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으로 지역 생태를 풀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문가랍시고 거들먹거리는 대학 교수들은 아마 이렇게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입니다. 예산 지원이 없으면 아예 움직이지도 않을 존재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거제 계룡초등학교 변영호·박훈구·최규태·원진안 교사로 이뤄진 남방동사리팀은 예산 지원이 없어도 움직입니다. 8월 국립중앙과학원에서 열린 제55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거제도의 담수어류상과 분포상의 특징 탐구'라는 주제로 교원 분야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거제도의 민물에 사는 물고기 조사·연구에서 이룩한 이들의 성과는 전문 학자들조차도 내기 어려운 수준이라 합니다. 사라진 물고기와 새로 발견된 물고기를 확인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그 절반만큼이라도 해낸 이가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1. 거제도 미기록종 13가지 발견

이번에 발견한 거제도 미기록종 긴몰개.


1980년부터 1999년까지 선행 조사·연구에는 41종이었습니다. 남방동사리팀은 44종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13종이 더해지고 10종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선행 조사에도 있고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된 것은 31종이랍니다.

이를 두고 남방동사리팀은 먼저 "외부 요인의 간섭으로 들어온 종이 늘어나 거제도의 독특성이 사라질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륙 수계에 사는 치리·빙어·긴몰개·메기는 물론 외래 어종인 베스(2002년 발견), 이스라엘잉어·나일틸라피아(2009년 발견)가 붕어·잉어를 방류하는 과정에서 섞여들어오거나 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거제도 미기록종 모치망둑.


두 번째로 "거제도 기수 지역이 망둑어과와 회유성 물고기들에게 중요한 서식지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민물과 짠물이 섞이는 기수역에서 모치망둑·흰발망둑·돌팍망둑·얼룩망둑·별망둑·큰가시고기가 새롭게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남방동사리팀은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새로 발견된 원인에 대해 "기수역 생태 환경이 개선됐다기 보다는 여태 조사와 관심이 모자랐기 때문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예전부터 그랬는데, 이에 대한 조사 연구를 전문가들이 하지 않았다는 꼬집음입니다. 이밖에 복섬도 새로 발견됐습니다.

반면 확인되지 않은 무태장어·쉬리·참마자·황어·왜몰개·눈동자개·꺽저기·갈문망둑·두줄망둑·가물치 등 10가지 가운데 무태장어·참마자·황어·두줄망둑은 1980년 이후 발견되지 않았고 꺽저기·쉬리 또한 1997년 이후 눈에 띄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멸절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2. 꺽저기, 쉬리, 남방동사리에 주목

우리나라서는 거제도에만 사는 물고기, 남방동사리. 보호가 필요하다.


남방동사리팀은 특히 탐진강과 둘레 하천을 비롯해 낙동강과 거제도 일부 지역에만 산다는 희귀종 꺽저기와, 동해로 흐르는 일부 하천과 영산강을 제외한 모든 곳에 사는 한국 고유종 쉬리의 멸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밀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정밀조사까지 벌였으나 결국 찾아내지 못한 쉬리.


이에 대해 "물놀이 등 사람의 간섭과 수질 오염, 하천 제방 공사에 더해 먹이 경쟁·서식지 경쟁에서 패배(쉬리)가 원인"이라며 "쉬리는 거제도 하천이 내륙 중요 하천과 과거에 연결돼 있었다는 지사학(地史學)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띠는데 이제는 문헌에서만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게다가 이전에는 한반도 섬에서는 꺽저기가 사는 곳이 거제도뿐이었습니다.

남방동사리팀은 팀 이름으로 채택한 남방동사리에도 주목했습니다. 남방동사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제도 산양천에만 삽니다. 일본에서는 남서부 일대 키타쿠슈 지역에 살고 있답니다. 여기에 일본 남서부와 우리나라 탐진강에 살고 있고 거제도에 살았던 꺽저기를 겹쳐 보임으로써 옛날 일본과 거제도와 탐진강이 뭍으로 연결돼 있었다는 지사학적 결론을 끌어내는 성과를 냈습니다. 돋보입니다.

더불어 섬진강 자가사리와 낙동강 자가사리의 분포 현황을 재확인한 성과도 있습니다. 섬진강 자가사리는 거제도 남서부 하천에만 있고 낙동강 자가사리는 북동부 하천에만 있습니다. 둘이 한데 섞여 있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거제도가 오랜 옛적에는 섬진강 수계·낙동강 수계와 이어져 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3.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섬 거제도

민물고기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


남방동사리팀은 이밖에 거제도가 우리나라 섬 가운데 물고기 종류가 가장 다양한 지역임도 재확인했습니다. 이전 개별 연구에서는 28가지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44가지로 확인이 됐습지요. 진도 24가지, 강화도 22가지, 남해 19가지, 완도 16가지, 제주도 13가지, 돌산도 12가지에 견줘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음을 드러내 보인 것입니다.

