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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182

과학 선생들한테 된통 당한 국어 선생

1.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는 아닙니다만, 김훈이 쓴 소설 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부역을 나온 백성들이 일을 끝낸 뒤에도 돌아가지 않고 남아 이순신 장군에게 선물로 줄 칼(환도)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 대장장이 백성들이 검명(劒銘)까지 새기겠다 나서는 바람에 장군이 一揮掃蕩일휘소탕 血染山河혈염산하, 라고 글을 적어주기까지 합니다.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백성들 장군에 대한 믿음과 장군을 받드는 마음과 왜적을 물리치자는 간절한 소망과 이순신 장군의 굳건한 충심이 도드라져 보이는 국면입니다. 김훈은 이렇게 썼습니다. “그 때, 나는 진실로 이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염(染)하고 싶었다. 김수철은 글씨를 말아들고 물러갔다. 새 칼은 나흘 뒤에 왔다. 칼집에 자개를 박아 용무늬를 ..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차이점과 공통점

차이점 1. 자유주의는 16세기와 17세기 봉건제 아래서 토지에 결박돼 있던 개인의 자유를 옹호했다.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등등. 2. 신자유주의는 20세기와 21세기 국가라는 울타리에 매여 있는 자본의 자유를 옹호한다. 자유무역(협정), 무역장벽 철폐, 철도 의료 교육 전기 수도를 비롯한 공공 부문의 사유화 등등. 3. 자유주의는 봉건제와 귀족제에 맞서 대중의 권리를 확장하는 진보적 구실을 한 때나마 했지만, 신자유주의는 탄생 이후 진보적이었던 때가 단 한 차례도 없다. 4. 자유주의는 그래도 조금은 논리적이고 세련된 겉모습을 갖춘 적이 있지만, 신자유주의는 그런 데에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공통점 1. 제각각 해당 시기에 자본주의를 가장 효과적으로 훌륭하게 옹호한(하는..

늦가을 풀꽃 보고 달래 석방을 결심했다

어제 아침 집에서 나오는데 아파트 뜨락 무궁화나무 아래 풀에서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생긴 모습이 달래라고 착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무슨 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속으로 ‘이런 늦가을에 웬 일로 꽃을 피웠어?’ 여기며 눈길을 한 번 줘 봤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뜯어보니 옆에는 시든 꽃잎이 있었고 피어 있는 녀석도 새들새들, 말라 있었습니다. 아무리 양지바른 데라 해도 저무는 햇살까지 어찌할 수는 없나 보군, 이리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 집 아파트 발코니에 놓여 있는 달래 두 포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세 해 전, 지금 중2인 딸 현지랑 들판에 나갔다가, 우리 현지가, “우와! 예쁘당. 아빠, 저거 집에 데려가면 안 돼요?”, 웃으며 다그치는 바람에 캐어다 심은 것입니다. 이리 달..

수능 당일 보호자께 필요한 기도

11월 8일, ‘수능 코앞에 둔 고3들 소등식’(http://2kim.idomin.com/520)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더랬습니다. 수능 닷새 앞두고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 학습을 않는 소등식(消燈式)을 고3 아들이 학교에서 하는 바람에 고등학교 입학 3년만에 처음으로 일찍 마쳤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보충수업을 보충수업답게 자율학습을 자율학습답게, 강제로 하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필요에 따라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게끔 하면 좋겠다는 내용을 덧달았었지요. 그랬더니 ‘모과’라는 필명으로 어떤 분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자녀가 있다시면서 그 때 마음으로 기도한 내용을 적어주셨습니다. 저는 그 기도 내용을 보면서 참 진솔하게 꾸밈없 이 소박하게 하고픈 기원(祈願)을 바쳤구나, 생각이 들었습니..

21세기 ‘빨갱이’와 150년 전 ‘천좍쟁이’

1. 1860년대의 공포 천좍쟁이 천좍을 아시나요? 아마 모르실 테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떳떳하게 실려 있는 이른바 ‘표준말’입니다. 제가 지어낸 얘기가 아니라는 말씀도 됩니다. 천좍은요, 천주학(天主學)이 줄어든 낱말입니다. 그러니까 천좍쟁이는 천주학쟁이가 본디말이겠고, 천주학을 하는(또는 믿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됩니다. 천주학은 가톨릭을 이릅니다. 개신교는 그보다 나중에 들어왔지요. 1784년에 이승훈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영세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됐습니다. 그리스도교는 당시 억눌리던 이들에게는 해방하는 메시지였습니다. ‘하느님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교리 앞에, 상놈과 여성은 물론 몰락 양반까지도 크게 동감했습니다. 반상(班常) 차별과 남녀(男女) 유별 논리를 등에..

쪽배냐 거룻배냐는 사소한 문제다?

