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함안보 공사 현장 바로 아래에서, 사람이랑 자동차 다니는 길을 벗어났습니다. 길을 떠나 강심(江心)을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곳이었습니다. 농사거리는 이미 거둬지고 없었습니다.
냉이 같은 나물이 있었고 그런 나물을 캐는 아낙이 있었습니다. 아낙을 건너질러 더욱 나아갔습니다. 모래밭이 나왔습니다. 본포다리 지나다니면서 눈에 담았던 모래톱과 닮아 있었습니다.
다섯 해 전 감자 캐기 행사를 할 때 봤던, 감자밭 옆에 드러누워 있던 모래밭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바닷가 모래밭은 이처럼 거닐어 본 적이 적지 않았지만 강모래는 여태 밟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뜻밖에도 강모래는 아주 고왔습니다. 일부러 사람이 들어와 밟고 다니는 일이 없기 때문인지, 네 발 짐승 물 마시러 다녀간 자취만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저 쪽으로는 강모래 팔아먹으려고 그러는지 아니면 이른바 개 풀 뜯는 낙동강 살리기 바람에 그러는지 짐차 커다란 발통 자국이 마구잡이로 찍혀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물론 강모래는 바다모래처럼 부드럽고 가늘지 않습니다. 바다모래는 조개껍데기 가루가 섞여 있기 십상이지만 강모래는 그런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 강모래에 새겨져 있는 물결 무늬가, 사람으로 하여금 곱다고 여기게 만들어 줬습니다. 하늘하늘 꼬불꼬불 이어지며 모래에 남아 있는 그 고운 결을 흐트러지게 할까봐, 차마 밟지 못하고 빙 둘러 갔습니다.
어쩌면 밭이랑을 농사꾼들이 갈듯이, 자연이 바람이 강물이 갈아놓은 울렁울렁 이랑인 것만 같아서, 성큼성큼 밟아 자국을 지을 엄두가 도저히 도대체 나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빙 둘러 가서 이르른 저 쪽 너머 강가에는 붉은 깃발이 모래밭에 꽂혀 있었습니다. 낙동강 파 뒤집는 함안보 공사와 관련된 깃발입니다. 저는 그것이 마치 낙동강을 난폭하게 유린하고 진입한, 점령군의 주둔 기지 알리는 표지처럼 여겨졌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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