또 우점종·아우점종이 밀어·갈겨니에서 참갈겨니·갈겨니로 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하천 평탄화 등 인간 개입으로 말미암은 생태 변화로 서식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득력 있는 분석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개입과 간섭이 아무리 조그만 것이라 해도 생물들의 생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입니다.

이 같은 성과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이들이 현장을 샅샅이 조사했다는 점입니다. 시작은 1999년 변영호가 했습니다. 그때부터 올해까지 11년 동안 소동천 산양천 고현천 연초천 둔덕천 외포천 간덕천 소동천 등을 훑어내렸습니다. 여태까지 어떤 전문 학자도 이렇게까지 거제 지역 생태를 몸으로 풀어낸 적은 없었습니다.

4. 대학교수들 게으르다 소리 안 들으려면?

남방동사리팀. 왼쪽부터 박훈구 변영호 원진안 최규태.


변영호를 비롯한 남방동사리팀은 이번 조사·연구를 통해 이른바 전문가들에게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장비와 시설과 비용과 시간이 없어서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일본과 한반도와 거제도가 한데 붙어 있었다는 결론을 이끌어냈습니다. 꺽저기와 남방동사리의 존재를 통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진짜 전문가들이 나서서 일본에 사는 꺽저기와 남방동사리, 그리고 거제도에 살았던 꺽저기와 살고 있는 남방동사리를 유전자 분석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 둘 사이가 얼마나 가깝고 얼마나 먼지를 따지는(이른바 유연관계 연구) 것입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이런 작업은 종다양성이라든지 생물 자원 확보라는 이른바 국가 생존·발전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합니다. 이른바 전문가들이, 이런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야말로 쓰레기만도 못한 대접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기록

선행 조사·연구와 이번 조사·연구 모두에서 확인된 물고기(31가지)

뱀장어 잉어 붕어 참붕어 돌고기 버들치 갈겨니 참갈겨니 치리 쌀미꾸리 미꾸리 미꾸라지 왕종개 미유기 자가사리 섬진강자가사리 은어  숭어 송사리 농어 남방동사리 날망둑 꾹저구 검정꾹저구 문절망둑 밀어 검정망둑 민물검정망둑 날개망둑 미끈망둑 사백어


선행 조사·연구에 있었으나 이번 조사·연구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물고기(10가지)
무태장어 쉬리 참마자 황어 왜몰개 눈동자개 꺽저기 갈문망둑 두줄망둑 가물치

선행 조사·연구에는 없었지만 이번 조사·연구에서 발견된 물고기(13가지)
이스라엘잉어 복섬 얼룩망둑 별망둑 모치망둑 흰발망둑 베스 나일틸라피아 큰가시고기 돌팍망둑 빙어 메기 긴몰개

김훤주

※관련 글 : 대학교수 찜쪄 먹는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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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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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변영미 2009.10.10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 네요!!!
    그런데 물어볼께 있는 데요...
    제가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대한 정보를 믹시 할 때
    옆에 믹시한 사람들이 그림으로 나오잖아요??
    저는 사진이 안나오고 회색 사람모양 밖에 안 나와요...
    그 그림말고, 제 하고 싶은 그림을 넣을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변 꼭 부탁드릴께요...^^

    • Favicon of http://go.idomin.com 파비 2009.10.10 16: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십니까? 저는 선생님은 아니지만... 흠~

      그건 믹시에 자기 사진을 안 넣으셔서 그렇습니다.
      믹시 로그인 하셔서 거기 드가시면 좌측 상단에 정보바꾸기가 있습니다. 거기 가셔서 이미지 넣기를 누르시고 파일가져오기에서 자기 컴퓨터 그림 파일에 있는 사진 아무거나 가져다가 올리시면 끝입니다. 물론 마지막으로 확인 단추 누르셔야겠지용? 하하

      우선 먼저 하실 일은 개인 컴퓨터에 예쁜 또는 멋진 사진부터 저장해놓으시는 게 순서일 듯합니다. 매우 간단한 일이랍니다.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쉬운 일이지요.

  2. thfql 2009.10.11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초등교사가 시간도 많고 저런 시골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할 만 하죠. 돈과 장비와 자료가 모자랄 지는 몰라도.. 대학교수 운운할 필요있을까요? 기본적인 머리와 지식은 비슷하지 않나요?
    다른 많은 것도 연구하셔서 좋은 자료 남기시길.. 다른 초등교사님들도 해 보셨으면 하네요. 다른 분야도 얼마든지 있을텐데. 책 7년 읽다보니 소설가가 됐다는 모 교사 출신 문학가도 있던데.. 가장 여건이 따라 주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네요. 본인을 위해서도 기회들을 잘 활용하셨으면..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0.13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조금씩은 다를 것 같아서요. 하하.