1. 쪽배와 거룻배가 다르다는데 블로거 거다란(http://www.geodaran.com)이 ‘거룻배와 쪽배도 구별 못하는 창녕군청’(http://www.geodaran.com/873)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우포늪 생태공원 사이버 체험관에 ‘소벌(우포늪)에 쪽배가 다닌다.’고 돼 있는데 이는 거룻배의 잘못이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알기로 소벌엔 쪽배가 없습니다. 소벌을 다니는 배는 거룻배입니다. 쪽배와 거룻배는 전혀 다른 배입니다. 쪽배는 통나무를 파서 만든 배이고 거룻배는 널판지를 이어서 만든 습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배입니다. 소벌에서 사용되는 배는 분명 거룻배입니다.” 그러면서 저를 끌어들여 “이란 책을 보면 알지만 저자인 김훤주 기자는 이렇게 습지와 관련된 것들의 이름을 잘못붙이는 것에 몸서리를 칩..

‘촛불’이 없었다면, 올 한 해가 쓸쓸했겠다

‘촛불이 없었다면, 올해가 참 쓸쓸했겠다.’는 생각이, 어제 10월 달력을 뜯을 때 문득 들었다. 오늘 바깥에 일없이 나가 시를 읽었다. 참 평소 하지 않는 짓인데……. 나는 고은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은이 쓴 ‘촛불 앞에서’가 있다. 좋아하는 시는 아니지만, 마지막 연은 울림이 있다. 1. “한 자루 촛불 앞에서/ 우리는 결코 회한에 잠기지도 않거니와/ 우리는 결코 기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는 오늘과 오늘 이전/ 그 누누한 시간 뭔가를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가/ 촛농이 흘러내리자/ 한층 더 밝아진 촛불 앞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한층 더 밝아진 촛불 앞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놓쳐버리지 않았는지. 우리를 제대로 비춰 봤는지. 올해 촛불은, 사회학으로 말하자면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정말 무서운 당신들의 체벌 본능

제 친한 친구 정부권이 체벌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제목이 ‘초등학생 체벌 사태를 보며 드는 잔혹한 추억’ (http://go.idomin.com/83)입니다. 끔찍합니다. 우리는 그래서 수학여행 갔을 때 반쯤은 장난을 섞어서, 보복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주완 선배도 저랑 같이 운영하는 블로그에다 체벌 관련 글을 올렸습니다. ‘체벌 충동 억제하신 선생님에 대한 기억’(http://2kim.idomin.com/499)입니다. 제가 다닌 학교에도 이런 좋은 선생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제게도 물론 체벌에 얽힌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금이니까 무슨 ‘체벌’이라는 낱말이나마 공식 채택돼 쓰이지, 그 때는 주로 ‘빳다’ 같은 말뿐이었습니다. 또 그냥 ‘뒤지게 터졌다.’(죽도록 맞았다)고 하는 정..

10월 유신에 얽힌 마지막 기억

유신은, 60년대에 태어난 우리에게는 선험(先驗)이었습니다. 경험 이전에 주어진 무슨 당위 같은 것이었습니다. 국민학교 때는 동요 산토끼 가락에 “시월의 유신은 김유신과 같아서~~” 무슨 이런 가사를 붙여 부르곤 했습니다. 특히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할 때 많이 불렀고요, 무슨 투표를 할 때마다 제가 살던 경남 창녕군 창녕읍 시골마을까지 어떤 긴장이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출 같은 것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어른들이 목소리 낮춰 수군대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큰형은 당시 대통령 박정희가 10월 유신 헌법을 제정해 영구 집권을 하려 했을 때 대학 전자공학과 3학년이었고 79년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대학원에 다니면서 대학에 강의도 나갔습니다. 큰형과 아버지는 “이런 이야..

당신께도 이런 사람 있으십니까?

울산에서, 10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전국언론노동조합 신문통신협의회 대표자 회의가 있었습니다. 저도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인지라 가서 말석에 끼였습니다. 공식 회의를 마치고 뒤풀이를 했습니다. 지역신문협회 사무국장까지 겸하고 있는 저는 이에 앞서 지역신문협회 정책위원회 회의까지 치러야 했습니다. 조금 힘이 들더군요. 아시는 대로, 지금 신문은 하나 같이 어렵습니다. 또 조중동의 불법 경품을 통한 독자 매수 때문에도 다 같이 버거워합니다. 그래서 동병상련(同病相憐)도 깊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폭탄주가 돌았습니다. 맥주잔에 소주를 조금 부어 넣고 맥주를 5분의3쯤 채우는 식입니다. 노동자의 술입니다. 어떤 이는 사치스레 여기기도 하는데 언론노조 신학림 전 위원장은 영어로 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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