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조중동의 방송 진출, 독약이 될 수 있다

기록하는 사람 2010. 9. 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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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의 '조중동 일망타진론'을 듣고
 
오늘은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려야 겠다. 이른바 '조중동 일망타진론'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에게 방송(종합편성채널)을 하나씩 허가해주면 다음 정권에서 한 방에 일망타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 의해 불법·부당하게 쫓겨난 KBS 정연주 전 사장의 말이다.

"신문은 등록만 하면 되지만, 방송은 어쨌거나 3년에 한 번씩 재허가 받아야 하거든요. 그 때 재허가 안 해주면 되잖아요. 너무 무리와 특혜가 많거든요.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온갖 특혜를 다 주려고 그러거든요. 그거 다 위법이고 공정성 항목에도 걸리거든요. 공정한 방송도 당연히 안 할 것이고…. 그래서 조중동에 종합편성채널 주면 일망타진할 수 있다는 거죠."


지난 3일 오후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이 마련한 강연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사람들은 너무나 역설적인 이야기에 웃었지만, 나는 현실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물론 차기에는 상식과 합리에 기반한 정권이 들어선다는 전제가 붙긴 한다.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초청으로 강연 중인 정연주 전 KBS 사장.


인터넷에서 늙은 신문은 '소수 약자'

사실 조중동이 방송 진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신문으로는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덩치가 큰 신문사일수록 그렇다. 뉴스전달매체로써 종이신문의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정연주 전 사장도 그날 강의에서 말했듯이 미국에서 LA타임즈, 시카고트리뷴, 볼티모어선 등 유수 신문을 소유한 거대 미디어그룹 트리뷴컴퍼니조차 2008년 파산신고를 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조중동도 경품과 돈으로 독자를 매수하지 않으면 월 평균 4%, 연간 48%씩 독자가 뚝뚝 떨어져 나가는 걸로 알려져 있다. '불법 경품'만 없으면 이들 거대신문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다. 심지어 1년 구독료를 능가하는 경품으로 매수해도 떨어지는 독자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방송을 안 하면 (신문사가) 천천히 죽고, 하면 빨리 죽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즉, 위기 모면을 위해 방송 진출을 꾀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방송시장도 이미 포화상태다. 방송 광고 또한 내리막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의 비용을 투입해 신규진입하는 '조중동방송'이 본전이나마 뽑으려면 정권의 엄청난 특혜 없이 불가능하다.

바뀐 매체환경 적응 못해 '무리수' 쓸 수밖에

신문의 위기는 인터넷의 발전과 스마트폰, 테블릿PC 등 새로운 전달수단의 등장 탓이다. 그렇다면 뉴스생산자로서 신문은 바뀐 매체환경에 적합한 전달 수단을 찾으면 된다.



조중동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인터넷에선 더 이상 조중동의 수구·냉전·보수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콘텐츠가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독자층인 50·60대는 인터넷에서 '소수 약자'다. '낡은 논리로 무장한 늙은 신문'이 인터넷에서 비빌 자리는 좁다. 바로 그래서 방송 진출을 통한 특혜라는 무리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겨레·경향 등 '젊은 신문'은 종이신문 구독자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독자가 적다. 인터넷에서도 '다수'를 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언론사 순위를 보니 한겨레가 조선일보보다 높았고, 경향은 조선일보와 비슷했다. 중앙과 동아일보는 인터넷신문인 프레시안과 미디어오늘, 그리고 블로터닷넷, 민중의 소리보다 떨어졌다. 인터넷에서 조중동은 그야말로 N분의 1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제 확실해졌다. 올바른 정권만 뽑으면 조중동 일망타진은 시간문제다.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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