    • 김영미 2009.10.15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생각에는 시골의 초등교사라 시간이 있어서 하신것 같지는 않고요.
      선생님들의 열정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생, 수업, 행정 이래저래 업무도 많으신데 연구 활동까지 하신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 주위에는 열정이 사라져버린 교수님이나 연구원들이 많으시거든요.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년시절에 갖고있던 연구열정은 겨우 백만원 조금 넘는 최저 생계비를 받으며 이눈치 저눈치로 다른이의 연구만 도와주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다가 천운으로 교수나 연구원이 되면 더이상 남아있는 에너지가 없는거죠.
      그렇게 돌고 돌다보니 현실이 이렇습니다.
      그래도 연구 열정을 불태우시며 직접 실험하시는 정년이 일년밖에 남지않은 연구관님도 계십니다.
      갑자기 식어가는 마음에 열정이 불타오르는 듯!!!
      ㅋㅋㅋㅋ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0.15 1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김영미 선생님^.^ 열정이 사라진 교수/연구원에 대한 말씀 관련인데요. 물론 틀리신 얘기는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는 것 같아서요.
      말씀대로 '천운으로' 교수나 연구원이 되면,자기가 당했던 일을 이제는 다시 '연구 열정을 갖고 있는 청년 시절들'에게 되풀이 시키는 것이 아닌지 싶어서요.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는 것이 아닌지 싶어서요.

  3. 사람있는풍경 2009.10.13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단 이 경우뿐만 아니라 전문가랍시고 만들어 놓은 초등학교의 학력평가 시험제도도 마찬가지지지요.
    제가 잘 아는 초등헉교 선생님 말씀을 인용하자면
    이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면면은 전부 무슨 교수라는 명함을 명찰로 달고
    현장이라고는 책상위에서만 왔다 갔다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이런 엄청난 짓거리를 만들어 놨으니 한심할 따름이지요.

    마침 오늘이 초등학교 학력평가시험이 치러지는 날이군요.
    아시겠지만 몇일전부터 학교수업은 어예 뒷전이고 전부 시험준비와 모의고사를 빌미로 아이들을 때려잡더라고요..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는지요.
    예전에 어떤 정치인이 한담으로 웃기는 소리를 한마디했는데요.
    "이나라의 먹물이라고하는 사람과 관료 그리고 정치인들 가운데 50 이상의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전부 태평양 버다 가운데로 보내 버려야 우리나라가 잘될거야!"라고 했다더 군요.

    본문 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짜증이 나서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0.13 1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전문가들은, 제가 말씀드리는 '게으른' 전문가들보다 훨씬 저질이겠지요.

      게으른 전문가들의 혐의가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 방조라면, 외눈박이 전문가들의 혐의는 악의적 고의에 따른 살인 동조(또는 교사)가 될 것입니다.

  4. 2009.10.13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휘노 2009.10.13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가 경의를 표합니다. 박봉에 바쁜 업무에 아이들을 대동하고 몸소 생태체험과 성과를 이룩하신 네분께..대통령상 못지않은 네티즌의 찬사를 보냅니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하셔서 온 대한민구의 선생님들이 당신들과 같은 성과를 학생들과 같이하는 그런 날이 올때까지 오래오래 행복한 생활하시길..
    행복이 없으면 그건 지속불가능한 일일겁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행복, 그하나에 오체투지하시는 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6. 권민수 2009.10.13 15: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기자님의 혜영씨에 대한 기사강의때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저도 가슴이 멍멍했습니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기자라는 생각에 그대로 차를 달려 사무실로 와서 글 올립니다.
    강의 좋았습니다.
    저도 김기자님처럼 블로그를 시작해볼생각입니다.
    마산에 한번 내려가 소주한잔하고 싶은 멋 있는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화 들이고 내려 갈태니 꼭 한잔 하시지요
    경주신문사 권민수 기자 드림. tistory추천 부탁드립니다.(kwun5104@hanmail.net)

  7. Favicon of http://lovessym.tisotry.com 크리스탈 2009.10.13 2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변영호샘은 한동안 잠자리 하시더만 요즘은 민물고기를 하시는가부네요.
    하여튼 부지런하시당께요.....

    대통령상 받은거 겁나게 축하합니다. 변쌤... ㅎㅎㅎ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0.14 1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변영호 선생님 원래 본류가 거제 민물에 사는 물고기였습니다.

      잠자리와 긴꼬리투구새우는 병행 또는 뒤에 더해진 분야라고 저는 압니당.

      하여간 부지런합지요. ^.^

  8. Favicon of https://bloggertip.com Zet 2009.10.13 2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긴몰개는 멸치같이 생겼는데요. ^^

  9. 거제학생 2012.02.16 2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진안,박훈구 선생님 보고싶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