 시민들과 직접 소통·교감하도록 하는 일이었다. 우선 취재기자들은 모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개설해 정치인과 주요인사들의 SNS 활동을 취재하도록 했다. 곧 이어 아예 인트라넷의 '정보보고' 게시판을 폐쇄하는 대신 페이스북에 비밀그룹을 개설, 그곳으로 정보보고를 하도록 했다. 내부 토론과 소통이 훨씬 활발해졌다.

기자들이 페이스북에 익숙해질 즈음 역시 페이스북에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공개그룹을 개설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독자들을 하나 둘씩 초청했다. 물론 우리 기자들도 그룹 회원이 되었다. 이제 상설적으로 독자들이 지면의 오타나 기사의 오류를 지적하고, 기자들과 대화하듯 취재 요청, 각종 제안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 기자들도 자연스럽게 자신이 쓴 기사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리고 반응을 살피게 됐다. 기사 세일즈인 셈이다. 취재에 앞서 독자들을 상대로 의견이나 정보를 구하는 창구로도 활용된다. 인근 부산에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행사가 열릴 때는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중계를 하기도 한다.

인터넷 뉴스 부분적 유료화

경남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하는 '뉴스저작권 사업'에 초창기부터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130여 개 학교에 'E-NIE' 상품을 판매해 2억 60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PDF나 텍스트 기사 판매수익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남도민일보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기사는 모두 무료였다. 지역신문은 차별화한 뉴스를 통해 인터넷 기사를 유료화하고, 이를 통해 뉴미디어분야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돈을 부과하는 대신 다른 신문에선 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종이나 특종, 기획기사를 회원용으로 잠궈 로그인을 해야만 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으로는 결제시스템을 준비해나가면서 한편으론 회원용 기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살폈다. 간혹 댓글을 통해 독자들의 불평이 접수되긴 했지만, 기사는 기자들이 많은 비용과 노동력을 투입해 생산한 뉴스상품이며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유료화를 예고한 것이다.

9월 1일 신문 1면과 인터넷 팝업창을 통해 다음과 같이 '부분적 유료화'를 알렸다.

"경남도민일보 뉴스사이트 idomin.com이 9월 1일부터 일부 뉴스 콘텐츠를 유료화합니다.
이는 구독료를 내고 신문을 보고계시는 독자님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더욱 알차고 차별화한 뉴스를 생산하겠다는 저희들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최근 거의 모든 인터넷 매체는 온라인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트래픽 장사'에 혈안이 된 나머지 광고는 물론 뉴스마저 선정성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뉴스의 가치와 신뢰, 품위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언론개혁을 열망하는 6200여 시민주주의 힘으로 창간한 경남도민일보는 '정론(正論)'으로서 가치를 끝까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에 경남도민일보는 '트래픽 장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기사를 읽는데 방해가 되는 광고를 모두 없앴습니다. 대신 저희는 '뉴스의 품질'로 정면 승부를 걸고자 합니다.

뉴스는 많은 인력이 고도의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거쳐 생산한 정보상품입니다. 이번 '부분적 뉴스 유료화'는 품질에 대한 자부심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고자 하는 저희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습니다.

당장 모든 뉴스를 유료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110여 건의 뉴스 가운데 경남도민일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종이나 기획, 칼럼 등 5~10건에 한정됩니다. 물론 발로 뛰어 생산한 좋은 기사가 많아질수록 유료 기사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유료 기사라 하더라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가 추천한 링크로 접속한 경우에는 제한 없이 기사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향후 신문 구독자들에 대해서는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쳐 자유롭게 온라인 뉴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빠른 시일 안에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경남도민일보를 사랑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이해를 당부드립니다."
  
하루 500원, 월 1만 원, 6개월 5만 원, 1년 9만 원으로 책정했다. 그리고 2개월이 됐다. 솔직히 실적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150여 명의 결제, 수익은 10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유료화 이전에는 아예 없었던 신규수익을 편집국이 창출한 셈이라 낙담하진 않는다. 또한 결제하는 독자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료화 이전에 리얼클릭이나 구글 에드센스 광고 수익이 있었지만 10만 원 정도 수준이었다. 자치단체나 대학의 배너광고는 유료화와 무관하다.

사실 인터넷 뉴스 유료화는 지역신문만이 가능하다고 본다. 서울지역 일간지는 대부분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기본형으로 들어가 있다. 네이버가 주는 트래픽을 통해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로 얻는 수익이 수천만 원이다. 또한 일부 포털로부터 뉴스제공료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서울지역 일간지는 그런 수천만 원의 수익을 포기하고 유료화를 단행할 용기가 없다. 유료화를 통해 그만한 수익을 내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트래픽을 통한 광고수익이 아예 없는 지역신문은 유료화를 통해 잃을 게 전혀 없다. 게다가 해당 지역만의 차별화한 뉴스 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유료화 성공의 관건은 차별화한 뉴스이다. 유료화 수익도 중요하지만, 기자들에게 '팔리는 기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중요하다고 본다. 

첫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SNS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사업
  
편집국이 창출한 또다른 수익모델은 스토리텔링 사업이다. 이는 경남도민일보가 그동안 쌓아온 SNS 인프라와 네트워크,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이다. 우리는 2008년부터 지역의 블로거들을 양성하고 그들을 관리해왔다. 최초의 지역메타블로그(http://metablog.idomin.com)를 개설하고 '1인미디어 지역공동체'를 구축해왔다.

앞서 밝혔듯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친근 마케팅도 계속해왔다. 그 결과 경남도민일보가 '관리(?)'하고 있는 지역의 블로거는 140명, 트위터 팔로워는 공식 트위터와 편집국장 트위터, 기자들 트위터를 합쳐 3만여 명에 이른다. 페이스북을 통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사람도 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업모델을 구상했다. 신문사는 글과 사진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지역의 재래상권 살리기 사업에 공공저널리즘 차원에서 신문사가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행정과 상인회 양자가 추진해온 일에 신문사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창동과 오동동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사연과 추억을 찾아내고, 가게와 식당마다 갖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콘텐츠를 생산, 이를 SNS를 통해 널리 유통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아이디어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했고, 경쟁 입찰을 통해 당당하게 사업을 맡았다. 스토리미디어를 구축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도 개설했다. 지역의 블로거들을 결합시키고, 대학생 스토리텔러도 모집해 한창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예산은 8900만 원.

경남도민일보는 이 사업을 응용해 각종 지역축제나 관광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를 설립하고, 사회적기업 설립을 위한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도 설치했다. 올해에는 각 지역의 관광 및 특산물 홍보를 위한 블로거 팸투어를 진행 중이다. 2010년 경남 팸투어, 2011 창원단감축제 팸투어, 합천 대장경 축제 팸투어 등을 하고 있다. 1회 예산은 1000만~1200만 원 정도.

갱상도문화학교는 각 지역별 관광코스 개발 및 관광명소 발굴, 기업과 기관을 상대로 한 소셜미디어 교육, 시민과 함께 하는 생태여행, 인문학 강좌 등을 수행하는 문화학교를 신문사가 직접 운영하면서 수익구조를 만들고 이를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기업 창업학교(13강좌)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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