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자 동아·조선일보가 발끈했다. 창업자이고 사장이었으며, 현 사주의 조상이기도 한 김성수와 방응모가 친일파로 수록됐기 때문이다.

두 신문이 들고 나온 논리는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 듯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이다.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은 '대한민국 정통성 훼손 노린 좌파사관 친일사전'이었고,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정통성 다시 갉아먹은 친일사전 발간 대회'였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그렇다면 지금도 과거 청산을 계속하고 있는 프랑스나 독일, 아르헨티나, 에스파냐(스페인)의 정통성은 벌써 사라지고 없는가?

사실은 그 반대다. 무릇 과거사 청산은 국가권력의 기반을 공고화하려는 작업이다. 서울대 정근식 교수(사회학)가 한 말이 있다.

지난 8일 숙명 아트센터 장소대관이 불허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숙명여대 앞에서 친일인명사전발간 국민보고대회를 알리는 펼침막을 들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과거 청산은 대한민국 정통성 강화하는 일

"이것(과거 청산)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이 사회구성원들간의 신뢰와 통합성을 제고시키고, 국가권력의 정치사회적 정당성을 강화하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청산이 이루어진 사회나 국가는 그렇지 않은 사례들에 대하여 규범적 우월성을 향유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과거 청산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거나 갉아먹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강화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보수, 오리지널 우파가 먼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것만 봐도 동아·조선일보는 '보수·우파신문'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기회주의 언론'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의 기회주의 논리 또한 허술하고 천박하기 짝이 없다. 진짜 머리 좋은 기회주의자는 부끄러운 과거를 재빨리 인정하고 사과해버림으로써 그 굴레에서 벗어난다. 이미 무덤 속에 있는 그들을 감옥에 보내자는 것도 아니고, 후손에게 연좌제를 적용하자는 것도 아닌데, 이토록 오버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낮은 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인정하고 사과해버리면 욕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머쓱하게 된다. 그 뒤에도 계속 욕을 하면 그 사람이 오히려 욕을 먹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아마도 동아·조선일보는 세월이 지나면 부끄러운 과거가 흐지부지 잊힐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것도 큰 착각이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더 발전된 민주주의와 고양된 인권의식으로 무장된 세대에 의해 훨씬 엄격한 과거 청산작업이 이뤄진다는 게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증명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 친일에도 김성수·방응모 포함되면?

동아일보 김성수와 조선일보 방응모. @다음 백과

그래서 나는 사실 현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가 진행 중인 3기(일제 말기) 친일파 선정작업이 불만스럽기 짝이 없다. 이미 그물코가 너무 넓어져 웬만한 친일파들은 죄다 빠져나갔다는 소문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박정희와 장지연이 그랬다.

그렇게 넓어진 이명박 정부의 그물코에도 김성수·방응모가 빠져나가지 못해 친일파로 규정된다면, 그땐 동아·조선일보가 또 어떻게 나올지 심히 궁금하다. 두 신문은 그 때도 '대한민국 정통성' 운운하며 반민규명위를 좌파로 몰아세울까? 그런 기구의 선정작업을 최종 승인한 대통령에게는 뭐라고 할까?

박정희 치하에서 의문사를 당한 장준하 선생의 삼남 장호준 씨가 최근 친일문제 전문가인 정운현 씨를 통해 박지만 씨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그의 편지 중 박정희의 아들뿐 아니라 '동아·조선'이 명심해야 할 구절이 있다.
    
"역사는 결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욱 번지게 되는 것이 역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만 씨가 자신에게 수치스러운 또는 불리한 사실이라는 이유로 역사를 지우고자 한다면 역사는 지만 씨의 이와 같은 행동을 또 다른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이 글에 따르면 동아·조선일보와 그 사장들의 일제하 친일행적뿐 아니라 해방 이후에도 그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채 친일청산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온 그들의 기사와 사설 역시 '또 다른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런 사주의 충실한 하수인이 되어 친일의 과오를 감추려 한 동아일보의 젊은 기자 우정열의 기사 또한 두고두고 치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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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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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형섭 2009.11.11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에게 수치스러운 또는 불리한 사실이라는 이유로 역사를 지우고자 한다면 역사는 이와 같은 행동을 또 다른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참 가슴에 와닿고 멋진 말인 것 같네요

  2. 향이 2009.11.11 1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들이 변하는 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고 바다가 육지가 되는 것만큼 어렵다고 생각해요.

  3. 그런깜냥 2009.11.11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교 다니는 후배가 술자리에서 재밌으라고 한 이야기중에 하나가...
    중앙일보 기자에게 '조중동~조중동~' 하면, 조중동이라 하지말고 '중조동'이라고 하라면서 불편해 한다고 합니다. 실화인지 아닌지는 알길이 없군요. 허허.

  4.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t__nil_login=myblog 실비단안개 2009.11.11 1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설사 기록이 되지않는다고 하더라고 과거의 행위가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지요.

    자랑)새컴퓨터가 도착했습니다.^^

  5. 차라리친일이낫다 2009.11.11 1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향과 엠비씨가 친전두환족쇄를 벗어나려면 어떻해야 할까요?

    주중동욕하는 사람들 친김일성족쇄를 벗어나려면 커밍아웃하는게 좋겠죠?

    • 그런깜냥 2009.11.13 08: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조중동욕하는 사람들 = 친 김일성 : 따라서 친일이 낫다
      어떻게 이렇게 덜떨어진 생각을 하며 살아가실수 있습니까? 고생이 많으십니다.

    • 한심하다 2012.04.18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친일파 욕하면 다 빨갱이냐? ㅋㅋ 아 어이없는 무뇌를 봤나

  6. 권지혜 2009.11.12 0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친일파청산관련 레포트를 쓰는데
    당연히 장지연씨도 속할것이라 생각했는데
    교묘히?? 빠져나가셨군요,,
    친일청산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갉아먹는일이라니,,,,,
    도대체 한국역사 어디서 부터 손을대서 고쳐야 하는 겁니까?
    이런인식이 없어 지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려야 할지..
    (한국에서 자칭 언론꽤나 하신다는 메이져급이저모양이니,,)
    "역사는지울수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인 저 조차 저 문구를 보면서 가슴한켠이 뭉클해지는데
    조중동님 꼭 무엇인가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속시원한글잘읽었습니다^^

  7. tldlfdiqkdtjdeorhr 2009.11.12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일야방성대곡(是日夜放聲大哭)’으로 을사늑약을 규탄한 위암 장지연 같은 이도 친일적인 글 몇 편 탓에 더러운 이름이 되고 말았다.
    반면 좌파 인사로 신문에 학병 권유문을 썼던 몽양 여운형 같은 이는 무슨 이유인지 명단에서 빠졌다.

  8. Favicon of http://blog.naver.com/indisha indie 2009.11.12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쿨하게 좀 하지...
    왜 저렇게 질척거릴까요?
    그럴 수록 더 지저분해지는 거 모를만큼, 멍청한 건지...
    사람들을 그렇게 멍청하게 보는 건지.

    저두 글 잘 읽었습니다!!

  9. Favicon of http://blog.naver.com/shlee28 이성화 2009.11.23 1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힘든걸까요?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만일것을 ..
    대한민국의 정통성까지 운운하면서 .. 추악한 과거를 감추기에 급급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